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오바마, ‘위안부 결의안’ 준수 촉구 법안 정식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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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사과 문제를 둘러싼 한ㆍ일, 갈등이 미국까지 확산되면서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워싱턴 외교전’에서 한국이 일본 아베 정권에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일본 정부의 ‘위안부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2014년도 통합세출법안에 정식 서명했다. 그러나 일본 지방의원단들은 지난해 8월 위안부 소녀상 건립 결정을 취소한 부에나 파크 시의회를 방문해 건립 중단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가 하면, 글렌데일 시를 방문해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문을 담당자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수치를 모르는 일본의 철면피한 작태와 대응을 <선데이 저널>이 취재했다. 심 온 <탐사보도팀>



조용하던 글렌데일 시청이 일본 지방의원들의 방문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수십여 대의 카메라 플래시와 수많은 기자들에 놀란 표정으로 긴장했다. ‘일본정치인협회’ 소속이라는 일본 지방의원 11명은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를 주장하며 일본의 지방의원 321명의 서명이 동봉된 요청서를 시에 제출했다. 시 사무국 직원들은 좁은 통로를 막아버린 의원들과 기자들 때문에 당황한 표정이었다. 일본 지방의원단들은 “일본을 위해서, 일본인으로서, 일본을 사랑하는 일념 하나로”를 외치며“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 “소녀상은 평화가 아닌 일본계 차별의 상징”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굳이 위안부란 역사를 알려야 하는가” 등의 내용들을 주장했다. 이어 소녀상으로 자리를 옮겨 “날조된 역사로 자라나는 새싹들을 세뇌시켜도 되는가” 라고 주장하면서 “이걸 세운 사람들은 항의와 역사라는 서로 다른 두 단어의 뜻조차 이해 못 하고 있다. 억울하다는 건 본인들 생각이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면서 소녀상 뒤에 서서 일장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추태를 부렸다. 한편 일본 지방의원들이 자리를 떠난 직후, 한국 경기도 성남시에서 파견한 ‘소녀상 수호 특사단’이 도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가주한미포럼 윤석원 대표는 “이들이 밉다고 함께 날뛸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 아베 정권에 ‘회심의 일격’


 












▲ 일본 지방의원들이 글렌데일 시청을 방문해 플래카드와 일장기를 흔들며 추태를 부리고 있다.

미국 하원에서 “미 국무장관은 2007년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을 일본 정부가 준수하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통과됐다. ‘결의안’이 아닌 정식 법안에 ‘위안부’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하원은 15일 전체회의에서 ‘2014년 미국 행정부 통합세출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7장인 아시아·태평양 보고서에는 “2007년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목하고, 일본 정부가 이 결의에 제기된 사안들을 해결하도록 국무장관이 독려할 것을 촉구한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이 내용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보고서 형태이나 정식 법안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미 국무부의 외교적 노력과 일본 정부의 사과를 압박하는 상징적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하원에 이어 상원도 그대로 통과되었다.
위안부 결의안은 지난 2007년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사진) 의원 주도로 하원을 통과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 의회가 2007년 결의안에 이어 다시 법안에 위안부 문제를 적시한 것은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분명한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친한파 일본계 3세 혼다 하원의원의 쾌거 
  











이번 법안에도 마이크 혼다 의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일본계 3세이면서도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신이 뚜렷한 인물이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혼다 의원은 당초 ‘제2 위안부 결의안’을 추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한 뒤 일본 우익 인사들의 ‘과거사 망언’이 잇따른 것이 계기였다. 혼다 의원은 다시 한 번 결의안을 통해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낌새를 눈치 챈 주미 일본 대사관 측이 반대 로비에 나서면서 결의안 작업이 잘 진전되지 않았다. 이에 혼다 의원은 세출 법안에 위안부 관련 내용을 끼워 넣는 ‘우회 방식’을 택했다. 세출 법안은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세부 항목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혼다 의원은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뉴욕) 의원 등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함께 ‘보안’을 유지하면서 법안에 위안부 내용을 포함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의회 내에서는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에 이어 지한파 의원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게리 코널리(민주·버지니아) 하원의원이 나서 “일본은 한국에 저지른 죄를 인정하라”고 공개 비판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측이 고위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동원해 ‘미국 달래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라는 큰 흐름을 거스르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미국 의회의 분명한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촉구 서명 끝내


또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7일 일본 정부의 ‘위안부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2014년도 통합세출법안에 정식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실비아 버웰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등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5일과 16일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세출법안에 대한 서명식을 가졌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된데 이어 이번에는 행정부로 이송되는 정식 법안에 위안부 문제가 사상 처음으로 포함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2개 법안이 합쳐져 무려 1천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세출예산 법안을 넘겨가며 모두 6개의 펜을 이용해 서명을 마무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담당 직원들을 향해 “당신들의 힘과 헌신, 그리고 상원의 지도력 덕분에 연방정부과 핵심적 서비스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세출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며 “우리 정부는 내년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출법안에 포함된 위안부 관련 내용은 ‘2007년 7월30일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H. Res. 121) 통과를 주목하고 국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일본 정부가 이 결의안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독려할 것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출법안에 포함된 위안부 관련 내용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미국 국부의 대일본 외교정책 운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존 케리 국무장관은 향후 일본 정부와의 외교접촉에서 어떤 형태로든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을 준수하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사과와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을 이용한 텍사스에 사는 토니 마라노(64)가 지난달 11일 “글렌데일의 공격적인 동상을 철거하라”는 제목의 청원에 맞선 한국 측의 맞불 차원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를 위한 서명 운동’ 청원 역시 10만 명을 훨씬 넘어 계속 진행 중이다.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 한-일 대결 양상


토티 마라노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소녀상을 조롱하는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등 극우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마라노는 “글렌데일의 동상은 평화를 가장한 위안부 동상이지만 비명을 읽어 보면 본질적으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는 동상”이라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백악관은 ‘위 더 피플’에 올라온 청원 중 30일 이내에 10만명이 참가한 것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놓고 있다.
한편 지난해 7월 글렌데일 시의회의 협조를 얻어 소녀상을 세운 한인시민단체 가주한미포럼의 윤석원 대표는 최근 소녀상 철거 반대 서명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직접적인 대결 양상보다는 조용한 운동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은바 있다.
이에 대해 한인단체 관계자는 “세계적 조롱거리가 된 마라노의 소녀상 철거 청원은 결국 한,일간 대결로 끝났지만 무조건적인 평화를 내세워 침묵하기 보다는 당당히 요구할 것은 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방문객 끊이지 않는 소녀상 교육현장


글렌데일 시에 따르면 “소녀상은 한인뿐 아니라 공원이나 도서관을 찾는 다양한 타인종의 이 지역 거주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됐다”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직접 소녀상에 헌화하는 방문객들이 크게 늘었다”라고 말했다.
한인 단체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LA민주평통을 비롯해 FC 프리모 축구팀이 단체 방문하는가 하면 단체 이메일을 보내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 서명운동도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을 인솔한 한 교사는 “글렌데일에 소녀상이 세워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인이라는 것을 떠나 이토록 효과적인 살아있는 교재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녀상이 세워진 공립도서관측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방문객 행렬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도서관 측도 가주한미포럼에 보낸 이메일에서 “도서관 유리창 밖으로 꽃을 든 방문객들을 보노라면 이런 의미 있는 상징물이 생겨 감사한다”고 전했다.
한편, 성삼한인천주교회 소속 ‘소녀상 지킴이’들은 “역시 순수한 마음은 이길 수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14개팀 107명으로 이뤄진 지킴이들은 100일 전부터 지금까지 순번을 정해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한 방문객은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이 마음으로 하나씩 들고 오는 꽃들이 더욱 감동스럽다” 면서 “이곳에 올 때마다 꽃병이 가지런하고 화병 물이 깨끗한 것을 볼 때마다 숨어있는 천사들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까지 설립된 소녀상은 글렌데일 소녀상을 비롯해 가든그로브에 기림비, 오는 24일 뉴욕 낫소 카운티 아이젠하워 팍의 현충원에서 거행될 기림비, 그리고 거제시에 설립된 서있는 평화의 소녀상, 종로 일본대사관 앞의 앉아 있는 소녀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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