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나진항 개발권 세일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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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함경북도 나선시의 나진항을 러시아와 중국에 적극 개방하고, 이르면 6개월 후 나선시 전체를 외국인투자가에게 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 참석한 리룽시(李龍熙)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당위원회 부서기는 지난 8일 “북측이 나진항 3호 부두 50년 사용권을 러시아에 이미 제공했고, 2008년 중국에 제공했던 1호 부두 사용권을 10년간 연장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2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재제와 화폐개혁 실패 등 일련의 위기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낙후 시설 해결책 전무

나진항에는 모두 5개 부두(1∼5호)가 있으나 대부분 시설이 낙후한 데다 항구에 이르는 철도나 도로 시설이 열악하다. 북한은 자금이 부족하고 자체적으로는 부두를 이용할 물동량도 없어 외자를 유치해 부두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한국 업체들에도 부두나 도로를 건설하고 그 투자비용은 일정 기간 항구나 도로사용료를 받아서 회수하는 방식을 제시해 왔다. 중국은 동북 3성에서 외국이나 상하이(上海) 등 남부 연안 지방으로 가는 물동량 수송을 위해 동해로 나가는 항구가 필요하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8일 북한이 나선시를 외국 기업에 완전 개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대북인권단체 ‘구출하자 북한 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에 따르면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이 이달 나선을 방문해 “6개월 후에 이곳을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의 이 같은 개방 방침은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나선시를 개방해도 당장 외자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나진항 부두 사용권을 제공하며 투자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잦은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정치적으로 위험이 많은 것은 물론 나진항을 사용하려면 항구 시설 개선과 항구에 이르는 도로 등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中, 동북지역 진출로 확보

북한의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1990년대 초반 두만강개발계획을 세울 당시부터 중국 동북지역이 동해로 나가는 출구를 얻기 위해 나진항 사용권 확보에 공을 들여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북한 영토인 나진항을 빌려 숙원이었던 동해로 나가는 길을 텄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가 이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사용권을 약속받았다는 다롄의 환경설비업체 창리(創立)그룹이 항구를 개발·운용할 만한 능력을 갖춘 기업인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 측이 동해 출해권을 확보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민간기업이 나진항 사용권을 확보했다는 뉴스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에도 훈춘(琿春)의 동림무역이라는 업체가 북한과 합작으로 나진항 3호 부두에 대한 50년 사용권을 얻었지만, 자금 유치 실패 등으로 인해 개발이 무산된 바 있다.
3호 부두는 나진항 내 5개 부두 중 입지 여건과 규모가 가장 좋은 곳이다. 북한은 이에 대한 불만 표시로 3호 부두 개발사용권을 러시아에 넘기고,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개발계획에서도 탈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나진항을 임대하는 것은 북한의 주권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북중 양국의 중앙정부 간 공식 합의가 필요하다”며 “중국의 민간 기업이 나진항 개발권을 확보했다는 말이 이전에도 수차례 나왔지만 실제로 현실화되지 못한 것은 정부 간 합의로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는 10월 착공하기로 한 신압록강대교만 해도 중국 측이 10년 이상 북측에 끈질기게 요구했던 사안으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해 10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합의하면서 건설이 확정된 바 있다.
최근 들어 조선대풍그룹의 100억달러 유치설, 압록강 위화도·황금평 개발, 나진항 개방 등 확인되지 않거나 과장된 개발 소문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관련보도 확인 중”

한편 중국이 북한 나진항의 10년 사용권을 얻었다는 보도에 대해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정확하게 아직 확인을 못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을 한 뒤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나진선봉지역에 대해서는 북한이 얼마 전에 특별시로 승격을 하는 그런 조치를 취한 바 있고, 아울러서 관련법을 개정했다는 보도도 있었다”며 이 지역의 관련동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 ‘키 리졸브’ 훈련이 8일 시작된 가운데 남북간 육로통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10시 30분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측은 지난해에도 키 리졸브 훈련을 앞두고 조평통과 총참모부, 최고사령부 보도, 외무성 담화 등을 발표하면서 훈련을 비난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 여러 남북간 통신 채널이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방북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천 대변인은 “판문점 채널의 경우 9시경 남북간 시험통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며 군 채널에서 아침 7시55분 출입동의서 보내와 육로통행도 특이사항 없이 정상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경 경의선을 통한 첫 방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편 8일 하루 동안 남측에서 경의선으로 886명, 동해선으로 39명이 각각 육로로 방북할 예정이며, 현재 평양에 체류 중인 남측 인원은 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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