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비평> 청와대 비서실 ‘깜짝 개편’ 박 대통령의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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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실장과 4명의 수석비서관이 교체됐지만 개편의 핵심은 단연 김기춘 전 법무장관의 비서실장 발탁이다. 정권 출범 161일만에 단행된 참모진 개편에서 과거 유신 때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온 ‘초중량급’의 3선 의원 출신인 친박 원조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비서실장에 임명되면서, 앞으로 국정 운영상 권력의 균형추가 내각이 아닌 청와대로 급격히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정체제가 한층 강화된 이번 인사로, 원칙과 소신에 따라 밀어붙이는 박근혜식 ‘마이웨이 정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안검사로 유신참여, 부산 복집 사건으로 민주주의 훼손 원흉인 김 실장이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막강 2인자’로 부상하면서 ‘차기 문제’와 관련된 여권 내부의 역학관계 등에서도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임춘훈 정치 평론가>

5일 발표된 청와대 개편안에서는 비서실장과 9명의 핵심참모 가운데 5명이 교체됐다. 사람을 한번 쓰면 좀처럼 내치질 않는 스타일인 박 대통령이 정권 출범 6개월도 안 돼 청와대 핵심참모를 절반이나 전격 교체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기 참모진 인선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고, 국정원 사태 등 꼬일 대로 꼬인 정국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특단의 충격요법이 필요했다는 의미도 된다.
수석급 인사는 대부분 해당분야의 전문성과 경력을 위주로 발탁한 밋밋한 인사라는 평이다. 다만 정무수석에 정치와 정무 경력이 전혀 없는 박준우 EU 대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는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례적인 조기 참모진 개편


야권은 외교관 출신 정무수석 발탁에 대해 “여의도 정치권, 특히 야당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국정을 이끌어 나가려는 속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야당의 분노는 김기춘 실장의 예방을 받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5일 “나를 우습게보지 말라”고 불편한 심기를 보인 데서도 드러났다.



야당과 진보좌파 진영은 김기춘 실장의 발탁에 특히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엊그제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김기춘은 정수 장학회, 유신, 간첩조작, 지역감정 유발 등 온갖 부정적 요소의 화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반역사적인 인사다”라고 혹평했다.


경제 보다 정치 안정 우선?













 ▲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박 대통령의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였다. 따라서 무능을 드러낸 허태열 실장을 교체할 경우 후임은 경제통 실장이 임명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경제를 전혀 모르는 공안검사 출신 측근인사가 발탁됐다. 이에 대해 여권인사들은 “경제 살리기에 앞서 정국의 안정과 확실한 국정 장악이 필요했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등으로 국회의 파행이 계속되고 이에 따라 국정운영이 지장을 받는 상황에서는 경제 보다 정국돌파가 먼저 필요했으리라는 추측이다.
김기춘의 청와대가 공직기강 확립과 국정 챙기기 차원에서 제일 먼저 손 볼 곳은 검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은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및 법무부 측과 심각한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혐의로 구속수사하려는 채동욱 총장에 대해 청와대의 불만과 분노는 폭발직전 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이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으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훼손되고. 야당은 대선 불복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채동욱 총장이 운동권 출신 검사까지 동원해 국정원 사건을 무리하게 확대 수사하는 등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흥분하고 있다.
김기춘 실장은 물론 새로 임명된 홍경식 민정수석도 채동욱 검찰총장, 황교안 법무장관의 검찰 선배로,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고삐 풀린 채동욱의 검찰’은 운신의 폭이 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정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6일 “국정원 수사를 계기로 채동욱 검찰에 대한 여권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라며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찰 주요간부에 대한 상징적 인사조치를 통해 채 총장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보낼 것을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기제인 총장은 교체할 수 없지만 서울중앙지검이나 대검의 주요보직에 ‘반채동욱’ 인사를 포진시키면 채총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직사회 쇄신 바람 불듯


박 대통령은 곧 청와대 비서관급에 대한 후속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석실 별로 행정관급 직원들도 교체하는 등 비서실 전체를 리모델링할 방침이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다잡을 특단의 분위기 쇄신작업도 병행될 것 같다. 공안통인 김기춘 실장이 공직자 기강확립을 위해 총대를 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로서 명실상부한 ‘공안 정부’가 됐다. 비서실장, 민정수석, 총리, 법무장관이 모두 공안검사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사태로 촉발된 현 위기정국을 새로운 공안 정치로 풀어 나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군사 독재정권을 지탱했던 통치수단의 하나인 공안정치의 부활을 대다수 국민은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겐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다. 92년 14대 대통령 선거 직전 부산에서 있었던 이른바 ‘초원복집’사건이다. 전직 법무장관이던 그는 부산의 한 복국집에 지역 기관장들을 모아놓고 김영삼 후보의 승리를 위해 PK의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자고 독려했다. 이날 모임의 발언 내용은 국민당 정주영 후보 측의 불법도청으로 폭로됐고 대선 정국은 발칵 뒤집혔다.
이날 모임엔 김기춘을 비롯해 부산시장, 지검장, 안기부 지부장, 경찰청장, 기무 부대장, 교육감, 상공회의소장 등 고위인사들이 모두 참석해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다. 김영삼 후보 진영은 초상집이 됐다. 국민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김영삼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김 후보의 낙선을 우려한 부산 경남지역 표가 “우린 남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똘똘 뭉쳤고 대구 경북지역도 가세하면서 반전 역전극이 펼쳐진 것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열린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김기춘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때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YS의 출신지역인 거제에서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내리 3선을 했다. 2004년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견서를 작성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직접 인연은 2005년 7월 시작됐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그를 여의도 연구소장에 앉혔다. 2007년 대선 경선 때는 법률지원단장으로 박근혜 후보를 도왔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을 돕는 원로 그룹인 이른바 ‘7인회’의 멤버로, 지난 7월 1일부터는 박정희 기념사업회의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5.16 직후인 60년 10월 고시에 합격한 후 5.16 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마쳤다. 72년 법무부 검사시절 유신헌법 초안작성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 출신인 김기춘은 74년에는 육영수 여사 암살범 문세광을 직접 심문하기도 했다. 그가 문세광에게 “<자칼의날>을  읽었느냐”고 물어 문의 입을 열게 했다는 ‘무용담’은 유명하다. ‘박정희- 근혜 패밀리’와의 인연은 질기게도 50년 이상 계속돼 오고 있다.
김 실장은 70이 넘은 고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원로급 인사지만, 좀처럼 튀지 않고 언행이 신중하다는 그가 대통령 면전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내각의 수장인 정홍원 국무총리와 황교안 법무장관을 박 대통령에게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정부의 숨은 실세로 진작부터 영향력을 발휘해 오고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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