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북한방문 대화내용 공개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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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정권이 남한의 방북인사들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겠다고 조폭 수준도 안 되는 공갈을 치고 있다. 북한이 제대로 밀담을 공개하면 가장 곤혹스러워질 사람은 누구보다도 김대중 세력일 것이다. 예컨대 김정일과 김대중은 주한미군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주한미군 중립화를 밀약한 적이 있다. 평양에서 두 사람이 합의한 내용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평화유지군으로 둔갑시켜 대북 억지력을 제거하는 것이었음이 비로소 확인되었다. 이런 발상은 김대중이 임동원을 통하여 먼저 제안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동맹군을 무력화시키는 밀약을 적장과 한 셈이다. 지난 해 월간조선에 게재된 조갑제 대기자의 기사를 요약해 재록한다. <편집자 주> 

















▲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이 평양 순안 비행장에서 만나고 있다.

북한의 연방제 통일안은 통일정책이 아니라 대남적화전략을 위장하기 위한 전술이다. 연방제는 두 개의 체제와 이념을 그냥 두고 중앙정부를 만들어 통일한 것으로 하자는 뻔한 사기이지만, 이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연방제의 뒷면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와해’이기 때문이다.

연방제는 주한미군 철수용이라고 보면 된다. 이 전략을 간파한 한미 두 나라는 주한미군 문제를 남북간에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다. 주한미군이 존재하게 된 것은 김일성의 6·25 남침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1949년 6월에 철수하였다. 김일성의 남침은 주한미군 철수가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나간 주한미군을 불러들인 게 김일성이다.


국정원장 임동원, 적과의 동침


김대중씨는 대통령이 되자 평소의 소신을 실천에 옮긴다. 그는 먼저 주한미군 문제를 남북간에 논의해선 안 된다는 대원칙을 깬다. 1999년 4월6일자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주한미군 지위 변경 의제 상정. 정부, 4자회담에. 대북적대서 중립적 위치로’라는 제목으로 김대중 정부의 입장 변화를 다루었다. 이 신문은 ‘정부 당국자는 4월5일 이 달 말로 예상되는 4자 회담 5차 본회담 긴장완화 분과위에서 주한미군 지위 변경 문제를 의제로 올려 협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하였다.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씨는 2000년 6월4일 김대중-김정일 회담에 앞서 비밀 방북하여 김정일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남측은 북측의 적화통일과 남침위협에, 그리고 북측은 흡수통일과 북침 위협에 서로 시달리고 있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하여’ 아래 제안을 하였다고 회고록에서 공개하였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주한미군의 위상에 대해서도 북측이 전향적으로 사고해줄 것을 당부 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균형자와 안정자의 역할을 수행할 주한미군이 현재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다.” 대한민국의 안보 책임자가 ‘북측은 흡수통일과 북침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을 김정일에게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북한정권이 내부통제용으로 선전하는 ‘북침위협’을 임동원씨는 사실로 인정한 셈이다. 한미동맹군이 북침을 꾀한 사실이 있는가? 임동원씨의 말대로라면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게 된다. 남도 북도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양쪽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것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안보 책임자가 구경꾼의 입장에 선다는 것 자체가 배임이다. 주한미군의 중립화와 평화유지군화라는 발상 자체가 대한민국의 입장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나온 것이다. 대통령이 적을 대함에 있어서 조국의 입장에 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대중이 임동원을 통하여 김정일에게 제안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균형자 와 안정자의 역할을 수행할 주한미군’이란 말은 그 전에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이찬복이 한 말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억제로부터 한반도 전체의 안정자와 균형자로 변형되어야 한다.”는 말과 일치 한다.

김대중씨는 북한정권이 주한미군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개발한 ‘균형자와 안정자 역할’이란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인 다음 이를 김정일에게 다시 던진 셈이다. ‘균형자와 안정자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은 현재의 주한미군이 아니고 대북억지력을 포기한 평화유지군이다. 남북한 사이의 중립군이다. 껍데기 군대이다. 더구나 미국은 그런 군대를 한국에 주둔시킬 이유가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미군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로 이어진다.

임동원 회고록에 의하면 김정일은 이렇게 화답하였다. “김 대통령께서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통일 후에도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 하시는데, 사실 제 생각에도 미군주둔이 나쁠 건 없습니다. 다만 미군의 지위와 역할이 변경돼야 한다는 겁니다. 주한미군은 공화국에 대한 적대적 군대가 아니라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로서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중략). 미국과 관계정상화가 된다면 미국이 우려하는 모든 안보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라도 빨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겁니다.” 임동원과 김정일이 일사천리로 이견 없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대하여 사전조율을 하는 장면 이다. ‘찰떡궁합’이란 표현이 생각난다.


 “탁월한 식견을 가진 줄 몰랐다”


2000년 6월14일 김대중, 김정일이 평양에서 만났을 때 김정일-임동원 사이에서 의견의 일치를 본 ‘주한미군 지위 변경’은 남북한의 최고 권력자 사이에서 하나의 밀약으로 굳어진다. 임동원 회고록에 의하면 이 자리에서 김정일은 이렇게 말하였다. 

















▲ 2000년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1992년 초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남과 북이 싸움 안하기로 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 했댔습니다. 김 대통령께서는 ‘통일이 되어도 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제 생각과도 일치합니다.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는 것이 남조선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 부담이 많겠으나 결국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임동원씨는 (김정일이) 미국 측에 전한 말은 “미군의 지위와 역할을 변경하여 북한에 적대적인 군대 가 아니라 평화유지군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였다고 회고록에 썼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가관을 가진 이라면 주한미군의 무력화를 요구한 김정일의 말을 듣고 화를 내든지 이렇게 말하였어야 했다.



“그런 평화유지군은 1개 대대로 족한데, 1개 대대로 어떻게 남북한 사이 전쟁을 막습니까? 미국 정부가 미쳤다고 그런 제안을 받습니까? 주한미군은 6·25 남침과 같은 재도발을 막기 위하여 존재 하는 것이고, 이 문제는 남북간에 논의할 성질이 아니고 한미간에 결정할 문제니까 더 이상 이야기 하지 맙시다.” 최근 나온 ‘김대중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김정일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지난번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임동원 특사로부터 김 위원장의 주한미군에 대한 견해를 전해 듣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민족문제에 그처럼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계실 줄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군이 있음으로써 세력균형을 유지하게 되면 우리 민족에게도 안정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주한미군에 대한 견해’, 즉 한미동맹 해체를 겨냥한, 적장의 주한 미군 중립화-무력화 제안에 감동하여 ‘탁월한 식견’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김대중 회고록’은 그러나 임동원 회고록과는 달리 김정일이 이 자리에서 ‘북한에 적대적인 군대가 아니라 평화 유지군 같은 역할’을 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미군 주둔에 동의하였다는 대목이 빠져 있다. ‘김대중 회고록’만 읽어보면 김정일이 현재의 주한미군이 통일 후까지 있어도 좋다고 한 것처럼 이해된다.

김대중, 김정일은 주한미군을 중립화, 무력화시키는 데 합의해놓고 서로 추켜 주면서 좋아하고 있다. 김대중은 이로써, 동맹군에게 알리지도 않고 적전에서 동맹군을 무력화시키는 합의를 적장과 몰래 한 아군의 사령관이 된 것이다. 주한미군 무력화 합의는, 대한민국의 생명줄인 한미동맹을 사실상 해체하자는 것이다. 국군통수권자를 겸하고 있는 대통령에 의한 이보다 더한 이적행위는 인류 역사상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과 만나고 온 직후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태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체제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물론이고 통일된 후에도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북측에 설명했습니다.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대한 저의 설명에 북측도 상당한 이해를 보였다는 것을 저는 여러분에게 보고하면서 이것이 이번 평양방문의 큰 성과중 하나라고 말씀드립니다. 만일 한국과 일본에 있는 10만의 미군이 철수한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와 태평양의 안전과 세력균형에 커다란 차질을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 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저는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천명하고 싶습니다.”


 김대중, 밀약을 숨기다


김대중씨는 이 연설에서 김정일이 이해를 보인 주한미군은 현재의 주한미군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버린 중립군(또는 평화유지군)이란 사실을 생략하였다. 그럼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김정일이 지금의 주한미군이 통일 후에도 계속 주둔해도 좋다고 한 것처럼 이해하도록 오도하였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김정일과 만나고 온 후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김정일이 주한미군 의 계속 주둔에 동의했다고 선전하면서 이를 최대 성과로 꼽았다.

2002년 선거 때 노무현 후보는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는 말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고(이 발언에 화가 난 정몽준 의원이 지지를 철회하였다고 한다), 대통령이 된 뒤엔 동북아 균형자론을 들고 나오더니 드디어 한미동맹 해체의 제1단계로 갈 가능성이 있는 한미연합사 해체 작업을 강행하였다.

그것도 북한정권이 핵실험을 한 직후에. 김정일-김대중의, ‘주한미군 중립화 (=무력화) 에 의한 한미동맹의 실질적인 해체 합의’는 노무현 정부에 계승된 것이다. 6·15 선언 2항은 김대중식 연합제안과 김정일의 연방제안을 절충한 통일방안에 합의한 것이다. 김대중식 연합제안은 북한 연방제안에서 나온 것이므로 이 합의는 사실상 연방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 연방제안은 주한미군 철수용이다.

연방제를 수용했다는 것 자체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에 합의하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김대중, 김정일은 ‘주한미군 무력화’ 밀약을 실천적 약속으로 만들기 위하여 6·15 선언 2항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명백하게 헌법을 위반한 6·15 선언의 폐기를 선언하지 못하였다. 한미연합사 해체 합의도 취소시키지 못하였다. 남북한 좌익들은 ‘6·15 선언 실천’을 ‘미군철수와 적화통일’의 동의어 로 쓰고 있다. 김정일과 김대중이 합작하여 대한민국을 함정으로 빠뜨린 게 ‘6·15 선언’인데 이의 폐기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정당이 없다. 그런 점에서 김정일-김대중 밀약은 한국에서 대를 이어 실천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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