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정운찬 총리 인준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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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국회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는 핵심 증인의 불출석, 여당 의원들이 제 식구 감싸기, 야당의원들의 흠집내기 공세 등으로 인해 유명무실한 청문회가 됐다는 것이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의 평가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점검하기 위한 인사 청문회가 있으나마나하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정운찬 총리 내정자 인사 청문회는 그 동안 지적됐던 청문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당은 검증에는 관심이 없는 듯 오히려 총리를 옹호하는 발언만 시종일관 남발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답변기회를 얻지 못해 답답해 하는 정 후보자를 배려, 답변을 유도하는 것으로 질의시간을 보냈다. 이 의원은 후보자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 마이애미 대학으로부터 요청해 직접 받은 공문을 내보이며 “한국의 병역사항은 입학허가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질의시간을 답변으로 채우는 것에 대해 인사청문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정 후보자가 세금탈루 의혹에 답하지 못하자 ‘어느 국민들도 다 세법을 어기고서도 세법을 어겼는지도 모른다. 여기 질문하시는 분들도 세법을 어기고 산다’고 하자 민주당은 “모든 국민을 범법자로 몰았다”며 분개했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자녀 국적문제에 관해 특수 상황이라고 하는데 내용이 뭐냐”고 물었다. 이후 정 후보자는 유학중 장남을 낳아 이중 국적이 된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정 의원은 또 정 후보자의 장학금 납부 사실을 들며 노블리스오블리제의 표상으로 치켜세웠다.
같은 당 차명진 의원은 정 후보자가 한때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 것을 상기시킨 뒤 “야구선수는 팀을 옮기면서 몸값을 높이지만 정치인은 여야가 바뀌는 경우 비난을 받는다”며 “총리직을 발판삼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당적을 바꿔서 대선후보가 되는 생각은 안 하느냐”며 청문회 취지와 맞지 않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에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총리의 답변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채 그저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흡집내기에 열을 올렸다.
결국 이번 청문회는 정 총리에 대한 검증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이번에 총리 인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야당은 세종시에 대한 정 후보자의 소신과 병역면제를 둘러싼 논란, 스폰서 및 탈루 의혹, 코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질의응답을 통해 간접적으로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방식으로 정 후보자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스폰서 의혹







정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든 가운데 정 후보자가 Y업체 회장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데 대한 야당의 총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총리로서의 도덕성에 치명적”이라고 밝혔고, 같은 당 김종률 의원은 “포괄적 뇌물죄가 될 수 있는 사안인 동시에 공무원 파면 사유”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가 교수한테도 해당이 되겠느냐는 점은 의문”이라며 “일반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잣대로 후보자를 재단하는 것은 심하다”고 정 총리 내정자를 옹호했다. 같은 당 정옥임 의원은 “정 후보자의 솔직한 답변을 평가해야 한다”며 “고의성도 없어 보인다”고 가세했다.
이와 함께 정 후보자의 서울대 교수 재직시 `예스24′ 고문 겸직과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 해외 강연수입 및 부인의 미술품 판매와 관련한 탈루 의혹 등을 둘러싼 격론도 이어졌다.
정 후보자 부인이 88년 2월 주소지를 경기 포천시 내촌면 마명리로 옮겼다가 같은 해 4월 다시 원래 주소인 서울 방배동으로 이전한 것은 위장전입이라는 야권의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김종률 의원은 “예스24에서의 영리행위, 배우자 미술품 문제 등에 대해 정 후보자는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누락한 사항을 얼버무리며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경석 의원은 `예스24′ 고문 겸직과 관련, “주어진 역할, 직책, 정기적 보수 등 세가지 요건이 맞아 떨어져야 직책겸직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그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너무 엄격한 현재의 잣대로 지적하고 매도를 하면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고문으로 있었던 YES24 사장은 청문회 증인 통보 당일 베트남으로 떠나 기획 출국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대표이사가 베트남으로 출국한 것은 청문회 회피를 위한 도망으로 보인다. 고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병역면제 의혹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군 장성 출신인 정 후보자의 장인을 언급하면서 “정 후보자가 병역면제를 받은 시기엔 병무청장 두명이 정 후보자의 장인과 육사동기였다”며 “정 후보자가 유학 중에 입영통지서가 발부되지 않은 것은 장인의 영향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상돈 의원은 “정 후보자가 부선망 독자라는 점 때문에 보충역에 편입됐는데 당시 보충역은 6개월만 복무하면 됐다”며 “6개월조차 근무하지 않고 병역을 면제받은 것은 병역을 필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결과적으로 대통령도 군 면제, 유사시에 대통령을 대행할 총리도 군 면제인데 위급상황에서 어떻게 군대를 지휘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반면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분단국가인만큼 총리가 반드시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논리라면 여자는 총리나 대통령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혜훈 의원은 정 후보자가 70년 미국 마이애미대학에 제출한 입학허가신청서에 `병역 면제’로 기재해 야당의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 마이애미 대학원장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정 후보자를 엄호했다.
이 의원은 “마이애미 대학원장은 당시 정 후보자의 병역문제가 입학허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이 없고, 병역 여부를 묻는 항목은 입학지원자들이 미국의 병역에 해당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며 “정 후보자가 입학허가 신청서에 병역면제라고 기재한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장남 美 국적 논란


장남의 미국 국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에서 태어나면서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받은 정 후보자의 장남은 출생 6개월 후 귀국, 한국에서 양국 국적을 모두 가진 이중국적자로 생활해왔다. 이중국적자로 입대, 2001년 병역을 마친 그는 제대 후 2년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병역법을 몰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후 국적법에 따라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최근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한국 국적의 회복을 위해 지난 16일 미 대사관에 미국 국적 포기를 신청했다.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장남의 국적문제를 추궁하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질문에 “현재 미국 국적 포기신청 중”이라며 “저의 특수한 상황 설명하면 이해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정 후보자는 “유학중 큰아이를 낳아 6개월 미국에서 살고 왔으며, 이후 한국에서 대학가고 군대가며 한국인으로 살았다”며 “군대를 마친 후 (미국에) 학생인턴으로 가려고 미국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는데 출생지를 뉴욕이라고 쓰자 미국 출신이라며 비자를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생한 병원에 연락해 출생증명서 받아 미국 시민을 만들었고, 미국에 갔다와서 미국 시민이 돼버렸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후 아들이 자신에게 미국 국적을 포기하자고 제안했으나 자신이 “다음번에 미국 갈때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한번 비자가 거부되면 다시 받기 힘들고 유학을 가면 학비감면 등을 혜택이 있으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이 군대를 가겠다고 해서 (제가) 고마워했다”며 자신의 아들은 일반적 경우와는 달리 한국과 미국의 국적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가졌다면서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나오면 2년 내에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미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착각하고 그런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 같다”며 고의가 아닌 단순 착오에서 국적 문제가 비롯됐음을 강조했다.


세종시 논란


최근 정가를 후끈 달구고 있는 세종시 논란도 청문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종률 의원은 정 후보자가 전날 청문회에서 세종시가 비효율적이라는 자신의 소신을 고수한데 대해 “정 후보자가 소모적인 갈등과 논란을 부채질하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22조5천억원의 사업 예산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쓰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정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선 “총리는 그런 권한과 힘이 없는데 잘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종시의 원안을 수정하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와 교감이 없었다는 본인의 변명이 사실이라면 총리의 기본자질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도 “세종시법은 국회가 제정한 것이고 예산권도 국회가 갖고 있다”며 “행정부는 집행권한만 갖고 있고, 총리는 세종시 기본계획을 변경할 법적권한이 전혀 없는데 수정 추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따졌다.
이에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총리가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정치권과 충청권, 정부의 의견수렴을 통해 약속을 지키는 방향으로 하면 된다”며 야당의 공세를 막았다.


‘코드 맞추기’ 논란


정 후보자의 정책관을 놓고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야당은 정 후보자가 과거 학자로서의 소신을 굽히고 총리직을 위해 `코드맞추기’에 나섰다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여당은 `소신있는 총리’의 모습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김종률 의원은 “그동안 `MB노믹스’에 대해 대립각까지 세웠던 사람이 갑자기 `친절한 금자씨’가 돼 영합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했던 정 후보자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두둔하는 입장을 밝힌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한나라당 청문위원들은 교육, 부동산, 경제 등 정책 전반에 대한 정 후보자의 입장을 물었다.
차명진 의원은 전날 정 후보자 감세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데 대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감세정책과 함께 재정.통화량 확대 정책을 동시에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내에선 정 후보자가 감세정책, 한국은행 조사권 문제 등과 관련해 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을 놓고 `할 말은 하는 총리’라는 이미지 부각에 주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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