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곳곳에서 드러나는 <지만대군>의 손길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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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친인척 관리에 성공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특히 민선대통령 시대에는 더욱 그랬다. 친족 중 한 두 명이 각종 이권 사업에 끼어들었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다 레임덕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노무현 정부 때는 형 노건평 씨가 그랬다. 김대중 정부와 김영삼 정부에서는 아들들이 나서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다 역풍을 맞았다. 그래서인지 과연 박근혜 정부가 친인척 관리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와 연관이 있는 친인척 50명이 있지만 대부분 한 다리를 건넌 이들로서, 과거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게다가 독신대통령인 만큼 아주 가깝다 할 친인척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굳이 뽑자면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EG 회장 등이 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은 박 대통령과 등을 돌린지 오래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위치다. 결국 박근혜 정부 친인척 관리의 성패를 좌우할 요주의 인물은 박지만 회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박 회장에게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그가 연관이 있다는 얘기만 나오면 언론은 일단은 쓰고 보자는 분위기다.
그 역시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는지 각별히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친인척 전담 관리팀도 박 회장에 대한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박지만 회장과 관련된 얘기들은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관가에서도 박 회장과 관련된 일이라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박 회장을 둘러싼 본국 정치권과 언론계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최근 검찰은 외국에 나가 있는 ‘나는 꼼수다’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에 대해 귀국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박지만 회장 등으로부터 고발당한 이들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13일까지 검찰에 출석하라는 1차 소환 통지서를 보냈다. 그러나 대선 직후 해외로 출국한 이들은 변호인을 통해 “13일 검찰 출석은 어렵지만, 조만간 출석 가능한 날짜를 정해 알려주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을 통해 이들의 귀국을 종용하는 한편, 입국 날짜와 검찰 출석 예정일을 확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또 이들이 귀국하는 즉시 귀국 사실을 즉시 통보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입국시 통보조치’를 취해 놓은 상태다.



김 씨 등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나꼼수 방송을 통해 당시 박 후보가 1억5000만원 짜리 굿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해 새누리당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다. 박지만 회장이 5촌 조카들의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의혹을 제기해 박 회장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이번 사건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사정기관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고소 고발을 모두 취하했지만 이 사건만큼은 취하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검찰이 내부 인사가 마무리되자마자 이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박 회장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해 박지만 회장의 입장이 박 대통령보다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자신이 청부살인과 연관되어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 관련 잇단 구설


박 회장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부 인사와 관련해서도 구설에 오른 것이 벌써 수 차례다. 본인은 관계없다 하지만 이쯤 되면 그에게 쏠린 정치권과 관가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먼저 터져 나온 것이 본지가 보도했던 군내 인사와 관련했던 것들이다.












본보는 박지만 회장의 육사 동기생들인 육사 37기가 박근혜 정부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처음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대선이 끝나고 지난해 말 시중에는 박지만 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20여 명의 군 주요 인사 명단이 유포되는 등 가볍게 넘기기에는 심상치 않은 정보들이 나돌았다. 특히 군 안팎에서는 2010년 3월 발생한 국방부 탄약과장 S 준장의 청와대 진급 로비 사건을 상기하며 “언제든 군 인사비리 뇌관은 폭발할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시 청와대에 금품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 S 준장이 육사 37기고, 그 주변 예비역 동기들이 이권과 진급 로비에 간여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 인사 와중에서도 박지만 회장의 이름은 여러 차례 거론됐다. 윤창중 대변인 임명과 헌법재판소 임명 과정에서 불거졌던 구설, 국정원 인사 관련된 구설이 그것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는 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일주일 후 당선인 대변인으로 윤창중 씨를 임명하자 “윤창중 대변인을 추천한 사람이 박 당선인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김 씨는 12월 26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hckim308)에 올린 글에서 “지난 총선 전에 누굴 통해 문제의 윤창중을 만났더니 대뜸 나에게 박지만이와 넘 친하니 한번 만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거다”라며 “파시스트 윤을 추천한 인사가 누군지 금세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김 씨는 이 트윗을 삭제했지만, 박지만 회장이 많은 정치인들에게 이용가치가 높은 인물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한 때 문제가 됐던 헌법재판소장 임명 과정에서도 박 회장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언급됐었다. 처음 헌재소장으로 지명된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은 원래 2순위였고, 1순위가 목영준 전 헌재재판관이었는데 목 전 재판관이 박 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2순위로 밀려났다는 의혹이었다. 박 당선인은 가뜩이나 박 회장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 목 전 재판관을 지명할 경우 또 다른 후폭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지명을 철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인사까지 연관 의혹


박 회장은 국정원 인사에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박 대통령 주위 인사들은 물론이고 인수위 고위관계자, 새누리당 등 여권 핵심인사들을 상대로 줄을 대고 있으며 이 가운데 박 회장이 있다는 의혹이었다. 실제로 거론된 국정원 간부 중에는 박지만 씨와의 육사동문으로, 현재 1급으로 포진한 육사37~39기 기수 몇몇이 박 회장과의 관계를 내세워 차장급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 역시 1급인 D씨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세운 영남대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차장 후보를 노렸었다는 전언이다.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된 E 전 차장의 경우, 아버지가 박정희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인연에 박지만 회장의 관계를 내세워 원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2011년, E차장이 박지만 씨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 등과 청담동에서 자주 회동을 가졌다는 주장이 민주당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박 회장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박 회장을 발판삼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이권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은 끊이지 않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전 총리와을 매개로 박 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던 한 중견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말 탁신 전 총리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평소 박 회장과 친분이 있던 모 중견그룹 회장을 통해 박 회장을 불러내 4인 회동을 가졌었다. 이 중견그룹 인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수자원 공사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해 태국 4대강 사업이 참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박지만 회장과의 인연을 통해 현 정부에서도 계속해서 이런 영향력을 가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탁신-지만’ 회동 누가 주선?













이런 움직임들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박 회장을 박근혜 정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래서 정치권 관계자들은 박근혜 정부 친인척 관리 성공의 열쇠는 박 회장의 영향력을 어떻게 차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친인척 관리를 담당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이것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인선이 주로 대구·경북(TK) 지역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수통 검사 출신(서울 중앙지검 특수3부 부장)인 곽상도 민정수석(사법시험 25회)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 대건고를 졸업했다. 민정수석 산하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사시 28회)과 변환철 법무비서관(사시 27회)도 모두 대구 출신으로 각각 대구의 성광고, 대륜고를 나왔다. 미정인 민정비서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구 출신이다.
특히 곽 수석과 조 비서관은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찰의 선후배이고, 민정비서관 역시 현직 검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조 비서관과 변 비서관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법정치 분야 발기인을 지낸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친인척 비리, 공직 추천 인사 검증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이 지연, 학연 등 각종 인연으로 얽혀 있게 되면 ‘사정’이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때에도 유독 사정 라인에 TK 출신이 집중돼 임기 내내 TK 편중 인사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고, 친인척 비리를 조기에 파헤치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한다. 물론 박 대통령의 주요 인선에서 TK 출신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TK 출신은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12명 중 1명, 초대 내각 18명 중 2명에 그쳤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하필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성균관대 법대 동문이란 점이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민정수석실이 특정 지역, 대통령과 동향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지만 회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한다. 특히 그가 과거의 여러 일들을 겪은 것에 대해서 가슴 아파한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은 그가 과거에 슨 자서전에서 ‘지만이는 가족의 보물이었다. 나와 근영이 또한 어릴 때부터 지만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서로 동생을 돌보겠다며 은근히 경쟁하기도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사심을 내려놓고 이 문제에 대한 단속을 잘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 성공의 또 다른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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