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윤경 주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풍언(68)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대한 재판에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날 재판은 무려 5시간이 넘게 검찰과 조 씨 변호인단과의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었다. 백발의 김우중(72) 전 회장은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입장, 대우그룹 회생 로비와 관련해 검찰과 변호인들의 질문에 답했다. 김 전 회장은 양측의 날카롭고 첨예한 질문에 때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비교적 소상하게 증언했다. 지금까지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사안들이 세상 앞에 까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김 전 회장의 증언이 진행되는 3시간 동안 조 씨는 시종일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떨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법정에서의 두 사람의 어색한 만남은 조 씨에게 있어서 차라리 형벌과도 같았을 것이다. 김우중 회장은 눈을 감고 앉아있는 조 씨를 향해 ‘왜 이제 와서 내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느냐’며 원망과 저주에 가까운 언성으로 질책했으나 조 씨는 끝내 이를 외면했다. 경기고 2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의 오랜 인연과 악연이 함께 뒤 엉클어지는 순간을 기자는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다. 냉혹한 무기중개상이자 김대중 정권의 얼굴없는 실세로 무소불위의 권력를 자랑하던 조풍언씨가 끝내 법정에서 고개를 떨구었다. 서울 형사지법 425호실에 진행된 재판정에서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변호인석에 자리한 조 씨는 기자를 한동안 응시하다가 얼굴을 돌렸다. 가을 낙엽을 밟으며 법정으로 걸어가는 기자는 갖가지 상념이 오버랩 되어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지금부터 20년 전 조 씨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금년 1월 중순 조 씨 소유의 CCC골프장에서 만났을 때의 마지막 조 씨 모습까지 생각해 보았다. 조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민당 총재시절이던 지난 1992년, 김 총재의 LA방문 당시 환영만찬회 석상 테이블에서 처음으로 김대중 총재를 만났다. 기자도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의 현장에 함께 있었다. 당시 조 씨는 웨스턴과 7가의 ‘가든 스위트’ 호텔을 소유하고 있었고 우연인지 필연이지 김대중 총재의 환영만찬회를 자신의 호텔에서 개최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당시 조 씨는 김 총재에세 선친 이름을 말하며 ‘내가 누구누구의 아들이다’라며 자신을 소개했고, 이에 김대중 총재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찾았는데’라며 반갑게 맞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자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뒤 김대중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조 씨는 김대중 정권의 ‘실세중의 실세’ ‘얼굴없는 실세’로 불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대중 대통령의 일산 집을 매입을 정점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김대중 정권의 최고 핵심실세로 부상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조 씨를 통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소문이 날 조 씨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군인사부터 장관임명권까지 조 씨가 휘두른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조 씨는 지난 2003년 5월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 ‘평소 나이 어린 군 장성들에게 머리 숙이며 무기 장사하다가 김대중 정권 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내게 아부하며 상전처럼 대하고 청탁을 해오니 우쭐했던 것이 사실이었고 그 것이 죄라면 죄였다’고 말해 사실상 자신의 권력해 대해 솔직히 인정했었다. 그것이 바로 부메랑이 되어 조 씨 심장에 박힌 것이다. 차라리 형벌과도 같은 5시간 차라리 눈을 감고 모든 것을 보지 않는 것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재판이 진행되는 5시간 동안 조 씨는 거의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처럼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이 날 재판에 처음 증인으로 나온 전 대우그룹 구조본부장은 대우정보시스템 매각 당시를 증언하며 조 씨에게 당초 시세보다 3배 이상 저가에 매각했으며 김우중 회장이 지시에 의해 주당 5만원짜리 주식을 1,1000원에 매각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그 이유가 무엇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조 씨가 김대중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두터워 퇴출 위기에 놓여있는 대우그룹을 회생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대우그룹 미주법인에서 4430만 달러를 홍콩소재 조 씨 소유의 KMC로 송금하고 그 중 일부를 다시 한국으로 송금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시세보다 30% 이하에 저가 우회 매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대우정보시스템을 비롯한 조 씨의 재산 모두는 김우중 전 회장의 것이라는 그 간의 의혹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김우중 전 회장 역시 증언에서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인생 똑바로 살아라’ 일갈 이날 재판에서 밝혀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조 씨는 1999년 대우그룹 미주법인에서 홍콩의 KMC명의로 4천430만 달러를 송금 받아 그 중 2천430만달러로 대우정보시스템의 주식을 취득하고 나머지 2천만달러로 대우통신 전자교환기 사업을 인수했으며 김우중-조풍언 두 사람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김 전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졌고 대우 회생에 도움을 받으려고 조 씨를 만난 것이냐”는 검찰의 신문에 “그렇다고 해달라. (임원들에게) 조 씨에게 가서 협조를 받을 수 있으면 받으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조 씨에게 기대했던 협조의 의미에 대해 당시 대우에 대한 기업어음 한도 제한 등의 정부 조치를 풀어달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당시) 조 씨는 `내가 할 수 있다’고 했다. 조 씨가 그때만 해도 순수했는데 나중에는 얘기가 달라졌다”고 말하며 조 씨에게 서운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였다. 대우그룹 로비 의혹 미완의 미제로 검찰은 조 씨를 지난 5월 기소하면서 김 전 회장이 로비 등의 용도로 조 씨에게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주를 살 수 있도록 도와줬고 조 씨는 이 가운데 30%를 김홍걸 씨에게 전달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건너갔는지 등은 확인하지는 못했다. 조씨 귀국 의혹에 대해 언급없어
때문에 본국에 들어가면 즉각 체포될 위험이 있는 조 씨가 무슨 이유로 갑자기 귀국길에 올랐는지는 의문이다. 변호사만 통해도 알 수 있는 검찰의 ‘참고인 기소중지’와 법무부 출입국 관리국에 ‘입국 후 통보’ 내용을 모를리 없는 조 씨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스스로 귀국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의혹덩어리다. 세간의 소문대로 현 정부와의 교감 설이 흘러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우연의 일치 인지도 모르지만 조 씨와 이명박 대통령과는 고려대 동기동창이고 4월 총선 직전 입국한 조 씨의 행보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조 씨는 입국 전 기자에게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관계에 대해 말하며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는 이상한 말을 한 적이 있어 조 씨의 귀국은 미스터리에 쌓여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나 변호인 측에서 귀국과 관련된 의혹을 물어 봄직도 하지만 어떤 누구도 이 같은 질문을 않아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번 재판이 진행되는 6개월 동안 조씨 부인 이덕희씨는 한국에 나가지 않았다. 다른 여자들 같으면 남편이 영어의 몸이 되었으면 부인이 나가 뒷바라지를 해야 하지만 이들 부부는 그렇지 않아 이에 대해 조씨 부부를 잘 아는 사람들은 ‘부인 이씨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아해 하고 있다. 물론 부인 이덕희씨 역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검찰 조사에 의하면 약 30억원의 돈이 이 씨 계좌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잡고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일가와의 돈 거래 문제가 모두 부인을 통해 이뤄져 만약 이 씨가 귀국할 경우 이 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수개월 전 조 씨를 특별 면회한 한 측근은 “특별면회 하는 시간 내내 조 씨는 눈물을 흘렸으며 마치 백지장 같은 모습과 수척한 얼굴을 보는 순간 ‘돈이 무엇이길래 70고령의 나이에 부인 조차 찾아오지 않은 차가운 감옥에서 보내고 있는지 참으로 세상만사 새옹지마가 아닐 수 없다’는 소리가 기자의 귓전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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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조풍언’의 뒷거래 진실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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