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추적> 박근혜의 두 남자, 막후 권력다툼 수면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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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국의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윤회 측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EG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해 11월부터 오토바이를 탄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미행을 당하고 있다는 낌새를 눈치 챈 박 회장은 12월 자신의 집 앞에서 오토바이 운전기사를 붙잡아 추궁했다. 오토바이 운전기사는 ‘정윤회 씨의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는 진술을 했고, 분노한 박 회장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를 알렸다는 것이다. 본국 언론은 이번 사건이 그동안 정치권 한 편에서 제기되어 온 두 사람 간 권력 암투설이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사람 간의 권력암투설은 이미 본보가 몇 차례 그 실체를 보도한 바 있으며, 이번 사건은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원칙을 내세우며 막후 정치를 용납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지만, 이번 사건은 현 정부의 한 편에서는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추악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두 남자 ‘정윤회-박지만’의 권력암투 진상을 <선데이저널>이 집중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그 동안 정치권의 우려대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또 하나의 그림자로 알려진 정윤회 씨는 박 대통령의 ‘약한 고리’인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1998~2004년 박 대통령의 국회 보좌관을 지냈고,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시절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동행했던 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막후 실세로 불리는 인물이다.
또 200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는 박근혜 총재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씨를 두고 ‘밤의 비서실장’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박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동생 박지만을 수개월 동안 미행자를 붙여 감시해 왔다는 사실이 세간에 드러나면서 그들의 싸움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본격적인 권력암투를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난 해 11월 10일 <선데이저널>은 <단독/ 최태민 사위 ‘정윤회’…또 하나의 그림자>라는 기사를 통해 정윤회 씨가 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까지 쫓아가 막후 정치를 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본보는 정 씨가 정호성 1부속실 비서관, 안봉근 2부속실 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내 실세 비서관 3명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정 씨의 지원을 받고 있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청와대 내에서 적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두 사람, 각종 인사에 끊임없이 개입


당시 보도가 나가자 정 씨 측은 <선데이저널> 측에 연락을 해 와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에 본보는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했으나, 정 씨는 더 이상 연락을 취해 오지 않았다.
본보는 정 씨에 앞서 박지만 회장에게도 주목했다. 대표적인 것인 2013년 9월 29일 보도한 <단독/ 박지만 마약 사건 수사검사가 청와대 실세로>라는 기사였다. 당시 본보는 박지만 회장의 마약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인 조웅천 비서관이라고 보도했고, 조 비서관이 박 회장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고 지적했다.
즉 본보는 현 정부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보에 주목했고,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권력 암투의 가능성도 주시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런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지 보도 이후 본국에서는 끊임없이 권력 암투설이 제기되어 왔다. 청와대 실세 비서관 3인과 막후의 정 씨가 각종 인사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있으며, 여기에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다른 청와대 인사들과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묵은 권력암투


이번 시사저널 보도는 두 사람의 그러한 권력 암투의 실체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미행이 이뤄졌던 시점이나, 사건 발생 과정 개입된 인물들이 본보 기사와 많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먼저 시사저널이 보도한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사저널의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11월부터 오토바이를 탄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미행을 당하고 있다는 낌새를 눈치 챈 박 회장은 12월 자신의 집 앞에서 오토바이 운전기사를 붙잡아 추궁했다. 오토바이 운전기사는 ‘정윤회 씨의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는 진술을 했고, 분노한 박 회장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를 알렸다. 이에 민정수석실 ㄱ씨는 자신의 부하 ㄴ씨에게 이에 관한 내사를 지시했으나, 돌연 ㄴ씨가 인사발령이 나 내사가 중단됐다. ㄴ씨의 인사발령 과정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통령 측근’의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 측근은 소위 ‘문고리’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 등 박 대통령 측근 ‘비서진 3인방’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정윤회 씨와 가까운 인사들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이번 사건이 인사 문제를 중심으로 싹튼 정윤회 라인과 박지만 회장 측의 갈등이 표면화된 게 아니냐고 해석했다.



먼저 미행이 일어났던 시점을 보자. 시사저널은 박 회장이 11월부터라고 했다. 이때는 본보가 정윤회 씨의 인도네시아행을 보도했던 시점과 일치한다. 즉 정 씨가 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을 쫓아갈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점이었고, 이에 따라 박지만 회장과의 권력 투쟁이 본격화 되는 시점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이 정 씨가 박 회장이 누구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증을 가지게 된 원인이었던 셈이다.
다음은 박 회장의 얘기를 전해 듣고 내사를 지시했던 인물. 이 인물은 바로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다. 본지가 보도했던대로 조 비서관은 박 회장의 후광으로 비서관 자리에 앉았고, 채동욱 혼외자 파문으로 민정수석이 경질되었을 때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던 사람이다. 특히 대통령 친인척관리를 담당하는 조 비서관의 존재는 반대로 정 씨에게는 눈엣가시였다고도 볼 수 있다.


양측 간 대리전 양상


정 씨와 박 회장 간의 직접적 권력다툼은 문고리 3인방과 조 비서관 간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졌다. 조 비서관은 박 회장 미행 사건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사를 직접 담당한 행정관이 인사조치됐던 것.
행정관의 인사 조치 과정은 양측 간 권력다툼의 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선데이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중심에는 조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박지만 회장 미행 사건의 내사를 했던 경찰의 인사문제가 있다. 내사를 담당했던 행정관은 지난 1월 돌연 경찰로의 원대 복귀 명령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로부터 받았다. 청와대 파견 경찰은 매년 초 경찰의 정기 인사와 맞물려 일부가 교체된다. 승진자는 청와대에서 경찰로 복귀하고, 새 경찰이 파견가는 식이다. 그런데 올해는 승진자도 아닌 2명이 복귀 명단에 포함됐다. 두 사람 모두 청와대와 경찰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이들이었다. 경찰 내부에선 의문이 증폭됐다. 갑작스런 전원 복귀 지시→지시 철회→인사 대상이 아닌 2명의 복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명 중 한 명이 바로 미행사건을 내사했던 인물이었던 것.
다른 한 명은 문고리 권력 3인방에게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인물이었다. 보고서엔 ‘청와대 내 이런 저런 정보가 파견 경찰을 통해 외부로 흘러나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측근 3인방이 파견 경찰을 모두 복귀시키려 했다.
하지만 보고서 작성 사실을 안 민정수석실 내 다른 파견 경찰 B씨가 이를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조 비서관은 “왜 일 잘 하는 경찰들을 아무 근거도 없는 이유로 내보내려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 미행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과 문고리 3인방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던 경찰만 원대 복귀 시키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지만 양측 간 권력투쟁이 얼마나 심한 상황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박대통령과 사전 교감 의혹


이번 보도에 대해 정 씨와 박 회장 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권 초 이런 보도가 나왔다는 것은 현 정부의 운영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미행 사건과 여기서 비롯된 청와대 비서실 간 갈등을 알고 있었느냐가 관심거리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아무리 정 씨라고 해도 대통령의 동생을 미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말이 사실이라면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박 대통령이 권력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양쪽을 이용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동생에 대한 불신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정 씨를 동원하는 것이라면 이는 대통령 스스로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청와대를 관리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박 대통령과 정 씨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외부에는 정윤회 최순실 부부와 관련한 무수한 말들이 나돌고 있다. 특히 최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과정에서 최 씨가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이 파다하다. 이런 비선조직은 반드시 부작용을 불러온다.
그러나 권력 투쟁이 아닌 동생 박지만에 대한 불신에서 미행사건이 일어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나마 있다. 본보가 몇 차례 보도했던 것처럼 박지만 씨는 과거 마약 경력이 여러 차례 있어나 박 대통령에게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을 제쳐두고 비선을 활용한 것은 올바르지 못한 방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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