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 강경책에 궁지 몰린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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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Sundayjournalusa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천안함 사태를 거치면서 강경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월20일 발표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5월24일 발표한 대북 대응 조처가 “전적으로 적절하다”며 강력한 한-미 동맹과 공조 의지를 과시했다. ‘악의 축’ 발언을 한 과거 부시 행정부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5월26일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은 어려움에 처한 한국과 언제나 함께하겠다”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강경 기조를 과시하듯 추가적인 제재 부과를 포함한 대북정책 재검토에 착수했고,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에 나섰으며, 추가적인 한-미 합동군사 훈련 실시 및 대북 군사경계태세 강화 등 무력시위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오바마는 왜 이렇게 강경한 것일까? 미국 전문가들도 참여한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의 결론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나왔다. 오바마 행정부 스스로 동맹관계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는 인식도 오마바 행정부에 퍼져 있다. 오바마와 이명박 대통령은 강력한 유대관계까지 맺어왔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미국의 강경책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최근 오바마의 대북정책 키워드로 부상한 ‘전략적 인내’란 대화와 협상이 복원되려면 북한이 먼저 조처를 취해야 하고 이를 위한 양보는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일컫는다. 여기에는 극심한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언젠가 굴복하고 나올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내포돼 있다.
이와 관련해 5월27일치 <워싱턴포스트>는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미국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천안함 사태를 거치면서 “북한의 (대외전략) 패턴을 종식시키겠다”는 오바마의 의지가 더욱 강해진 것이다.
오바마의 대북 강경책의 시발점은 지난해 4월5일이었다. 당시 오바마는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60주년 행사 참석을 마치고, 체코 프라하에서 발표할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역사적 연설문을 머리맡에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북한은 로켓을 쏘아올렸다. 보좌진들은 망설임 끝에 오바마를 깨웠고, 북한의 로켓 발사를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 오바마는 연설문을 직접 고쳤다.
“북한의 도발은 유엔 안보리의 행동뿐만 아니라 이런 무기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우리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규범은 구속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벌을 받아야 하며, 말(words)은 무언가을 의미해야 한다.” 북한이 발사한 위성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오바마는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제기했고, 이에 분개한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맞섰다.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상황 올 수도

그러자 오바마는 “북한의 행동 패턴을 종식하겠다”며 초강경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다. 미국 내에서도 ‘협상 무용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등 대화 국면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북한을 6자회담에 나오게 하기 위한 양보는 없다”는 강경론에 따라 6자회담은 표류했다. 천안함 사태는 이 와중에 발생했다. 결과적으론 오바마의 대북 인식을 더욱 강경하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



최근 한·미·일 3국이 ‘찰떡 공조’를 맺고 있는 데는 각국의 정치적 계산도 한몫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듯한 대응 조처를 취함으로써 ‘북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노란불이 켜졌던 미-일 관계는 천안함 사태를 거치면서 회복되고 있다. “후텐마 문제에 총리직을 걸겠다”던 일본의 하토야마에게도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동북아의 위기가 정치적 탈출구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천안함을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간주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처,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 발표, 오바마의 달라이라마 면담 등으로 악화 일로를 걷던 미-중 관계는 최근 이란 제재, 환율과 무역 불균형 해소 문제 등으로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은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할 직접적 카드이자, 다른 사안에서도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미국은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오바마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우선 오바마가 적극 후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은 북한의 강력한 맞대응을 야기하면서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만약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전쟁이 터지면 미국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 대통령에게 강력한 지지와 지원 약속을 한 오바마로서는 발을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한반도 분쟁에 개입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전시작전권 등 우월한 동맹 체제를 이용해 남한의 군사행동은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더라도, 북한까지 제어할 수는 없다. 또한 북한을 완충지대로 삼아온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나올지도 예상하기 힘들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오바마가 대북정책의 최대 목표로 내세워온 한반도 비핵화는 갈수록 요원해지게 된다. 한·미·일 3국의 전례 없는 강경 노선에 직면한 북한으로서는 핵무장의 전략적·안보적 가치에 더욱 집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 핵 카드 다시 꺼내들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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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북-미 관계도 남북관계에 이어 출구조차 찾기 힘든 전면 대결로 치닫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패턴을 종식시키겠다”는 이명박-오바마의 공조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이런 강경 노선의 이면에는 궁지에 몰린 북한을 더 밀어붙이면, 북한이 항복하고 나오거나 급변 사태가 발생해 김정일 체제를 아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특히 후자의 시나리오는 중국을 압박하는 데 유력한 카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계산에 따라 미국은 당분간 북-미 대화나 6자회담 재개보다는 대북 압박과 제재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남북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대규모 전력 증강을 통해 대북 무력시위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조만간 ‘전략적 인내’로 표현되는 대북 강경책의 딜레마에 또다시 봉착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전쟁불사론’으로 한-미 동맹의 위협에 맞서는 한편, 핵과 미사일 카드를 다시 꺼내들어 미국에 “대화냐, 대결이냐”를 물으며 양자택일을 압박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부시의 ‘실패한 외교’를 강력히 비판했던 오바마가 그의 대북정책으로 회귀하는 불안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하토야마 퇴임으로 미 – 일 관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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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시각으로 자정을 넘긴 시간에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신임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미국 요청으로 이뤄졌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합의에 대한 총리의 의지를 궁금해했고, 간 총리는 “합의를 기본으로 확실히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의 기능을 오키나와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약속한 미일 합의는 연립여당인 사민당의 이탈을 불러일으켜 이번 총리 교체로 연결됐다. 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이 모두 시민운동가 출신이란 점을 들어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서로 공통점이 있다. 캐나다에서 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선 오는 25일부터 이틀 동안 G8 정상회의(주요 8개국)가 열린다. 기지 문제 이외엔 큰 문제가 없어 양국 관계 회복의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퇴진을 지켜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반응은 역대 어느 일본 총리 교체 때보다도 신중하다.
내각제라는 정치 체제의 특성 때문에 동맹국인 일본의 잦은 총리 교체는 미국으로서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의 경우 취임 초부터 “미국 의존외교 탈피”, “대중(對中) 관계 강화” 외교 노선을 주창했고 특히 후텐마(普天間) 미군 기지 이전을 놓고 미국과의 갈등이 첨예했던데다, 퇴진의 결정적인 계기로 후텐마 문제가 꼽히기 때문에 여느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미국과의 외교문제가 결국 총리 교체라는 일본 국내 정치 격변의 동인(動因)이 됐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로서는 목소리를 낮출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 전문가로 정치전문 블로그 `워싱턴 노트’를 운영하는 스티븐 클레몬스는 “오바마가 하토야마를 퇴진시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하토야마는 자신을 냉대해왔던 오바마 대통령의 압력을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토야마 총리는 수개월동안 미국 정부와 일본 국민들에게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모순된 메시지를 보내왔고, 결국 지지율이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후텐마 논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변화하는 일본내 여론과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해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는, `합의 사항 준수’라는 원칙을 고집해 하토야마 총리를 궁지에 빠뜨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티븐 클레몬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하토야마 총리에게 `당신을 믿을 수 있냐’며 엄청난 압력을 넣었고, 냉대하는 태도를 유지해왔고, 제대로 소통하지도 않았고, 회담에서도 반기지 않으면서 하토야마 총리의 체면을 구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바마-하토야마’ 라인은 과거 `부시-고이즈미’ 라인에 비하면 소원하고 단절되다시피한 관계였다.
지난해 가을 후텐마 문제로 갈등이 첨예했을 때에는 미 행정부 주변에서 “하토야마와는 얘기가 안된다. 차기 총리와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현재 아시아 외교에서 가장 까다로운 존재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발언까지 나와 미.일 동맹에 균열 조짐이 감지됐다.
더구나 ‘보다 평등한 미.일 외교’를 주창하며 중국에 더욱 다가서는 외교를 앞세운 하토야마의 노선은 미국 당국자들을 우려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기도 했다.
물론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하토야마 총리가 국민들의 기대치들을 관리하는데 실패했고 국내 정치적 스캔들까지 겹쳐 물러났다”며 하토야마 총리 퇴진을 자신의 정치적 역량 문제로 돌렸다.


미일관계 개선 희망

하지만 미 행정부내에서는 하토야마 퇴진이 미.일 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차기 총리는 하토야마의 `실패한 외교 실험’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는 듯하다.
특히 일본 국내 정치의 입장에 따라서 미.일 동맹 문제가 이리 저리로 굴러가는 `정치적 축구게임’이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백악관은 하토야마 퇴진 하루뒤인 2일 성명을 통해 “미.일 양자관계는 매우 강하고 공통의 이해.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우리는 차기 일본 총리, 일본 정부와 양국의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미.일 동맹을 강조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 싱크탱크인 저먼 마셜 펀드의 아시아 문제 선임 연구원 대니얼 트위닝은 포린 폴리시 인터뷰에서 “기존의 후텐마 합의가 지켜졌고, 하토야마가 물러났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문제를 잘 처리한 셈”이라며 “이제 새로운 일본 지도자를 맞이해 다른 이슈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 폴리시 포인트의 일본 문제 전문가인 민디 코틀러는 “많은 희생을 낳은 승리”라며 하토야마 퇴진을 기뻐할 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고 규정한뒤 “미국이 자민당 향수에만 젖어있지 말고 일본 변화의 상징인 민주당의 부상에 맞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일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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