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취재> 갈수록 커지는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 ‘흑막과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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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기자회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수사기관의 증거은닉ㆍ날조 혐의 고소ㆍ고발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고소인 유우성씨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실제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가 위조됐다며 국가정보원 직원 및 수사 검사 등을 고발한 사건을 진상조사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이미 의혹의 핵심인 국정원 직원 출신인 심양총영사관의 이인철 영사를 소환조사했고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서류와 변호인이 제출한 서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증거조작 의혹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검찰은 국정원이 잘못된 증거를 냈다는 쪽으로 몰아가고 국정원은 중국에서 정보활동을 통해 입수한 증거자료가 위조됐다면서 중국현지로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심양총양사관의 이 영사는 국정원 파견 직원으로 간첩사건을 만들기 위해 상부의 지시대로 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이제 단순한 국가보안법 위반사안을 떠나 검찰과 국정원의 신뢰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증거조작 사실이 밝혀질 경우 두 기관은 여론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는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진태 검찰총장 역시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까지 갈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논란의 중심에 선 국정원은 이번에도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대선 때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가 된 상황에서 이번에는 멀쩡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려는 행태까지 벌이고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한국 메이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축소보도하고 있어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데이저널>이 한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들을 추적 취재해 보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사건의 주인공인 유우성 씨(34)는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태어난 재북 화교다. 유 씨는 2004년 우리나라에 입국했고,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수차례 밀입북하고 탈북자 관련 단체 활동과 서울시청 공무원 업무 등을 통해 수집한 탈북자 200여 명의 신상정보를 3차례에 걸쳐 북한에 전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그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유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의 진술이 유일했다. 유가려 씨는 국정원 조사에서 유 씨의 간첩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했지만, 이후 “국정원의 가혹행위와 협박으로 허위 자백한 것”이라며 기존 진술을 뒤집으면서 논란이 생겼다. 1심 재판 중이던 지난해 6월 유가려 씨의 진술이 번복되자 당황한 검찰은 유 씨가 국경을 넘나들며 북한에 입국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주 선양 한국영사관에 ‘유 씨가 중국과 북한 국경을 넘나든 기록인 출입경기록을 발급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다.
주 선양 한국영사관은 길림성 공안청에 이 공문을 그대로 전달했지만, 중국 공안당국은 “해외에 출입경기록을 발급해 준 전례가 없다”며 거부했다.


여전한 국정원 가혹행위


결국 1심 재판부는 유 씨의 주요 혐의인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유 씨가 국적을 숨기고 탈북자로 가장해 정착지원금 2500만 원을 가로채고 여권을 부정발급 받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실상 유 씨가 간첩활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고, 2심 재판이 진행되면서 다른 증거를 보충할 방안을 검토했다. 이 사이 유 씨 사건을 처음 포착했던 국정원은 영사증명서에 첨부된 유 씨의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전달했지만, 관인이 찍혀있지 않아 증거가 안 된다고 판단한 검찰은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국정원은 다시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을 2부 입수해 검찰에 건넨다. 이번에는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발급한 출입경기록이었다. 한 부에는 관인이, 다른 한 부에는 관인과 함께 문서를 증명하는 공증처 관인이 찍혀있었다. 검찰은 이 문서를 2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변호인 측은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 측은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이 발급한 또 다른 유 씨의 출입경기록을 제출해 “실제 출입경 내역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화룡시 공안국 직원이 “기록을 발급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동영상도 확보해 공개했다. 하지만 검찰은 화룡시 공안국으로부터 출입경 기록을 발급했다는 회신 공문과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답변서를 내세워 맞섰다.
결국 검찰과 변호인으로부터 서로 다른 내용이 담긴 증거를 제출받은 법원은 중국대사관 측에 이들 문서들에 대한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 달 13일 중국대사관은 놀라운 내용이 담긴 답변을 법원에 보낸다. 우리나라 검찰이 제출한 유 씨의 출입경 기록 등 증거서류 3건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중국 측은 한발 더 나가 “한국 공안당국이 제출한 위조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에 해당한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답변까지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심양 총영사관의 이 영사는 국정원 파견 직원으로 상부의 지시대로 움직였으며 이 과정에 총영사의 결재 없이 단독으로 3건의문서 중 2건을 위조해 임의로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 다음날인 14일 민변은 이 공문을 공개했다.


증거 조작 4가지 가능성


중국 대사관의 공문 공개 이후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본국 언론은 이 사건을 제2의 부림사건이라고까지 칭하고 있다. 증거조작 논란의 당사자인 검찰과 국정원은 사건을 수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의 거짓말만 더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가능성은 총 4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국정원 본부에서 직접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과 이인철 영사가 직접 위조했을 가능성, 이 모 영사에게 문건을 전달했다는 중개인일 가능성 마지막으로 문서를 만든 중국관계자가 위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나온 사실로 미루어 국정원이 직접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정원도 조선족 브로커에 속았으며, 거기까지는 국정원도 확인이 어렵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증거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남재준 국정원장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 정식 발행된 공증서를 빛에 비추면 ‘중화민국공증서전용’이라는 숨은 글자가 나타나야 하지만 검찰 기록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두 번째 국정원 직원 출신인 이인철 영사가 핵심인물인데 이 영사는 중국정부기관으로부터 팩스로 문건을 받았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 자신이 위조를 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인철 영사의 진술이 사실인지 이 영사가 직접 위조를 하거나 아니면 위조된 사실을 알고도 증거서류로 제출을 했거나 아니면 증거서류를 위조하도록 공작했는지는 아직 뭐라고 확답할 단계는 아니다. 검찰이 진상조사를 한다면서 21시간이나 밤샘조사를 했다는 것이 그만큼 의심을 두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세 번째 가능성인 중국현지 중개인 브로커라고도 하는데 이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국정원 이 모 영사는 처음부터 중국기관으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국 언론에서는 조선족 브로커가 이 모 영사에게 전달했다는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 모 영사가 브로커를 통해 입수했는지 아니면 중국정부기관으로부터 입수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네 번째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서 확인해야 하지만 이 문제는 시간도 걸리고 결국은 국익을 따져야 하는 문제여서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양지에서 일하는 국정원?


결과적으로 검찰이 국정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를 해야 하지만 이것이 가능할지는 여러 가지로 의문이다. 검찰은 이미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해 처음으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전직 국정원장을 기소했지만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수사를 주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뜬금없는 혼외아들 문제가 불거지면서 찍어내기 당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국정원 직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지만 이에 대한 검찰수사는 답보상태다. 윤석렬 수사팀장은 국정원 직원을 강제 연행해 조사했다가 징계를 받고 고검으로 좌천됐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렬 팀장과 불협화음을 빚다가 불명예스럽게 검찰을 떠나야 했다. 검찰내부에서는 역대로 국정원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려고 했다가 불이익을 보지 않은 경우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실 검찰과 국정원의 ‘긴밀한 관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검찰은 매번 인사 때마다 국정원에 공안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를 파견하고 있고, 실제 일선 검사들도 국정원 파견근무를 중요한 경력으로 여긴다. 국정원이 수집한 자료와 사실관계를 검찰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기소를 하는 ‘공안수사 의존관행’이 이번 일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논란으로 본질이 희석되는 측면이 있지만 사실 이번 간첩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까지 후퇴했는지를 보여준다. 우수한 인재를 교육시킨 요원들이 골방에 틀어박혀 댓글이나 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멀쩡한 시민마저 간첩으로 둔갑시키는데 일조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국정원의 슬로건은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이다. 하지만 음지에서 일해야 할 국정원이 어찌된 일인지 때마다 양지에서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1년 간 계속됐던 국정원 개혁안은 결국 헛물만 켰다는 것이 이번 사건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사건을 한국 메이저 언론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일부 방송만을 제외하고 진보언론들 조차 외면하고 있거나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의 한 인사는 박근혜의 국가정보원은 과거 박정희의 중앙정보부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 전형적인 간첩 만들기 사건이라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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