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엔 왕 실장, 새누리당엔 왕 대표 布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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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치러진 경기 화성 갑과 포항-울릉 보궐선거에서는 예상대로 새누리당의 서청원 후보와 박명재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관심이 집중된 화성갑에서 서청원 후보는 6 대 3 정도의 표차로 민주당 오일룡 후보를 크게 눌렀다. 이번 선거 자체가 갖는 정치적 의미 보다 ‘원조 친박’ ‘골수 친박’으로 불리는 7선의 서청원이 앞으로 감당하게 될 정치적 역할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여기저기서 돌발악재가 불거져 나오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대야관계는 물론 ‘당청 관계’도 매끄럽지 못해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다. 서청원 당선자는 내년에 있을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당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같은 친박 원로 김무성 의원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 새누리당의 서청원 대표 투 톱 체제로 현 위기정국을 정면돌파할 구상인 것으로 전해져, 당내 세력이 만만찮은 김무성의 향후 행보도 주목 받고 있다. <임춘훈>

이변은 없었다.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화성갑에서 서청원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한 자리 표차의 신승으로 이기면 거물 정치인 서청원의 향후 입지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점쳤다. 허지만 결과는 무려 6 대 3의 대승으로 끝났다. ‘원조 친박’ 서청원의 존재감과, 향후 그의 정치적 역할을 기대하는 민심이 모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서청원이 선거결과보다 더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향후 행보 때문이다.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친박의 핵심 중 핵심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상임고문을 맡았고, 2008년엔 총선공천 당시 낙천된 친박계를 중심으로 ‘친박연대’를 꾸려 무려 14명을 당선시켰다.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박근혜를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공천 당선시킴으로서 박근혜를 정치판에 끌어들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청원은 2009년 친박연대의 공천비리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와신상담 4년 5개월 만에 생애 일곱 번째의 금배지를 달게 된 그의 화려한 여의도 귀환은 앞으로 여권 내 세력판도에 메가톤급 변화를 몰고 올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진행될 새누리당 당권경쟁의 새롭고도 강력한 변수다. 그동안은 역시 친박 핵심인 김무성 의원이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꼽혀왔다. 김무성은 19대 총선과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와 박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어 낸 1등공신이었으며 당내에 자기세력을 구축해 놓고 있는 거의 유일한 친박 인사였다.
서청원의 여의도 입성으로 김무성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서청원과는 달리 김무성은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렇게 매끄럽지 못하다. 지난 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는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이 전횡논란에 휩싸이며 2선으로 물러나자 김무성을 총괄선대본부장에 긴급 차출해 그의 손을 빌렸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문제 등을 놓고 몇 번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김무성을 여전히 100% 신뢰하지 않고 있다.



친박 핵심들은 김무성이 이른바 원박(박근혜에게서 멀어진 구 친박세력) 짤박(박근혜한테 짤린 구 친박세력)은 물론 이재오 의원 등 MB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데 대해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박 대통령이 서청원을 김무성의 독주를 견제하는 대항마로 쓸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박근혜가 자신과 껄끄러운 사이인 김무성 보다 서청원을 통해 국정을 장악하고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내 역학구도도 바뀔 수밖에 없다. 당 안팎의 관심은 서청원과 김무성의 당권경쟁 여부에 쏠리고 있다. 민병두 전략홍보 본부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새누리당의 극우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는 김 의원과 새누리당 과거 부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서 당선자 간에 경쟁이 불가피 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청원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일단은 당권에 직접 도전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회의장으로도 거론되지만 그의 적극적인 성격상 직접 당권을 잡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 역시 그가 당을 장악해 자신을 도와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 당내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그의 화성갑 출마를 밀어 부친 것에서 박 대통령의 뜻을 읽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내에서는 서청원이 친박의 구심점으로 당청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등 막강한 당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의원들 간에 줄서기가 시작됐다는 소문도 있다.
허지만 구태 정치인 이미지와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두 차례 실형을 산 경력이 서청원에겐 걸림돌이다. 당내에서는 “비리 전력이 있는 사람을 당의 얼굴로 내 세워서는 안된다”는 반발기류가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그가 직접 당 대표로 나서기 보다는 최경환 원내대표 등을 돕는 ‘친박 병풍’ 역할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청원은 이같은 분석을 경계하며 몸을 숙이고 있다. 당장 권력중심으로 부각될 경우 김무성은 물론 ‘비박’인 정몽준 김문수 등 당내 대선후보 군의 견제가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어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청원 의원은 야당에서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여야의 소통이나 당내 리더십 등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당 대표 선거에 관심이 없는듯한 태도로 보아 당분간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 역시 “서 의원은 당이 정말 어려울 때 나설 수 있다. 꼭 서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를 지휘한다는 공식 보다는 2016년 총선 때 지휘한다는 공식이 더 나은 것 아니냐”며 “대통령 입장에서도 20대 총선 때 청와대의 당 장악력이 떨어졌을 때 서 의원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다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김기춘, 새누리당의 서청원과 함께 원로급 친박인사인 홍사덕 전 의원도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회장으로 박 대통령 곁으로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청와대 기강을 바로 잡고, 서 의원을 통해 새누리당을 장악하면서, 홍 전 의원을 통해 외곽조직의 협조까지 받는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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