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민주당 무혈입성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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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회사 사무실에 커다란 뱀이 한 마리 들어 왔을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SNS에 해답이 떠올랐습니다. 회사마다 대처방법이 달랐습니다.
(1) 현대는 우선 뱀을 때려잡고 고민한다.
(2) 삼성은 뱀에게 떡값을 줘 내보낸다.
(3) LG는 삼성의 처리결과를 지켜본다.
(4) 두산은 트위터에 물어본다.
(5) 한화는 회장한테 물어본다.


(1)에서 (3)까지는 그 기업의 생리를 아는 사람들은 대충 짐작해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4)는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 요즘 유달리 트위터 사랑에 빠져있는 것을 빗댄 조크지요. (5)는 모든 의사결정이 오직 김승연 회장 한 사람에 의해 결판나는 한화의 독특한 기업생리를 말해주는 우스개 소리입니다.


정당 사무실에 뱀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6) 새누리당은 우선 뱀이 들어온 것을 북한의 소행으로 발표한다.
(7) 민주통합당은 뱀을 어떻게 처리할지 안철수한테 물어본다.


이 인터넷 ‘뱀 조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7)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7개월밖에 안남았는데 민주당엔 아직도 선두로 치고 나선 유력후보가 없습니다. 오직 당밖의 안철수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그나마 대선후보 지지율 10%를 턱걸이 하고 있는 유일한 예비주자는 문재인 한사람인데 그도 안철수한테는 주눅이 듭니다. 느닷없이 안철수에게 집권후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했다가 여론으로부터 “열등감이거나 오만”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문재인 자신이 후보가 된것도 아니고, 안철수 역시 아직은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공동정부를 하겠다니 너무 앞서 나간 넌센스입니다.
지난달 20일부터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선일기’를 쓰고 있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자기네 당에 독보적인 대선주자가 없는 것과 관련, “누가 떴다하면 곧 다시 가라않고…무슨 두더지 게임같다”고 투덜댑니다.


이해찬의 굴욕


민주당은 지난 주말부터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지역별 순회 경선을 치르고 있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한조를 이룬 이해찬 후보가 바람몰이를 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 대표에 선출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헌데 경선 첫날 울산에서 이변이 일어났지요. 김한길 후보가 1위를 하고 이해찬은 4위로 주저 앉았습니다. 물론 다음날 부산경선에서는 이해찬이 1등을 했습니다. 울산과 부산은 모두 친노세가 강한 곳이어서 ‘원조 친노’인 이해찬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초반 경선의 이변은 이해찬-박지원-문재인의 라인업으로는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당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바닥정서에 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대표 경선뿐 아니라 문재인이 여유있게 앞서가던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구도도 함께 출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재인은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에 대해 당내에서 ‘담합’ 시비가 일자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고 두 사람을 거들어 반발을 자초했습니다. 문재인은 이해찬이 충청, 박지원이 호남, 그리고 자신이 부산 경남을 맡으면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계산한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내 반발이 만만찮은 ‘이해찬-박지원 담합’을 지원하고 나선거지요.
헌데 울산과 광주에서 이해찬이 굴욕의 패배를 당하는 바람에 문재인의 대선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민주당의 정치일정을 보면 대선까지의 시간은 너무 촉박합니다. 런던 올림픽과 새누리당의 경선등을 피하려면 빨라야 9월에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됩니다. 안철수와의 야권후보 단일화는 일러야 11월쯤에나 이뤄질 수 있지요. 그때가서 공동정부를 얘기하기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습니다.
민주당 대표경선에서 문재인과 손을 잡고 있는 이해찬-박지원 팀이 고전을 하거나, 당대표로 의외의 인물이 선출되면 문재인에겐 치명적입니다. 안철수 조기영입론에 불이 붙어 당내 경선에서 이긴 후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바라는 ‘문재인 구상’은 뿌리채 흔들리게 됩니다.
변수도 안철수고 상수도 안철수입니다. 민주당 사무실에 뱀이 들어오면 현대처럼 때려잡지도 못하고, 두산처럼 트위터에 물어보지도 못하고, 이 사람들은 쪼르르 안철수한테 달려가 뱀을 어떻게 할지 물어볼판입니다. 민주당은 이렇게 안철수한테 이미 ‘무장해제’ 돼 있는 꼴입니다.


김두관 뜰까?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지루하고 찌질스럽게 변죽만 울리던 안철수 교수의 움직임에 요 며칠새 변화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엊그제 포털 네이버는 <아침보고>라는 문건에서 ①안교수가 대학원 2학기 강의신청을 안한 것 ②부친인 안영모 옹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것 ③안철수가 최근 행보에서 부쩍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점 ④언론의 출마결심 보도에 대해 과거와는 달리 적극 부인을 하지 않는 점 등을 지적, 안철수의 대선출마 결심이 굳어져 조만간 출마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안철수가 독자세력화를 도모하기 보다는 대선후보로 민주당에 입성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4.11총선 패배로 정권탈환을 위해 안철수의 존재를 더욱 필요로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당내 선두자이던 문재인은 총선과정에서 존재감이 실종되고 경쟁력이 약화돼 여권의 박근혜에 맞설 대항마로는 역부족임이 드러났습니다. 안철수에게는 민주당에 ‘무혈입성’ 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지요. 일부에서는 집권의지가 약한 문재인이 승산없는 싸움에서 조기 강판하고 권력지향적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안철수와의 경쟁에서 끝까지 완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2일 한국리서치는 “안철수가 대선에 나간다면 어떤 형식이 좋은가”라는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총선 바로 다음날이죠. 제일 많은 답변은 “야당(민주당)에 입당해 경선을 거쳐 출마하는게 좋다”가 31.7% 였습니다. 다음이 “야권 단일화후 무소속 출마” 21.4%, “독자신당을 창당해 나가는게 좋다” 20.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간이 촉박하고 조직과 자금면에서도 열세인 안철수가 신당보다는 민주당을 ‘접수’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힐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방식이 완전 오픈 프라이머리로 정해진 점도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 안철수에게는 매력입니다.
민주당은 원내 의석 127석의 거대 야당이지만 안철수는 혈혈단신에 단기필마입니다. 이런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정책연대를 하고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해야 합니다. 단지 정권을 빼앗겠다는 목적에서 선거연대를 하면, 집권후 권력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댓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안철수가 박근혜를 누르고 집권에 성공했을때, 그 정권이 과연 반세기의 법통을 이어온 민주당 정권이라고 볼 수 있는지, 존재론적 의문이 일수도 있습니다. 집권을 노리는 제1야당이 “새누리당과 박근혜편만 아니면 모두 우리편”이라며, 종북좌파에다 정치적 백면서생까지 마구 끌어 들이며 한지붕 여러가족 살림을 차리고 있는 모습은 웬지 낯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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