김정일 사후 ‘연합지도부’ 결성 주목 – 김정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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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일성대학 창립 62주년을 맞아 대학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의 와병설’에 대해 침묵을 지켜 오던 북한이 51일 만에 김 위원장의 근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매체는 김 위원장의 사진과 동영상은 물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경기를 관람했는지에 대한 사항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뇌졸중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더욱 궁금증을 키운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남북한간의 통일방식을 논의할 때 동서독의 사례를 자주 거론해 왔다. 그러나 독일의 한반도문제 전문가 견해는 남북한의 통일은 독일과 같이 일방적인 흡수통일을 지향해서는 안 되며 남북 당사자들 사이의 대화가 필수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제고려학회 부회장인 헬가 피흐트 독일 훔볼트대학교의 한국어문학 교수의 주장은 특히 관심을 모은다.
피흐트 교수는 “독일이 통일된 것은 잘된 일일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일방식과 과정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피흐트 교수는 “동서독간의 통일이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너무 빠른 속도로 진전됐으며 서독이 동독의 경제는 물론 문화까지도 흡수해 통일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 진 취재부 기자>



만약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시 정권의 한 고위관리는 김정일 사후 북한에는 김 위원장 직계와 국방위원회가 결합한 ‘연합 지도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북한 상황에 정통한 이 관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 후 북한에는 “국방위원회의가 중심이 돼 장성택 등 노동당 인사와 김옥 등 측근 비서진, 국방위원회 일부 군부 지도자, 그리고 김 위원장의 세 아들 가운데 한 사람, 혹은 그 이상과 협조해 북한을 이끌어가는 연합 지도부(united leadership)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사후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세습을 통한 유일지배제체, 또는 군부에 의한 집단지도체제, 혹은 제3의 인물에 의한 권력 승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석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 내에서도 손꼽히는 북한통인 이 고위 관리가 새로운 형태의 집단지도 체제인 ‘연합 지도부’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북한을 다룬 핵심 부처와 국무부를 두루 거친 이 고위 관리는 “김일성이 80여세까지 살았고, 김정일도 올해 나이가 66세에 이른 점을 감안할 때 자신의 후계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앞으로 북한에 과거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에게 권력을 물려준 것과 같은 방식의 후계구도가 반드시 자리 잡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948년 정권 창건 이래 유일 지배체제로 굳어져온 북한에서 집단 지도체제인 ‘연합 지도부’가 얼마나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까. 이 관리는 “북한의 국내 상황에 달려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주민들을 먹여 살리려면 경제개발을 해야 하고, 또 주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전망을 주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외교가 원만하지 못한 현재의 처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역동적인 국가(vibrant nation)로 발돋움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 나라의 역동성과 관련된 국내, 국제 정책은 해당 국가 지도부의 생명력과도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향후 북한의 ‘연합 지도부’의 지속성 여부도 북한 핵문제 해결과 직결돼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김정일 유고시 권력의 핵으로 부상할 수 있는 인물로 매제인 장성택과 네 번째 부인이자 개인 비서로 알려진 김옥을 주목했다. 장성택은 김 위원장의 신임을 톡톡히 받고 있는데다 북한 내부에서도 신뢰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옥 역시 김 위원장의 최측근 비서로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유고시 비상계획 없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유고에 따른 비상 계획을 수립해놓았는지 여부에 대해 이 고위 관리는 “아니다” 라고 부인했다. 그는 “김정일도 사람인만큼 언젠가는 사망하게 될 것이고, 이후 북한에 비핵화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뤄 새로운 진보 지도부(new progressive leadership)로의 평화로운 정권이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할 때 미국의 가장 큰 우려 요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사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이뤄낸 6자회담의 결실을 더 이상 이루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라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독일의 북한 전문가인 피흐트 교수는 남북한 당국이 통일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남북 분단은 독일보다 훨씬 극단적인 상황으로 남북간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 동서독보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남한정부는 북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동독에서 태어나 1989년까지 북한과 동독 지도자간의 회담에서 김일성의 통역을 맡기도 했던 피흐트 교수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5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상황이 매우 피폐했었다고 회상했다.
북한의 경제는 70년대까지는 낮은 속도로 성장 했으나 80년대 들어서는 동부유럽의 사회주의 체제가 몰락하고 북한체제 자체의 모순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는 게 피흐트 교수의 설명이다.


이복동생 평일의 존재













한편 김 위원장 유고 시 그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에 대한 사항도 관심을 끌고 있다. 김평일은 현재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를 장기간 맡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정권을 손에 쥔 이래 평양을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최근 폴란드의 한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 유고시 김평일의 해외 망명 가능성을 주장했다.
폴란드과학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는 니콜라스 레비(Nicolas Levi)씨는 총 250쪽 분량에 달하는 ‘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가족들’(가제)이란 주제의 박사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김평일 대사는 김 위원장 후계구도에서 변수가 되기에는 세력이 약하고 김 위원장 유고시 해외에 망명할 가능성이 크다.
레비씨는 김평일 대사와 3번의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 것을 비롯해 북한과 친분이 있는 유럽 내 외교관들과의 회견, 친북 국제조직인 조선우호협회 폴란드 지부 회원으로 수년 동안 활동하며 접한 북한 내부 소식 등을 토대로 6년 동안 연구한 끝에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평일은 김 위원장 가족의 일원이지만 지난 1981년 평양을 떠나 27년 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다. 김평일이 평양에 없는 27년 동안 김 위원장은 김평일의 친구들과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모두 숙청했다.
레비씨에 따르면 김평일은 영어와 러시아어, 폴란드어와 불가리아어, 세르비아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고 오랜 외국 생활을 통해 국제 정세에 밝다는 점에서 지도자적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을 당시 그보다 12살이나 어렸던 김평일은 이복형의 권력에 도전할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그 뒤 김평일은 김 위원장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권력에 노출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 레비씨의 분석이다.


허울뿐인 ‘대사’ 신분


김평일은 폴란드에서 10여 년 이상 북한 대사로 머물면서도 폴란드 주재 외국 대사들과의 연회나 외교적 행사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바르샤바에 있는 북한 대사관 건물 안에 갇혀 외롭고 우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일은 오랜 지인들과의 만남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체제에 불만을 나타낸 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평일은 폴란드 외교가에서 가장 조심스럽고 은밀한 사람으로 통한다. 김평일은 또 올해 초 폴란드에서 함께 살던 장녀 은송을 평양으로 보내 북한 고위급 인사의 아들과 결혼시키는 등 북한체제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레비씨의 논문에 따르면 김평일이 김 위원장 유고시 평양으로 돌아가 후계구도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은 극히 적다. 평양에 남겨놓은 어머니 김성애와 딸 은송을 생각해 김 위원장 유고시 지금처럼 북한 외교관으로 해외에 남아있거나, 유럽 등 서방국가에 망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의 가족 가운데 처조카 이한영과, 그의 어머니이자 김 위원장의 처제인 성혜랑이 지난 1982년 서방으로 망명한 바 있다. 이후 이한영은 남한에 정착한 했지만 1997년 자신의 집 앞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에게 피살됐다.
김 위원장의 차남 정철과 삼남 정운의 생모인 고영희의 친동생 고영숙 부부도 2001년 미국에 망명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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