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훈 칼럼 : ‘이명박 꼼수’와 ‘박원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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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미국 동포사회에서도 요즘 꼼수를 찾는 술래잡기 놀이가 한창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라디오 토크쇼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지난 823일 기준 아이튠즈 팟캐스트에서 미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 계정을 갖는 것은 쉽지 않아 미국 1위의 일등공신은 아마도 재미교포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넷 라디오나꼼수열풍이 거셉니다. 지난 10 15일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이겨봤자 본전치기인 나꼼수에 출연해 4명의 고정 패널과 이판사판식 말싸움과 기싸움을 벌였습니다. 상식선의 다수 국민과 언론인들에겐허접 쓰레기수준의막가파 방송인 나꼼수의 현재적 파워를 역설적이게도 집권 여당이 인정해준 꼴이 됐습니다.


꼼수의 사전적 의미는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입니다. ‘나는 꼼수다를 인터넷 사전 <위키백과>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딴지일보에서 제작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국내 유일 각하 헌정방송을 표방하며,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인 이명박과 주변 인물들, 그리고 여러 사건들에 대한꼼꼼한시선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2011 4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나꼼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3 2월까지만 한시적으로 방송할 예정입니다. 그 이유는감옥에서는 스마트폰을 쓸 수 없기 때문이라네요. 그때 가면 이명박이 감옥 들어간다는 얘긴지, 저희들이 들어간다는 얘긴지, 웬만한 꼼수로는 헤아리기 힘듭니다.


나꼼수엔 4명의 입담 좋은 패널이 등장합니다. 자칭 딴지그룹 총수 김어준, 시사평론가 김용민, 전 국회의원 정봉주, 인터넷 신문 기자 주진우가 그들이지요. 일반 신문이나 방송, 심지어는 폭로전문 주간지나 진보적 인터넷 매체에서조차 다루지 않는 정치판의 숨겨진 얘기들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엮어냅니다.


여기 등장하는 모든 사건과 이슈들은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출하는 꼼수정치의 산물이 되지요. 나꼼수가 이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방송을 끝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꼼수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재미만 있으면 되고 MB정권을 혼내주고 흔들 수만 있으면 그만입니다. 이들이 지향해 만들어내는 여론은 따라서 끔찍이도 편파적입니다. 사실과 거짓이 뒤죽박죽된 팩션(faction)스타일의 이야기 구성, 뉴스인지 예능인지 헷갈리는 프로그램의 포맷,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과 흑색언론(Black journalism)을 넘나드는 선정적 폭로성 등은 나꼼수를 언론의 아류로 소속시키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나꼼수의 1회 첫방송 주제는 BBK 사건이었지요. 가수 서태지와 탤런트 이지아의 파경 스캔들이 김경준 에리카 김의 BBK 사건과 깊숙이 연관돼있다는 내용입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부산저축은행 ▲탤런트 장자연 자살과 인천공항 ▲곽노현과 10.26 ▲왕재산과 삼화저축은행 등 전혀 상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사건을 하나의 얼개로 엮어 청취자들의 상상력과 말초 본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그럴수도 있겠네…. 설마 그럴려구…. 어쨌든 재미는 있네….” 인식능력이 저마다인 나꼼수 팬들이 말하는 저마다의 품평(品評)입니다.


 


나꼼수 안 들으면 간첩?


 


나꼼수는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정치적 사건을 대통령 MB의 꼼수정치에서 천착합니다. 만악(萬惡)의 근원이 이명박인 셈이지요. 대통령을 잘근잘근 씹어놓고는 클로징 멘트로가카(각하)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라는 한마디를 야지랑스럽게 찔러 넣습니다. “그럴 만한 인간으로 거의 단정적으로 매도해 놓고는 끝에 가서그러실 분이 아니다라고 슬며시 꼬리를 내리는 치고 빠지기식 공격에가카는 시쳇말로 돌아버릴 지경이겠지요. 절묘한 이 면피성 멘트 탓인지 나꼼수의 4인방은 허위과장조작명예훼손편파방송을 이악스레 반년이나 하고도 아직 한 번도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검찰청사의 그 몹쓸(?) 포토라인에 선적이 없습니다.


이 방송에 열광하는나꼼수 폐인들은 당연히 젊은층과 사회 불만층, 야당지지자, 진보좌파 세력들이지요. 허지만 40대 이후의 중장년층, 여당지지자, 보수우파 중에서도 중독자가 꽤 많습니다. 기업인과 고위 공무원, 그리고 정치인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자동차 속에서 나꼼수 듣는 재미에 푹 빠져지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네요. 동아일보 박제균 정치부장이 10 14일자로 쓴 칼럼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 민주화의 일등공신은 박정희다라고 틈만 나면 박정희 찬가를 부르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나는 꼼수다의 애청자가 됐다. 걸핏하면좌빨운운하던 그가 왜 나꼼수를 애청하게 됐는지 묻자 돌아 온 답. “좌편향인줄은 알지만 너무 재미있다.” 기존 언론에서 흉내낼 수 없는 재미를 무기로, 나꼼수 또한 이미 장외언론의 반열에 올라섰다…. 기존언론이 이렇게 편파보도를 했다가는 난리가 났을 것이다.


 


MB의 꼼수…나경원 울려


 


나꼼수의 고정패널 중 하나인 정봉주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원장입니다. 명색이 라디오 시사토크쇼 진행자인데 박원순의 선거대책 위원장을 맡아 나경원 죽이는 편파방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홍준표와의 말싸움에서 나꼼수 4인방은 박원순의 병역면탈을 열심히 옹호하며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병역 문제를 거론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검사출신인 홍준표 대표가 이들의 병역 관계를 따졌는데 김어준과 김용민은 방위, 정봉주는 면제, 주진우는 노코멘트였다지요. ‘꼼수의 달인들이 군대 안가는 꼼수만큼은 제대로 한번 써먹은 모양입니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는 말 그대로 초박빙의 승부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선거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방송 3사의 합동 조사는 박원순 40.5% 대 나경원 38.2%로 박의 2.3% 리드,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나경원 42.4% 대 박원순 41.1%로 나의 1.3% 리드로 드러났습니다.


선거당일 어느 쪽이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많이 이끌어 낼지가 첫째 관건입니다. SNS 등을 통한 당일 동원력에서는 야당 쪽이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막판 젊은 층들이 몰려들어 전세를 역전시킨 예가 많았지요. 허지만 이번엔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서울시의 좌파점령을 우려해 예상 밖의 결속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선거 막판 1주일의네가 꼼수다식의 네가티브 캠페인도 변수입니다. 인터넷 라디오 나꼼수는 선거 직전 나경원 후보를 KO시킬결정적 한방을 벼르고 있습니다. 나후보 부친이 운영하는 학교재단 관련 폭로 같은데 파괴력이 얼마나 클지 한나라당 쪽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청와대판나꼼수 소동도 나경원 후보 측으로서는 예상치 않은 돌발악재입니다.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사저를 짓기 위해 내곡동에 40~50억원짜리 땅을 샀는데, 대통령이 부담해야 할 사저부지와 국고가 부담해야할 경호시설 부지를 한 덩어리로 묶어 구입하는 꼼수를 부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돈 문제에 관한한 늘 중증의 도덕 불감증세를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하필이면 이 절박한 선거정국에서 또 한 차례 대형사고를 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나꼼수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면 클로징 멘트는가카는 당연히 그러실 분입니다로 바꿀 겁니다. 나경원 표 떨어지는 소리가 아작아작입니다.


선거막판 안철수 교수의 박원순 지원 유세 여부도 변수입니다. 안철수가 세간의 평판대로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이라면 지난 한달 사이 지킬박사에서 하이드씨로 변신한두 얼굴의 시민운동가박원순의 손을 다시 한 번 자신있게 들어주기는 겸연쩍고 쪽 팔리겠지요. 그렇더라도 반보수반한나라당의 자기 정체성을 이미 분명히 드러낸 안철수로서는 자질과 도덕적 결함 탓에 의외로 고전하고 있는 박원순을 끝내 나몰라라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투표율이 변수입니다. 45%가 넘으면 박원순이 유리하고 못 넘으면 나경원이 웃을 거라는 얘기지만, 꼭 그럴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번 선거의 열기로 보면 45%를 훌쩍 넘을 것 같기도 하고, 지나친 꼼수 캠페인이 정치 혐오감과 무관심을 불러 오히려 투표율 저조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꼭 투표를 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 여당 후보가 이기고 있는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입니다. 정말, 진짜, definitely 가늠하기 어려운 선거입니다.


 


<201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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