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포’ 안철수 “금배지도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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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몇해 전 미국의 언론인인 폴 존슨이 출간한 책 <지식인의 두 얼굴>은, 인류사에 ‘거룩한’ 이름을 올린 ‘추악한’ 저명 지식인과 유명인들의 위선적 이중성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미국 문학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가장 못 믿을 인간”이었고,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여자와 사귀는 것은 사회악”이라며 성적 결벽을 주장하면서도, 사흘이 머다 하고 사창가를 찾은 위선자였습니다.
 칼 마르크스는 입만 열면 자본가들의 횡포와 노동자들의 저임금 혹사를 개탄한 공산주의 혁명의 이론적 제공자였지만, 막상 자신은 가정부에게 45년 동안이나 ‘단 한 푼의’ 임금도 주지 않은 냉혈한 노동 착취자였습니다. 사람들과 논쟁하기를 즐긴 철학자 버틀랜드 러셀은, 논쟁을 끝낸 후엔 돌아서서 상대방에게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붓던, 중증의 과대 망상증 환자였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위선의 ’종결자’는 프랑스의 대표적 교육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역설하며 이성과 지성의 해방을 주장했던 루소는, 33세 때 10세 연하의 테레스라는 여인을 정부로 두고 2중 생활을 했습니다. 둘 사이엔 5명의 아이가 태어났지만 루소는 이들의 양육을 거부하고 아이들과의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는 평소 “무릇 모든 부모는 자식의 양육과 교육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 자애로운 교육 사상가였지요. 인류역사에 빛나는 이름을 올린 대표적 교육자 겸 계몽주의자인 장 자크 루소의 ‘민낯’은 이렇게 완벽하게 숨겨지고 가려진 ‘두 얼굴’이었습니다.
저자 폴 존슨은 말합니다. “지식인과 유명 인사를 조심하라. 그들이 솔직해 보이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드러난 두 얼굴과 안보위기 모두 악재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두 얼굴’이 요즘 지역주민들 사이에 씁쓸한 얘깃거리를 낳고 있습니다. 선거과정에서, 그동안 숨겨졌던 그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당초 해보나 마나라던 선거판세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많은 그의 ‘바이 건’(과거사)들은 과포- 즉 과대포장 됐거나 잘못 알려졌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4~50대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안철수 거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북한 발 안보위기도 악재가 돼, 중-노년층과 보수층 표의 ‘안철수 이탈’ 현상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3일 미디어 리서치의 조사에서 44.5 대 24.5로 20%나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에 앞섰던 안철수는, 4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40.3 대 38.3의 2% 차로 바짝 쫓겼습니다. 북한이 동해상에 미사일이라도 한방 날리면 그 불똥은 안철수 진영에 먼저 튈 판입니다. 선거가 주중에 치러지는데다 새누리당 지지성향이 강한 중년 이상 노년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보여,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습니다.


‘안철수 7대 거짓말’ 아시나요?


지난 2~3주 사이 안철수의 두 얼굴이 드러난 생생한 동영상이 유튜브등 인터넷 동영상 사
이트를 달궜습니다. 이 동영상 내용을 조선 동아등 일부 보수언론과, 데일리안 빅뉴스등 인터넷 매체가 크게 보도하면서, 안철수 진영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터넷엔 ‘안철수의 7대 거짓말’ 같은 ‘신상 털기성’ 과거사 폭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옴짝달싹 못하게 ‘딱 걸린’ 사건은, 91년 군 입대 날 있있던 해프닝입니다. 이날 일은 안철수의 ‘과포’와 위선적 일탈을 보여준 가장 핵심적이고 상징성이 강한 사건이지요.
안철수는 대선 도전을 꿈꾸던 2009년, MBC의 인기 예능프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18년전 군 입대 날 아침 아내한테 군대 간다는 말도 못하고 혼자 서울역으로 나가 입영열차를 탔다”고 말했습니다. “입대 후 내무반에서 가족들한테 전화로 입대사실을 알렸다”고도 눙쳤습니다. 밤새도록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자기 할 일을 깜빡 잊었다는 얘기였습니다.
네티즌들이 이번에 찾아내 ‘안철수의 대표 거짓말’이라며 폭로한 내용은, 무릎팍 도사 출연 11년 전인 1998년, 같은 MBC의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안철수 편에 실린 동영상입니다. 안철수와 부인 김미경등의 증언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에는 <무릎팍>과는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옵니다. 부인이 “여보 오늘 입대하는 날이잖아요” 하자, 안철수는 “아, 알아. 10시에 나가면 돼” 라고 대답합니다. 뒤 이어 나오는 인터뷰에서 부인은“서울역에 함께 갔다”라고 남편의 무릎팍 도사 발언을 뒤집어, 안철수는 졸지에 ‘거짓말 도사’가 됐습니다.
좋은 집안에서 반듯하게 자란  신혼의 군의관 후보생이, 군대 가는 날 아내와 자식한테 알리지도 않고 혼자 입영열차를 탔다는 얘기는, 소설이나 드라마의 설정으로도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얘기입니다. 부부 사이가 ‘이혼 직전’의 파경 상태였거나, 안철수 쪽에 몽유병 같은 정신신경과적 질병이 있을 때나 있음직한 얘기입니다.  이 일화는 금성출판사가 만든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버젓이 실려 있습니다.


안철수, 교과서 스타된 까닭


과포, 즉 과대포장은 안철수의 본질을 이해하는 핵심 키 워드입니다. 안철수의 ‘과포’는 젊은이 상대 강연인 <청춘 콘서트>와 몇몇 저서, 언론 인터뷰등에서 간단없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들이지요.
그가 91년 2월 입대 날 개발했다는 미켈란제로 바이러스 백신은 실은 91년 4월 세계적으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입니다. 그는 또 88년 세계최초의 바이러스 백신 V-1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에서는 87년에 이미 맥아피등 7개 회사에서 백신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직원에게 안랩 주식을 무상으로 분배했다고 자랑하지만 실은 단지 1.5%만 배분해줬을 뿐입니다. 전국민에게 무료로 백신을 나눠줬다는 얘기도 다분히 생색내기용입니다. 그 때는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나 맥아피등도 모두 무료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경쟁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무료배포라는 독점적-선제적 영업 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안철수는 2011년 관훈 토론회에서 한 패널로부터 “이명박 정부의 총리직 제안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런 걸로 안다. 허지만 청와대의 요청을 전달해 줘야할 사람이 오지 않았다. 그가 누군지도 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른바 ‘배달 사고’가 있었다는 뉴앙스의 답변입니다. 이 발언도 자가 발전성 ‘과포’라는게 정설입니다.  MB 청와대 쪽은 총리가 아닌 지식 경제부 장관 자리를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관을 하려면 규정상 그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하거나 매각해야 하는데, 그는 그 조건이 싫어 장관 자리를 받지 않았습니다. 정부 고위직 보다 막대한 재산과 안랩의 경영권을 선택한겁니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기현상


한국의 초 중 고교 교과서 중 안철수의 ‘감동 스토리’를 싣고 있는 교과서는 모두 11종입니다. 입영열차 타던 날 얘기를 비롯한 많은 일화들이 ‘과포‘ 상태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안철수 스토리를 ’짠하게‘ 읽고, 그 감동을 가슴에 담고 자란 세대가 지금의 2~30대입니다. 이들이 이른바 ’안빠‘ 홍위병이 돼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번영을 선도한 전설적 경제인이라면 당연히, ‘미우나 고우나’ 이병철과 정주영이 교과서 앞 페이지에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이 두 경제 거목에 견주면 안철수의 존재는 글자 그대로 ‘족탈불급’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좌파정권과 전교조가 일으킨 교육현장의 좌경화 바람을 타고, 발그스름한 색깔의 이상야릇한 교과서들이 지난 십 수년 사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정주영 이병철 같은, 좌파들이 매도해 마지않는 ‘원조 악덕재벌’이 교과서에 이름을 내밀 정서적 공간이 없었던 셈이지요. 그 틈에 안철수 같은 ‘과포’ 기업인이 교과서 스타로 떴습니다.
살아있는 특정 기업인의 왜곡된 성공 스토리를 10개가 넘는 교과서에서 대서특필하고, 그 덕에 그와 그의 회사는 엄청난 돈을 벌고, 그 책을 읽고 짠한 감동을 먹은 젊은이들의 열광적 지지를 업고, 그는 마침내 대통령 자리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기현상의 실체가 이렇습니다.
지난 8일 안철수는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져도 정치를 계속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꿈에서라도 낙선은 생각해 보지 않은 그에게는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질문이었지만 그는 쿨하게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국회에 들어가든 못들어 가든, 2017년을 향한 ‘대 야망’ 만큼은 결코 꺾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유명인이 솔직해 보이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라는 폴 존슨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결코 ‘위험하지 않은 솔직함’으로, 장사꾼 아닌 ‘정치인 안철수’ 만큼은, 보다 새롭고 깨끝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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