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건강보험개혁안 통과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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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설명
 ⓒ2005 Sundayjournalusa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자체 설정한 건보개혁안 처리 시한이 불과 열흘 가량 앞으로 다가오면서 과연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또 통과되거나 통과되지 않을 경우 어떤 정치적 파장이 불어올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진보적 신문인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법안은 통과돼도 걱정이고, 안 돼도 걱정”이라며 그가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미치 맥도널 공화당 원내총무는 지난주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건보개혁안이 통과된다면 올 가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대패할 것”이라며 법안을 통과시키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을 위한 충고는 대개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라면서 건보 개혁법안은 정의의 문제이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백악관의 계획대로라면 내주 중 그 결과가 판가름 나게 될 이 법안의 운명은 2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맥도널과 오바마의 얘기 중 어느 쪽 얘기에 더 귀를 기울일지에 달려 있다고 NYT는 전했다.
고민하는 의원들은 건보개혁안이 통과되면 과연 민주당이 선거에서 대패할 것인지, 또 통과가 안 될 경우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떻게 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 투표가 오바마의 대통령직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이미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오바마는 지난 14개월의 재임기간 그의 대통령직을 모두 걸고 사실상 건보개혁안에 올인해 왔다.
만일 그가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이를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그의 지도자로서의 신뢰는 향후 몇 달 아니 몇 년 동안 심각한 손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이민법과 기후변화 관련 법안의 통과 역시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건보개혁안이 통과된다 해도 리스크는 적지 않다.
공화당은 이미 민주당이 이 법안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피하기 위해 어떤 입법절차를 사용할 경우 올해 다른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해 협력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공언해 놓은 상태다. 지난주 새로운 월가 규제책 논의를 위한 초당파적 협의도 공화당 측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가을 선거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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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국정 협력이 거부되는 사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올 가을 선거다.
칼 로브 전 백악관 수석보좌관은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그들은 여론조사에서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소셜 시큐리티 개혁안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안을 추진하다 지도력 위기에 봉착한 바 있지만, 다행히(?) 이들은 1995년 오클라호마 시티 폭발사건, 부시는 9.11 테러라는 외적 위기로 인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치러진 1994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그가 추진한 포괄적 예산 법안으로 인해 대패했다.
당시 클린턴 개혁안의 열렬한 찬성자였던 펜실베이니아의 마조리 메즈빈스키 전 의원은 NYT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내가 찬성한 법안의 장점을 설명하려면 4분이 걸렸지만 상대편이 나를 비난하는 데는 30초면 충분했다”면서 부유층에 대한 증세와 지출 삭감 등을 골자로한 이 법안이 여론전에서 완전히 밀리는 이슈였음을 고백했다.
메즈빈스키와 같이 당시 클린턴의 법안 추진을 찬성했다는 이유로 낙선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지금도 민주당내에서는 `1994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으로서는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통과시켰을 때의 예상되는 피해는 8달 후에나 나타나는 불가예측한 상황이지만, 통과시키지 못했을 때 오는 지지층의 급속한 이탈과 리더십 약화 등 정치적 부담은 당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그가 최선을 다했으나 통과시키지 못했을 경우, 또는 통과된 이후 예상되는 여론 악화 등으로 상처입게 될 약화된 리더십은 아직 3년이라는 잔여 임기와 다른 대통령에게서 찾기 힘든 열렬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수도 있을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대로 금주 내에 건보개혁안이 통과될 경우, 일단 그의 개혁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을 배제한 채 추진된 ‘건보개혁 역풍’이 클 것으로 우려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이민 및 교육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건보개혁이 사실상 좌초하는 것은 물론 그의 리더십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물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막판 표심 잡기

오바마 대통령은 이처럼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좌우할 건강보험 개혁법안의 표결을 앞두고 지지표를 단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막바지 공을 들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세일즈 하러 가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오하이오주로 이동하면서 건보개혁에 반대해온 민주당 데니스 쿠치니치 의원과 `부동표’로 분류되고 있는 마사 펏지 의원을 동승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1일 시작되는 인도네시아, 호주 순방을 앞두고 미국내 출장을 통해 건보 법안의 의회통과를 독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이날 오하이오주 방문을 이용, `반란표 요주의’ 대상인 이들의 입장을 돌리기 위한 맨투맨 스킨십에 나선 것.
특히 민주당내에서도 `좌파’로 꼽히는 쿠치니치 의원은 18일 혹은 19일께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건보법안에 `정부운영 보험(퍼블릭 옵션)’이 확실하게 반영돼야만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는 완강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
쿠치니치 의원은 이미 지난해 11월 정부 주도의 건보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할 당시에도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표결 전에 반드시 마음을 돌려놔야할 의원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연설에서 쿠치니치 의원을 청중에게 소개하면서 “노동자들을 위해 쉴새없이 일하는 의원”이라고 치켜세운 뒤, 청중 사이에서 “(쿠치니치 의원) 찬성하세요”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쿠치니치 의원이 들을 수 있게 다함께 소리 칩시다”라고 `압박’을 가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하원의 건보법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던 스콧 머피(뉴욕) 의원을 지난주 백악관으로 불러 독대하면서 이번만큼은 찬성표를 찍어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막판 설득이 일정 부분 먹혀들어간 듯 뉴욕 현지 언론에는 머피 의원이 이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인 `구애작업’에 나선 것은 민주당 의원 253명 가운데 38표의 반란표가 공화당 전원의 반대표와 결합할 경우, 건보개혁 입법은 무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하원의 건보표결에서 민주당 반란표 37표 가운데 찬성 쪽으로 일부가 돌아서기는 했지만, 이번 표결대상인 건보법안은 낙태에 관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당시 찬성했던 의원들 가운데 5-6명이 반대로 돌아선 상태여서 민주당은 법안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주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조 바이든 부통령은 15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날아가 스티브 드리하우스 하원의원의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참석, 건보법안 표결을 위한 한표 지키기에 비지땀을 흘렸다.
가톨릭인 드리하우스 의원은 작년 하원 건보 표결에서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번 표결 대상 법안이 낙태에 관대하게 돼 있어 찬성하기가 매우 주저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오바마는 ‘무인기의 제왕’

지난해 8월 5일, 파키스탄과 가까운 아프가니스탄 남와지리스탄의 한 가옥. 파키스탄 탈레반의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의 처가였다. 3㎞ 위 상공에서는 적외선 카메라가 부착된 무인항공기(UAV·Unmanned Aerial Vehicle)가 이 집을 며칠 전부터 감시하고 있던 참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범 사살을 위해 운용해온 항공기다.
어느 순간 갑자기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가 바빠졌다. 남와지리스탄의 무인항공기가 실시간으로 보내온 화면 때문이었다. 화면에는 메수드가 부인과 의사 등을 대동한 채 지붕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바로 이 때 아프가니스탄과 수천㎞ 떨어진 미국 랭글리에서 누군가가 버튼을 눌렀고, 남와지리스탄 상공에 떠있던 무인항공기는 메수드 장인의 집을 향해 공대지 헬파이어 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 순식간에 테러리스트 메수드를 비롯한 11명이 즉사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지난 13일 전한, 미국의 메수드 사살 과정이다. 슈피겔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무인항공기가 핵심이 되고 있다”면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소탕을 위해 무인항공기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해 1월 집권 이후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공격횟수는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 8년간 감행한 무인항공기 공격횟수보다 더 많다. 이 때문에 오바마는 ‘무인항공기의 제왕(King of the Drones)’라는 말도 생겼다. 메수드 외에도 알카에다 지도자 중의 한 명인 아부 라이스 알-리비, ‘이슬람 지하드 연맹(IJU)’ 지도자인 나지미딘 잘로로프 등이 미국 CIA의 무인항공기 공격으로 숨졌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외에도 이라크,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 무인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현대전 전문가 피터 싱어 박사는 “앞으로 미래 항공기의 3분의 1 가량은 무인항공기로 채워질 것이고, 따라서 테러리스트들을 잡는데 무인항공기가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지상전과 달리, 무인항공기 공격은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미국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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