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국정원 댓글사건 관련 법원의 공소제기명령 거짓속의 숨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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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국정원 전ㆍ현직 간부 2명에 대해 공소제기를 명령했다. 본국에서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혐의 및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논란에 밀려 이 소식이 단신으로 처리됐지만,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있어서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정원과 정부는 국정원 댓글사건이 마치 한 개인의 충정에 의한 우발적 행동 또는 대북심리전의 일환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은 댓글 사건이 한 개인이 아닌 조직 전체가 동원되어 치밀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고법 형사29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한 민주당의 재정신청을 인용해 검찰에 공소를 명했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이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재정신청을 받아 적정성을 판단, 검찰에 공소 제기를 명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하면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지체 없이 기소해야 한다. 이후 절차는 일반적인 형사사건 진행 절차에 따르게 된다. 법원이 그동안의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들 두 명에게 공소제기를 명령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댓글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내린 공소제기 명령과 관련한 내막을 본지가 짚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 사건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지난 6월 18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만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뿐,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과 심리전단에서 사이버활동을 한 국정원 요원 김하영씨 등을 기소유예 처분하자, 민주당이 반발하며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국가기관인 검사가 고소나 고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는 경우, 그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관할 고등법원에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타당한지를 확인해 달라는 것으로 법원에서 기소 여부를 직권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제29형사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23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해 민주당이 제기한 재정신청을 인용해 검찰에 공소제기를 명한 것.
다시 말해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해 검찰에게 기소해 재판에 넘기라고 명령한 것이다. 재판부는 직위와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종명씨와 민병주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사실에 대해 공소제기를 명했다.


법원, 공소제기 명령 의미













▲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법원의 결정은 이종명 전 차장과 민병주 전 단장이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을 지시한 원 전 원장과 함께 하나의 ‘몸통’ 구실을 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단순히 전달만 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원 전 원장이 ‘추상적’ 지시를 내리면 이들 간부가 원 전 원장의 ‘뜻’을 구체화해 전달함으로써 심리전단 직원들의 댓글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원 전 원장은 재직 시절 전 부서장 회의와 일일 아침브리핑에서 “어느새 인터넷이 종북좌파 텃밭이 됐다”, “오염된 국민의 생각을 국정원 사이버 활동으로 정화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따라서 원 전 원장을 기소했다면 당연히 이들도 기소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유무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게 법원의 결정 취지다.
검찰은 당시 두 사람의 범죄 가담 사실은 인정했지만, 상명하복 관계를 중시하는 국정원의 조직 특성을 감안해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으로 당장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남용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이 공소제기 명령을 한 것은 두 사람의 역할에 대해 단순히 원 전 원장의 지시 이행자가 아니라 적극적 행위자이자 가담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와 심리 과정을 살펴본 재판부가 이들도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원 전 원장 불구속 기소 ‘야합 증거’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 전 차장이나 민 전 단장의 경우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이자 당시 지휘라인에 있었던 만큼 이들에게 적용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장이었던 원 전 원장에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기소 당시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사는 제대로 했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의 줄다리기 끝에 기소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당시 수사팀과 황 장관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검찰은 결국 당초 방침과 달리 원 전 원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았고 기소 대상자도 원 전 원장 한 명으로 제한해 일각에선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절충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기소 대상자가 많아질수록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법무부를 통해 검찰에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따라서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이 반드시 유죄선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가 원 전 원장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심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당시 청와대와 여권이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던 상황도 재차 화제에 올랐다. 특검이 실시됐다면 정권 입장에서는 훨씬 가혹한 수사 결과가 나왔을 텐데 그나마 검찰 수사로 사법처리 수위와 대상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여권이 원 전 원장 등을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검찰의 결정과 관련,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야당 편을 들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채 총장이 청와대와 여권에 “미운털이 박혔고 혼외아들 의혹 제기도 그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법원 결정은 역설적으로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지만 정치적 고려로 공소제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 준 셈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 혼외자식 논란중심의 최동욱 검찰총장.
검찰 결정에 청와대 배후 의혹


법원의 이 같은 공소제기 명령은 향후 전개될 재판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법원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혐의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재정신청’에서 법원이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제동을 거는 일은 매우 드물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던 사건의 경우 ‘유죄 확률’이 높게 나온다는 법조계의 ‘속설’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결국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망신을 당하게 됐다. 황 장관은 언론에 “(과연) 선거법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말을 흘리는 등, 사실상 공개적으로 검찰의 방침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검찰의 결정이 무려 두 주 가량이나 미뤄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뒷배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여기에 따른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지시에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다, 채 총장이 권부의 눈밖에 난 이유로 ‘전직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기소’ 사실이 거론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채동욱 찍어내기’가 가속화될 경우 여권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본국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 천주교인들은 정의구현사제단이 주최한 시국미사에 참가해 국정원과 정부를 규탄했다. 이날 모인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 3000명(정의구현사제단 추산)은 ‘국정원을 해체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과 촛불을 들었다. 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민주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지켜야 할 국정원이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오늘의 작태는 용납할 수 없다”며 국정원의 해체를 주장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공안통치와 공작정치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유례없는 천주교인들의 대규모 집회에도 지상파 방송들은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나선 시위 현장보다는 법원이 국정원 전ㆍ현직 간부 2명에게 공소 제기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마저도 간단한 언급에 그쳤을 뿐, 온라인을 달궜던 국정원 직원 김씨의 ‘허위진술’ 증언에 대해 다룬 지상파는 없었다.
이미 한차례 지상파 방송들은 국정원 보도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지난 8월 KBS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추적 60분’ 방송을 사전 심의를 통해 방송 보류 판정을 내렸다. KBS 측은 최종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이라 방송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전했지만 제작진은 이런 전례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은 전파를 탔다. 그러나 사내 간부들의 압박으로 심의 이후에도 수정이 계속돼 반쪽짜리 보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MBC와 SBS도 사정은 비슷하다. 원세훈 전 국정원 원장에 관한 공판이 지난달 26일부터 9월 2일, 9일, 16일 등 총 4차례에 걸쳐 열렸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공판 내용을 단 한 차례도 다루지 않았다.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공판도 마찬가지였다. SBS는 지상파 중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공판을 두 차례 메인뉴스에서 다뤘으나 김 전 청장에 대한 공판은 다루지 않았다. MBC는 원 전 원장 때와 똑같은 태도로 보도에 임했다. 김 전 청장을 통해 국정원 의혹의 수사 결과를 축소ㆍ은폐하기 위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음에도 지상파 방송들의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천주교 사제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어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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