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실체 완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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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강타한 위키리크스 충격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선데이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가 미 정부로부터 한반도 정세 등과 관련한 위키리크스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는 지난 대선 당시 최대 이슈였던 BBK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 등이 자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초강대국 미국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서 전 세계 외교가가 시끌벅적하다. 미 국무부가 전 세계 274개 해외 주재 미 공관(대사관, 영사관 등)과 주고받은 비밀 외교 문건들 수만여 개가 지난 28일부터 고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org)’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1급 기밀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2급 기밀 1만 5652개, 3급 기밀 10만 1748개 등 모두 25만 1287개가 폭로될 예정이어서 미국은 물론 해당국들 모두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처럼 외교가가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이번 재앙을 주도한 ‘위키리크스’에 쏠리고 있다.
이 사이트는 어떤 곳이며, 또 어떤 목적으로 이런 폭로전을 벌이는 걸까. 그리고 그 배후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 걸까. 
                                                                                     <데이빗 김 객원기자>



지난 4월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동영상 한 편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007년 이라크 상공을 날고 있던 미군의 아파치 헬기에서 촬영된 이 동영상에는 미군이 지상에 있는 이라크 민간인을 오인 사살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바그다드 상공을 정찰 중이던 헬기의 조종사가 “아래에 있는 무리들이 무장을 한 것 같다”고 말했고, 이어 사살 명령을 받은 미군이 지상의 12명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들 가운데에는 이라크인 로이터 기자 한 명과 그의 운전기사 그리고 두 명의 어린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회수 480만 회를 기록한 이 동영상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영국의 BBC 방송 등은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듯 총을 쐈다”며 맹비난했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된 미군의 기밀문서 9만 건을 무더기로 폭로했으며, 10월에는 이라크 전쟁 관련 기밀문건 39만 2000건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미군의 주장과 달리 2003~2009년까지 미군에 의해 살해된 이라크인은 10만 9000명에 달한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6만여 명이 민간인이라는 사실도 고발했다.
물론 위키리크스의 표적이 미군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위키리크스가 비리를 고발한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사이언톨로지 실태 폭로, 스위스은행 관련 문건 공개, 케냐정부 부패 폭로, 영국 기후변화 과학자들의 비리 폭로, 영국 극우파정당(BNP) 당원 명부 공개 등 비윤리적인 행위라면 정부, 기관, 민간기업을 가리지 않았다. 또한 2008년 미 대선 때에는 세라 페일린 공화당 후보 이메일의 받은편지함과 주소록의 스크린샷을 공개해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케이블 게이트’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세계 대형은행들의 비리를 고발하겠다면서 차기 폭로 대상까지 미리 선포해 놓은 상태다.
이런 굵직한 폭로들 덕분에 위키리크스는 현재 설립된 지 3년 만에 미국은 물론 각국 정부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국가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또한 이와 반대로 2008년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뉴미디어상’에 이어 2009년에는 국제사면위원회의 인권부문 ‘보도기관상’, 그리고 올해에는 전직 CIA 요원들의 ‘샘앤더스협회’가 수여하는 ‘샘앤더스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 명성도 얻고 있다.


위키리크스 정체는?


그렇다면 이처럼 폭로를 할 때마다 온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위키리크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부, 기업, 기관 등의 비밀 문건을 공개하는 사이트로 유명한 이곳은 특히 중동지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구소련 연방, 아시아 등 폐쇄적인 정부에 관심이 많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밀문서는 12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12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처음 설립된 위키리크스는 익명의 중국 반체제 인사, 미국, 대만, 호주, 남아프리카 출신의 수학자 및 공학자들이 모여 만든 것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이들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베일에 싸여 있다.
유일하게 신원이 알려진 인물은 스스로를 ‘설립자’보다는 ‘편집장’이라고 부르는 줄리언 어샌지(39)다. ‘언론의 자유’와 ‘검열 반대’를 외치는 그는 “정부의 비밀을 공개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해주는 것”, 그리고 “국민들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위키리크스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보제공자(내부고발자)와 언론사 간의 ‘중개인’ 역할을 하는 것도 이 사이트의 주된 활동이다. 이번 ‘케이블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위키리크스는 매번 폭로를 할 때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슈피겔> 등 유력 일간지에 미리 전문을 보내서 문건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파장을 극대화하곤 했다.
이들이 수집하는 정보는 100% 익명 제보에 따른 것들이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진 이 사이트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글을 쓰거나 편집 또는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식으로 운영된다. 익명으로 포스팅된 글은 사용자들 간에 공개 토론되기도 하며, 누구나 추가 설명을 덧붙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제보를 무작정 다 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아니다. 기자, 과학자, 공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과 국제단체로 이루어진 ‘검열 그룹’이 정보의 진실성, 신뢰성, 정확성, 위조 가능성 등을 검증한 후 믿을 만한 정보들만 추려서 사이트에 올린다. 또한 정보제공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도 위키리크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어샌지는 “우리는 최고기술의 암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정보원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복잡하고 정교한 암호를 사용해서 문건의 출처가 추적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버도 분산 배치


따라서 위키리크스의 서버들은 정보원의 법적 보호가 보장된 스웨덴, 벨기에, 아이슬란드 등 여러 나라에 분산 배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각국의 서버는 12명으로 이루어진 핵심 그룹이 맡아서 관리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익명으로 신원이 철저히 보장된 사람들이다. 또한 무보수로 일하는 자원봉사 협력자들이 전 세계에 1000여 명이 있으며, 이들은 암호 해독, 보도자료 작성, 프로그래밍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처럼 본부는커녕, 사무실이나 국적도 없는 위키리크스를 가리켜 어떤 블로거는 ‘최초의 무국적 언론매체’라고 말하기도 한다.
100% 자원봉사자들이 꾸려가기 때문에 서버 운영비로 매년 20만 유로(약 3억 원)가 지출될 뿐 운영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서버 운영비 역시 사회운동가, 언론인, 시민단체, 일반인 등이 모금한 기부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최초의 설립자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진 호주 출신의 어샌지에 대해서는 ‘미스터리맨’ 혹은 ‘베일에 싸인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집도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은둔 생활을 하거나 가급적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수수께끼 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비정기적으로 불쑥불쑥 모습을 나타내는 곳은 주로 언론의 자유나 검열에 관한 회의나 심포지엄에 참석할 때나, 혹은 직접 나서서 폭로를 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뿐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물론 각국 정부의 추적을 피해 도망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11월 초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총회 때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현재 종적을 감춘 상태다.
현재 스웨덴, 영국, 케냐, 탄자니아 등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면서 위키리크스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배낭 하나에 양말 여러 켤레와 휴대폰,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노트북 등을 넣고 다니면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샌지와 함께 여러 주를 생활했던 <뉴요커> 매거진의 라피 카차두리안 기자는 “그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장시간 버틸 수 있으며, 잠을 거의 자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에 집중하곤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매우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그의 곁에 있으면 누구나 그의 일을 도와주고 싶어 하고, 또 돌봐주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어센지는 누구?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어샌지는 3년 동안 6군데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 철학 등을 공부했던 나름 괴짜였다. 어린 시절부터 유랑극단을 운영했던 어머니를 따라 30번 넘게 이사를 다닌 탓으로 정식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하거나 도서관에서 독학을 했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홀로 터득할 만큼 영리한 두뇌의 소유자였던 그는 16세 때부터 친구 두 명과 함께 ‘국제적 파괴자’라는 그룹을 결성해 대학교, 은행 등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등 해커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호주에서 처음으로 ‘Suburbia’라는 이름의 인터넷서비스사업을 시작했는가 하면, 1994년부터는 프로그래머 및 무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리고 2006년에는 마침내 자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재능과 정보 공유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접목해서 위키리크스를 탄생시켰다. 여기에는 전 여자친구와 아들의 양육권 분쟁을 벌일 당시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품었던 경험도 한몫했다. 당시 소송에서 패했던 그는 양쪽 부모 모두가 자녀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중앙 데이터은행’을 만들자는 시민운동단체를 설립했었다.
한편 현재 그가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도망 다니는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미국 정부의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성범죄 혐의’ 때문에 할 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스웨덴에서 두 명의 여성을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그는 현재 스웨덴 검찰을 피해 도주 중인 상태다.
스웨덴의 지역 신문에 따르면 어샌지는 8월 14일 세미나를 마친 후 한 여성을 성폭행했고, 이틀 후에는 사회민주당 소속의 기독단체인 ‘기독사회민주당협회’ 일원이자 자신의 세미나 및 기자회견 일정을 조정해주는 등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던 여성을 성폭행했다. 이 여성의 집에서 묵고 있던 어샌지는 “분명히 서로 동의 아래 성관계를 맺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이 여성은 “처음에는 동의해서 시작했다. 하지만 콘돔이 찢어진 걸 알고는 그만두려 했지만 그가 강제로 계속 성관계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샌지는 “미국의 더러운 술수다. 내가 미군 기밀을 폭로하자 복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위키리크스의 활동에 앙심을 품은 자들의 소행이라면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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