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 2월이 고비…풀릴 것인가, 꽁꽁 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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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4년 동안의 대북 강경책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더욱 키워주는 등 내용적으로 파탄이 났다. 남은 임기동안 대북관계를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면 바로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 2월 이후에는 한·미 군사훈련과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해빙의 물꼬를 틀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끝낼 것인가. 이명박 정부 4년간 밑바닥을 헤매온 남북관계의 운명을 판가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임기 1년 역시 이 상태로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 다음 정부에 누를 끼치지 않을 정도라도 관계를 복원’할 것인지 늦어도 2월이 가기 전에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2월을 넘기면, 물리적으로 어렵다. 큰 산이 두 개나 버티고 있다. 그 하나가 2월27일~3월9일로 잡힌 키리졸브 훈련과 3월 말 예정된 한·미 양국 해병대의 쌍룡훈련이다. 연례행사처럼 열려온 키리졸브 훈련은 그렇다 쳐도, 1989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이후 23년 만에 부활한 한·미 해병대의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은 자칫 심각해질 수 있다. 북한은 벌써부터 북침전쟁 연습계획이라 맹비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편집자 주>



4월로 넘어가면 총선이 기다린다. 올해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사회의 세력관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그 이전에 남북관계의 디딤돌을 놓는 데 실패하면 모든 게 이 정권의 손을 떠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 내 약 70%에 이르는 강경파들이 총선 결과를 보며 전략적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북관계를 다음 정권으로 미룬다는 뜻이다.


남북의 강경파는 서로 닮았다. 한쪽의 강경정책이 다른 쪽의 강경 대응을 불러온다. 지난 4년의 ‘강(强) 대 강(强)’의 대립은 이제 내용이나 명분 측면에서 파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많다. 더 이상 이를 지속하는 것은 허세에 불과할 뿐,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정권 초부터 대북 정책을 주도해온 남쪽의 강경파들은 북한 비핵화를 명분으로 모든 대북 지원과 경협을 끊어왔다. 남북의 첫 충돌로 기록될 사건이 바로 2008년 3월20일로 예정됐던 안변조선단지 실사단 파견 문제였다.


지난 10·4 합의 당시 대표적인 남북경협 사업이기도 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안변 조선단지 건설 예정지를 실사하기 위해 분단 이후 최초로 50여 명의 실사단이 동해 직항로를 따라 북한을 방문해 안변 앞바다를 시추하고 기후·풍향·암반 등 입지 조건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통일부 해체를 거론하는 분위기에서 입도 뻥긋하기 어려웠다. 
















 

경협 중단 중국 대북 영향력 키워


그러자 북한은 3월 14일경 실사단을 안 보내면 남북관계가 파탄에 처할 것임을 경고했고, 3월26일 새벽 개성공단의 남측 관리요원을 모두 추방시켜 버렸다.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기업인 출신에다 건설·토목 전문가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를 통 크게 할 것이라고 보고해온 북한 내 대화파 28명이 모두 숙청당해버려 초장부터 ‘강 대 강’ 대결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뒤에도 대화의 실마리를 이어가고자 하는 남북 간 대화 시도는 있어왔다. 2009년 10월 임태희 장관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사이의 싱가포르 회동, 뒤이은 11월 개성에서 있었던 통일부·국정원과 북측의 비밀회동, 그리고 지난해 1월 김숙 국정원 차장의 평양 방문과 5월9일 중국에서의 남북 비밀 접촉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네 번의 비밀 접촉 모두 합의하고 돌아서면 강온파 다툼과 언론 플레이, 이명박 대통령의 일관성 없는 태도 등으로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현인택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류우익 장관이 유연한 자세로 북한과 채널을 열어가려 할 때도 정권 주변의 강경파들의 견제로 곤욕을 겪었고, 이 대통령에게 “전권을 주든지 아니면 그만두든지 하겠다”라고 최후통첩을 하고 난 뒤에야 겨우 남북관계는 통일부가 전담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한다. 그러나 여전히 견제의 손길은 만만치 않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김정은이 권좌에 오르면서 국내외의 실질적인 사업은 장성택을 비롯한 7인 집단지도체제의 협의 하에 처리되는 구조이나, 김정은을 보좌하는 군과 보위부의 견제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대남관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지난 4년간 지속돼온 양측의 강 대 강 대립이 이제 내용적으로 파탄 났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 내 강경파들은 ‘대북 지원을 끊으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해왔는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들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측에 호의적이었던 북한 민심이 적대적으로 돌아선 마당에 통일 운운하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말로는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이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는 것인지 정책적으로 전혀 입증된 바가 없다.


북한에 대한 쌀·비료 지원이나 금강산 관광자금, 그리고 대북 경협을 중단했지만 약화된 것은 남쪽의 대북 영향력과 북한의 대남 의존성일 뿐이고, 오히려 중국의 대북 영향력만 키워주는 꼴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이제 보편화돼 있다.


또한 북한 체제의 자생성이 강화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요즘 강성국가 진입의 상징으로 연일 강조하는 ‘함남의 불길’ 핵심 사업이 흥남 비료공장의 현대화이다. 그 내용은 바로 남쪽에 그동안 의존해온 쌀, 비료를 대체하기 위해 흥남 비료공장의 비료 생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이 시작된 시점이 이명박 정부 들어 쌀 비료 지원이 중단되면서부터였다는 점에서 그 배경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앞으로 ‘더 이상 남쪽에 손을 벌리지 않을 정도로 식량 생산을 늘리는 것’이 결국 이 사업의 목표인 셈이다.



북한경제 자생력 키워


30만KW에 이르는 희천 수력발전소 건설이나 평양의 화력발전소 개보수, 그리고 중국으로부터의 화력발전소 지원 등으로 이루어지는 전력 확충 사업과 평양의 10만 호 건설 계획 등도 우여곡절은 겪었으나 완공 단계에 진입하는 등 의식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상당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경파들 주장대로 압박을 통해 북한 경제가 악화되기는커녕, 자동차와 휴대전화 판매량 급증에서도 드러나듯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많다. 결국 이들의 대북 인식이 순 엉터리였을 뿐 아니라 우리의 손발만 자해한 수준의 정책에 불과했다는 점이 입증됐다.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 강경파들의 태도 역시 감정적으로 후련할지 모르나 무모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아무것도 안 해버리면 내년 새 정권 들어 장관 임명하고 청문회 거치는 기간 등을 합쳐 최소한 1년 6개월에서 2년간은 공백이 계속 이어진다는 소리다. 올해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을 계기로 강성국가 진입을 선언한 직후부터 경제개발에 몰두하려는 북한의 내부 계획과 상충이 벌어진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부터 올해 4월을 계기로 경제개발을 위한 지역 특화전략에 돌입할 계획을 추진해왔다고 한다. 나진·선봉·신의주는 주로 중국과 손을 잡고 물류 및 원유 정제 사업, 그리고 경공업 단지 등에 치중하고, 김책의 제철사업과 원산·청진의 조선사업, 그리고 남포의 전자단지 육성 등 주로 중화학공업 분야 발전에 치중한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남한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에는 3년간 문을 닫아걸어도 괜찮았지만, 이제는 경제 규모가 커져서 불가능하다. 중화학공업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해외파들이나 경제 담당자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지금이라도 남북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당장에라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업은 얼마든지 있다. 자원 개발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으나 정권 끝날 때까지 사기만 당해왔지 제대로 된 실적은 하나도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북한대로 6·15 선언에서 북한 자원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해 이용한다고 명시해놓고 있어서 그 자체로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사업인 셈이다. 더구나 지금 판로가 중국으로만 좁혀져 있다보니 중국이 이를 헐값으로 후려쳐도 달리 방법이 없다. 앞으로 자원 수출을 다각화하려면 도로와 항만 등의 개발이 필수적인데, 남쪽 협력 없이는 어렵다.


사실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한 5·24 조치는 이미 수명이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진실 규명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해도 천안함의 해법은 공론화만 안 되었지 그동안의 비밀 접촉에서 다 나왔다. 최소한 5·24 이전에 추진했던 경협 사업이라도 지금 당장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류우익 장관에 대한 북한의 의구심이 바로 인도적 지원만 하면서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경협 사업에 대한 해금 조치는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북한에 투자한 기업인들의 현지 실태 조사 방문은 하루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대화채널 구축 시급



한 걸음 더 나아가 6·15 공동선언과 연관된 식량 및 비료 지원, 그리고 10·4 선언에서 언급된 대북 협력 사업에서도 일정한 성의 표시를 못할 이유가 없다. 북측은 쌀·비료 지원에 대해 당장 남측의 성의가 느껴지는 상징적 수준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4 합의에 대해서도 앞에서 언급된 안변 조선단지나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에 대한 실사단 파견 등의 조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함께 등장한 것이 조문 문제이다. 과거 북한이 현충원을 참배하고, 김대중 대통령 장례식에 조문했던 전례를 참고하면 어렵지 않은 문제이다.


올해 안에 뭔가를 할 생각이라면 당장 서둘러야 한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월간중앙> 2월호 기고문에서 지적한 대로 늦어도 키리졸브 훈련이 열리는 2월 말 전에 남북 간 대화 채널이 구축되어야 한다. 3월 한·미 군사훈련으로 불필요하게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고, 관계 복원의 징검다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시간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 생일인 2월16일에서 키리졸브가 시작되는 2월27일까지는 약 10일간이다. 그 기간에 이명박 정권의 남북관계의 마지막 명운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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