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건보개혁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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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숙원’인 미국 건강보험개혁 법안이 2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의 서명을 남겨두고 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면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들은 법안폐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낙태, 증세 등 날선 이슈를 끄집어내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또 성난 시민들의 폭력으로 민주당 의원의 사무실이 파손되고 법률의 집행을 막기 위한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여론이 다시 나눠지는 등 건보개혁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특별취재팀>




공화당, 법안 폐지 선전포고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법안에 서명하는 자리에 이를 지지한 의원들을 초대할 계획이다. 또 이날 아이오와를 방문, 양분된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심어줄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렇게 법안 통과 축하 파티를 열 동안 몇몇 공화당 의원은 법안 폐지를 주장하며 포문을 열었다.
미셸 바흐먼 공화당 의원은 법안이 통과된 직후 “이 같은 일을 참고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 무효화를 선언했다.
존 맥케인 상원의원도 22일 ABC방송에 나와 “법안 무효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선거전인 11월까지 무효화 운동을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곳곳서 반대 목소리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34개나 나왔던 반면 공화당의 찬성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도 미국내 분열을 고조시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마저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피터 로스캄 공화당 의원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법안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존 베이너도 “미국의 목소리를 듣는데 실패했으며 미국의 의지를 반영하는데도 실패했다”면서 “우리가 의지를 반영할 수 없고 우리 자신을 실패하게 놔 뒀다면 이는 미국의 실패”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으로 3200만명의 무보험자가 의료헤택을 받게되며 이에 따라 업체와 고소득 개인이나 가구에게 세금부과가 확대된다. 공화당은 이번 법안으로 재정적자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금을 분석하는 딜로이트 택스에 따르면 건보개혁을 위한 고소득자 증세로 25만달러 이상을 버는 개인의 경우 450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미국내 핫 이슈인 낙태 문제에 대해서도 여론이 갈리는 양상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낙태시술에 연방기금이 지원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공표하는 것을 조건으로 같은 당내 마크 스투팩 의원 등 7명을 설득했다.
하지만 스투팩 의원이 낙태관련 조항을 언급하며 찬성표를 던지자 ‘아기 살인자(baby killer)’라는 외침이 의사당내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가운데)이 21일 의사당으로 동료 의원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의사봉은 1965년 메디케어(노인 무상보험)가 통과됐을 때 사용했던 것이다.


오바마, 리더십 부재?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폭력적인 행동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가브리엘 기포드 의원(애리조나)은 법안 지지후 사무실에 날아든 벽돌로 유리문이 깨지는 피해를 봤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성난 민심이 어느정도까지 행동할 수 있는지 눈으로 본 셈이다.
알라바마에 거주하는 한 블로거는 “오바마와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반대하고 주의를 끌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폭력”뿐 이라고 말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주 의원들의 보수단체 모임인 입법교류추진협의회는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국민에게 부담을 짊어주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또 플로리다를 포함해 8개주들은 일반적인 연방법률의 집행을 차단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사활을 걸고 추진한 개혁이 그의 정권에 타격을 가할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앱쉬리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재임기간 중 끔찍한 충격을 받은 패배”라며 “그의 권력이 타격을 받았다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없었다면 통과 어려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21일 미국 의료보험 개혁안 통과의 최대 주역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다. 펠로시 의장은 의보 개혁안을 놓고 엇갈리는 당내 여론을 찬성 쪽으로 모으면서 반대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의보 개혁안은 지난 1월 사실상 물건너가는 분위기였다. 매사추세츠주 보궐선거 패배로 상원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피해갈 수 있는 60석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펠로시 하원의장은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 등과 함께 하원이 상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고, 수정안을 상원이 통과시켜 보완하는 전략을 짜냈다.
펠로시 의장은 당내 보수파인 반낙태 강경파를 끌어들이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연방예산이 낙태지원에 쓰일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10명 가까운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펠로시는 이날도 표결에 앞서 “오늘 우리 사회가 미완수한 중요한 임무를 완성하고 모든 미국인을 위해 의료보험 개혁안을 통과시킬 기회가 왔다”며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개혁안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진로를 바꿀 법안이다”고 이날 찬성을 독려하는 등 의원들 설득에 노력했다. 결국, 이번 개혁안 통과는 펠로시 하원의장,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리드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총력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8월 숨진 고 에드워드 케네디 전 의원은 이번 의료보험 개혁안 통과의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미국 정계의 신뢰를 받았던 그는 의료보험 개혁이 ‘내 삶의 최대 존재 이유’라고 밝히며 여론의 토대를 닦아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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