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 빠진 북핵 6자회담 긍정적 변화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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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5일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방북을 계기로 북미 양자회담 결과에 따라 6자회담이 포함된 다자회담을 하겠다는 용의를 밝힘에 따라 향후 북핵 협상에 중대 기류가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우리는 조미(북미)회담 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며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조미 양자회담을 통해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는 반드시 평화적 관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지난달 1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에게 “양자, 다자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어느 정도 진전된 언급이다.
비록 북미회담 성사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6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상황보다는 한 발짝 앞선 상황”이라며 “북한은 6자회담을 하기 위해 약간 선행해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정도의 입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북한의 6자회담 조건부 복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향후 협상 국면으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도 6자회담 자체를 거부하던 북한이 입장을 전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변화로 보고 있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측이 북한에 6자회담으로 복귀하기를 설득한 노력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이런 노력이 6자회담 재개라는 공통된 목표에 도달하게 할 것으로 희망하며,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 대변인은 이어 “미국 정부는 아직 양자회담에 대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그러나 알다시피 그 가능성에 미국은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입장 전환은 미국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미국은 6자회담 재개가 전제돼야 북미 양자회담 등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6자회담 재개 조짐

일각에서는 북미 양자대화 이후 다음 달께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이달 하순께 이뤄져 한반도 비핵화의 로드맵이 짜이면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연쇄 방문을 계기로 6자회담의 일정표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양자회담이 이뤄진 뒤 곧바로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김 위원장이 “조미회담 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는 북미회담에서 진전된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북미 양자회담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 뒤 이를 단순히 추인하는 절차로 6자회담에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측의 태도 변화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판단을 하기 이르다”며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것이 있느냐”고 원칙론적인 대응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8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미국도 미북 대화에 응할 경우 혹시 6자회담을 대신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며 “6자회담이 미북 간 합의를 단순히 추인하는 형태는 미국도 원하지 않고 다른 5자도 원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유 장관은 “현재 미국은 5자 간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미북 접촉이 6자회담을 대체하는 인상을 주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접촉의 수준, 장소, 시기와 의제 등을 긴밀히 조율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북미양자 대화 이후 6자회담이 얼마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느냐는 5자의 공조체제가 얼마나 긴밀히 이뤄지는가에 달렸다는 것이 외교가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 변수

문제는 중국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대규모 경제원조 제공을 약속하면서 5자 간 대북제재 공조체제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국면이다.
북한과 중국이 경제원조로 연결고리를 탄탄히 할 경우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고립시켜 6자회담의 장으로 끌어내자는 공조가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흐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한국과 미국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본격적으로 대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마냥 대북 제재를 이어갈 수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한국 정부는 일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874호 이행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분위기 단속에 나서고 있다.
유명환 장관은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온다고 해서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1874호의 이행이 중단, 보류되거나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중국도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원자바오 총리 방북 이후 바로 북한에 양자대화 신호를 보내지 않고 팽팽한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다. 북미 대화가 평양이나 뉴욕이 아닌 제3국에서 ‘격’을 낮춰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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