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대한민국의 ‘한류 1번지’다. 지금 태권도가 국제올림픽의 유일한 무예종목으로 자리잡은 것도 세계 각국에 진출한 우리 태권도 사범들의 희생과 공헌 때문이다. ‘태권도의 메카’는 국기원이라고 한다. 또한 국기원은 세계태권도의 본부이다. 이 같은 국기원(이사장 김주훈, 원장 강원식)이 미국 태권도 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해 분쟁이 되고 있다. 소송의 이유는 국기원이 미국의 태권도 단체와 체결한 계약을 이행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소송이 장기화되고 이와 관련된 국기원의 체계로 문제가 확대될 경우, 태권도와 한국의 이미지가 손상될 위험성도 있다.
오늘날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기원이 체계를 제대로 운영치 않을 경우, 세계 스포츠계에서 가라데나 쿵푸 등으로부터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과거 미국내에서 태권도와 관련된 비리 문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중요직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도 겪은 적이 있었다. <성진 취재부 기자>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이 된 한국의 자긍심이다. 그러나 2013년에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현재의 26개 경기종목에서 한 종목을 제외한 25개 종목을 선정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 가라데, 야구, 소프트볼, 우슈 등 경쟁종목들이 경기종목에 들어가려고 온갖 노력과 로비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 태권도가 계속 남아 있을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다. 올림픽 무대에서 태권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세계태권도 본부인 국기원이 제 기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태권도가 소송 문제로 이미지에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문제는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재 미국 콜로라도주 엘파소 지방법원 제5호 법정에서는 한국의 국기원과 USTC(미국 태권도위원회 회장 이상철)와의 소송 사건(사건번호 2011CV989)이 진행되고 있다. USTC는 2011년 1월 특수법인 국기원이 재단법인 국기원을 승계하면서 과거에 USTC와 체결한 미국지부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를 했다는 이유로 국기원을 상대로 150만 달러(한화 약 1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미 지난 1월 5일과 6일 1차 공판을 마쳤다. 국기원 측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1차 공판의 주된 쟁점은 외국주권면제법 적용 여부와 원고에 대한 자격유무였다”며 “해외지부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의 문제는 차기 공판에서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USTC측은 이번 공판에서 손해배상 청구금액인 150만 달러보다 70만 달러가 상향된 220만 달러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차기 공판에서 이 액수를 다룰 것이라고 했다. 외국주권면제법 적용이 쟁점
첫 공판 결과, 외국주권면제법 적용 여부와 관련해 양 측은 14일 후에 법원 결정을 요청했다. 미국지부 승계 문제와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차기 공판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다. 또한 법원은 이상철 회장의 원고 자격에 대한 판정은 후일로 미루었다. 이날 공판에서 USTC 측은 기존 손해배상 청구금액을 150만 달러보다 70만 달러 상향된 220만 달러(한화 약 25억원)를 청구하면서 회계사의 전문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법원은 차기 공판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쟁점은 법원이 외국주권면제법을 이번 소송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이다. 만약 미국법원이 국기원이 한국정부 관리하에 있는 기관으로 간주하여 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 이 소송은 국기원 승소로 여기서 종결된다. (물론 항소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하면 계약 성격과 내용 등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된다.
외국주권면제법(Foreign Sovereign Immunity Act)은 미국이 1976년에 제정한 법률로 미국법원에서 외국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 놓은 것이다. 이 법 제1602조에서는 ‘국제법상 상업활동에 관한 한 국가는 외국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1605조 내지 제1607조에서는 미국과 적절한 관련이 있는 상업적 활동, 외국이나 그 공무원 또는 피고용인이 미국에서 신체적 상해, 사망 또는 재산상의 손실 등을 야기하는 비상업적 불법행위를 행한 경우 등 6가지 경우를 재판권이 면제되지 않는 관례로 명시하고 있다.
또 하나는 미국법정에서 심리할 수 있다고 판정이 될 경우,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된 국기원이 USTC와의 계약내용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승계할 것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여야 한다.
태권도 진흥법 부칙 제 3조 4항에 따르면 국기원은 설립등기일에 재단법인 국기원의 모든 권리의무와 재산관계를 승계한다고 되어있다. 만약 법정이 USTC와의 계약도 승계에 포함시킨다면 USTC의 승리가 된다. 만약 승계될 수 없는 것이라고 판정할 경우 국기원이 향후 진행하게 될 모든 국제적인 사업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이어서 국기원의 이미지에 손상이 될 수 있다.
즉,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승계키로한 ‘권리의무‘의 범위에 계약상의 의무도 포함 되느냐를 판정하는 것이 다음 공판의 과제이다. 국기원은 권리의무에는 공적이고, 국가적인 의무만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USTC는 사적인 계약상의 의무도 반드시 승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회정산에 문제점 한편, 국기원은 이상철 USTC회장에 대해 2008년 미국 LA에서 개최된 세계태권도한마당 예산 지원과 관련한 횡령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상철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8년 10월 28일자로 국기원 측이 정산을 승인하면서 원장 등 관계자들이 서명했다”면서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문제 삼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국기원 측의 김재수 변호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기원 측은 정산보고서를 접수한 것이지 승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추가적인 영수증 등 증빙서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본보가 국기원과 USTC의 자료를 수집한 결과, USTC측은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를 끝내고, 홍보비 76,000 달러에 대한 정산으로 TV광고비($45,000), 신문광고비($15,000) 그리고 지역순회홍보비($16,000) 등을 간단히 열거했다. 일반적인 정산보고서에는 기본적으로 내역과 영수증이 부착되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USTC측이 제출한 정산보고서는 문제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번 소송의 논쟁에서 이 정산보고와 계약해지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사항이다. 아마도 국기원 측은 소송을 제기한 이상철 회장에게 협상카드로 2008년 한마당대회 관련 공금횡령혐의로 고발 한 것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소송의 배경에는 태권도계의 고질적인 행태인 파벌싸움도 깔려져 있다.
또한 국기원의 행정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국기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미래를 준비하는 국기원” “태권도의 역사와 미래, 국기원이 중심입니다” “소통과 문화교류로 하나 된 태권도”라는 구호 등이 보인다. 이같은 구호의 정신대로 나가지 않는다면 국기원의 미래도 암담해지고, 그 동안 세계 각국에서 터전을 닦아놓은 태권도 “태권도 원조 사범”들의 노력과 희생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처음 선보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한 이후, IOC에서 1000만 달러씩 보조금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기원이 글로벌 시대에 맞는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많은 태권도인들이 의구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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