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물린 조문정국 vs 북핵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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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6월 본국 정치권의 ‘시계'(視界)는 제로에 가깝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겪으며 형성된 민심의 향방이 불투명한 국면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거센 ‘북풍'(北風)이 몰아치면서 한반도 정세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게다가 6월에는 6.10 항쟁 22주년과 6.13 여중생 압사사건 7주년,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등 시민사회단체를 결집시킬 수 있는 행사들이 잇따르고 있어 자칫 ‘제2의 촛불정국’으로 번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조문·북핵 정국에서 술렁였던 민심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지다.
민주당에 지지율을 역전당한 여권은 그야말로 ‘노심초사’하며 여론의 향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각 등 선제적 정국 수습론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북한의 도발 움직임은 정국 주도권의 방향을 가를 수 있는 메가톤급 변수를 가지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는 북핵 위기를 고조시켜 ‘조문정국’을 넘어선다는 계산이다.
시계 제로 상태의 6월 정국을 예측해봤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조문정국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역시 청와대와 여권이다. 숨죽였던 민심이 각종 민감한 정치사회 일정과 맞물려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될 우려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내각총사퇴 등이 수습책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청와대는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세청장이 장기 공석중인데다 검찰총장도 ‘박연차 게이트’ 수사 이후 물러날 가능성이 있어 인사수요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예상보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당 쇄신특위를 가동하며 수습책을 고민 중이다. 일단 특위는 박희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지도부에 강한 압력을 넣고 있다.
당 쇄신특위의 활동이 쇄신논의, 구체적으로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나 인적 쇄신 요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각이긴 하지만 당내 쇄신 기류를 수용하는 연장선상에서 여권 전열을 재정비하자는 주문도 나온다. 다만 당 지도부는 아직 신중하다. 지도부 인사들은 “현 정부 국정목표의 틀은 옳은 만큼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돌발 상황 때문에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거나 개각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
청와대도 이런 쇄신특위의 활동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4월 재보선 패배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북한의 2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내우외환이 겹친 상황에서 제기된 쇄신론은 여권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기보다는 내분을 초래해 정국 주도권의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중수부장 고발 등 선제공격


반면 민주당은 예고했던 대로 대여 공세에 나섰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사과와 수사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고 ‘천신일 특검’과 검찰의 과잉수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2일 피의사실 공표 등을 이유로 이인규 중수부장 등을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대여공세에는 ‘민심은 우리 편’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실제로 지난 1일 공개된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27.1%의 지지율로 4년8개월 만에 한나라당(18.7%)을 앞질렀다. 민심이 요동치는 시기에 실시된 조사이긴 하지만 ‘반한나라당’ 흐름이 커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 사과와 법무장관 검찰총장 해임을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하는 동력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민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여론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제2의 촛불정국’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을 동원해 군중이 모이는 것을 애초에 막으며 여론 차단에 힘쓰고 있는 것도 여론 결집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여기에는 민심이 민주당 등 야당에도 근본적인 변화와 함께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전에는 ‘반노무현 정서’에 기대어 정치적 활로를 모색했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친노무현 현상’에 편승,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간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여야의 대치는 6월 국회 개회를 둘러싼 힘겨루기와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 “따지고 요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에 대한 요구를 국회 의사일정과 연계하거나 장외투쟁으로 나갈 여지 또한 열어놓고 있다.
특히 국회가 열리더라도 양측은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놓고 첨예하게 대치할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처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인데 반해 민주당은 ‘MB악법’ 저지에 사활을 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론은 일단 정부·여당 쪽의 계산대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은 모양새다. 경찰이 노 전 대통령의 추모 기간 중 시청 광장을 폐쇄하고, 고인의 국민장이 끝난 이후 바로 다시 시청 광장을 폐쇄하고, 경복궁 대한문 앞에 있는 시민 분향소를 강제로 부수는 등 강경 진압의 방침으로 돌아선 것이 시민들에 반감을 갖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은 이러한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고 진보진영은 6.10 항쟁 22주년,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등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국민의 반감과 합쳐지면서 청와대의 계산과는 달리 제2의 촛불 정국이 형성될 수도 있다.




북핵 정국 변수


청와대가 이같은 ‘조문정국’을 덮을 가장 큰 카드로 꼽는 것은 바로 ‘북핵’ 사태다. 국지전 등이 발생해 안보 위기가 급고조되면 모든 현안을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잇따른 강경발언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북핵문제를 언급하며 “우리가 흔들리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를 넘볼 수 없다”며 “우리는 평화를 간절히 바라지만 위협에는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긴장의 강도를 점점 높여왔지만 우리 국민들은 의연하고 차분했다”며 “충격적인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와 시장은 안정을 유지했고 외국에서도 이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핵무기로 우리와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야말로 북한 체제를 가장 위협하는 일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화와 평화의 길을 외면하고 군사적 위협과 도발을 감행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일에는 어떠한 타협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잇따른 북핵 위협을 강조하는 데는 포스트 조문 정국을 북핵 위기 고조로 넘어간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
여권도 6월에 열릴 임시국회를 ‘북핵 국회’로 전환하려 애쓰고 있다.
한나라당은 제2차 핵실험 및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는가 하면 6월 임시국회를 ‘안보국회’로 열겠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악화된 민심이 영결식 이후 정부·여당으로 몰려들 후폭풍을 북핵 문제를 부각시켜 돌려 막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북핵위기’를 부각시켜 ‘포스트 조문정국’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여권의 계산은 반대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수뇌부 문책론에 휩싸인 검찰이 1일 박연차 로비 수사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책임은 별개라며 ‘정면돌파’ 카드를 빼들었다. 검찰의 수사 방법과 절차를 두고 한나라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대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임채진 검찰총장 주재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대책방안 등을 숙의했다. 회의에는 평검사인 검찰연구관 이상 74명의 검사들이 참석했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수사 배경과 경과, 신병 처리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검찰 안팎에서 사실관계를 오인하고 검찰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절한 방법으로 진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과잉 수사’, ‘피의사실 공표’, ‘신병처리 의도적 지연’ 등의 논란에 대해 검찰의 입장을 정리했다는 뜻이다.
회의는 이번 수사의 실무 책임자인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유감과 안타까움을 나타낸 뒤, 수사 과정을 설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의견을 밝혔고,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세 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무엇을 교훈으로 얻어야 될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나,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손상돼서는 안 된다. 수사팀은 나머지 수사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는 ‘검찰 책임론’에 대해 조직적 방어선을 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나, 검찰을 향한 여론과 정치권 등의 비판적 시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은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박연차 로비’ 사건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600만달러 수수 혐의도 이 틀 안에서 이뤄진 정당한 수사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회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한편,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회의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수사 브리핑에 대해 개선할 점이 없는지 향후 점검이 필요하다”는 결론도 내놓았다. 확정되지 않은 혐의가 수사팀 내부 인사나 브리핑을 통해 외부로 흘러나갔고, 결국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을 의식한 대응이다. 책임을 언론과 나눠 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앞서 사퇴 의사를 밝혔던 임 총장은 “할 일이 있는데 주변에서 (나가라고) 말을 한다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며, 할 일을 다했는데 주변에서 말한다고 (총장직에)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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