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D-50, 非常 걸린 친박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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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첫 TV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정몽준, 김황식, 이혜훈 세 후보가 여러 차례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긴장감과 함께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건 사회자가 ‘OX 퀴즈’로, ‘나는 친박이다’라는 질문에 OX 팻말을 들라고 요청한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 즉 박심(朴心)을 업고 있다는 김황식 전 총리가 이도 저도 아닌 삼각 중립 팻말을 든 반면, 박 대통령이 껄끄러워 한다는 정몽준 의원과 원조 친박이면서도 이번 경선에서는 청와대로부터 찬밥 대접을 받고 있는 이혜훈 최고위원은 O표 팻말을 든 것이다. 김황식은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고, 친박이라 할 근거도 없다”고 답변했다. 반면에 비박인 정몽준은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임을 강조했고, 이혜훈은 오래 전부터 박근혜 곁에서 정치를 한 원조 친박 인연을 강조했다.
6.4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광역단체장 선거 판세는 대체로 여당인 새누리당에 6 대 4 정도로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여당 중진, 전직 장관 등 중량급 친박 후보들을 차출했지만 이들은 대구 경북 대전을 뺀 전 선거구에서 고전하고 있다. 본선은 물론 당내 경선에서 조차 ‘비박 후보’들에 밀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승리하더라도 당 지도부는 비박(非朴)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장악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임춘훈>
 











서울시장 새누리당 경선에서는 비박인 정몽준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최장수 총리로 국민적 신망이 두텁던 김황식 후보를 차출하면서, 청와대와 당 주류는 본선은 몰라도 당 경선에서는 그가 쉽게 이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날개가 될 줄 알았던 ‘박심 논란’은 역효과로 이어졌다. 오죽했으면 김 전 총리가 TV 토론에서 “나는 박 대통령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을까.
김황식 후보의 늦은 경선 참여 결정, 캠프구성 부진 등이 고전의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몽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된다. “김황식이 국정운영 경험에서 앞설지는 몰라도 정치판에서는 단지 신인일 뿐”이라며, 그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친박 내부에서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부산에서도 친박 후보인 서병수 의원이 고전하고 있다. 서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지낸 친박 중진으로 청와대가 자신있게 내놓은 필승카드였다. 그러나 그는 이명박 쪽 사람인 권철현 전 주일대사에게 당내경선에서 밀리고 있다. 야당과의 일 대 일 대결에서도 오거돈 전 해수부장관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권철현은 당내경선은 물론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도 앞서고 있다. 서병수도 일찌감치 ‘박심 마케팅’을 펼쳤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밖에 인천의 유정복 전 안행부장관, 경남의 박완수 전 창원시장, 울산의 정갑윤 등 친박후보들도 당내경선부터 비틀거리고, 경기에서는 친박은 아예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제주와 충북에서도 비박계인 원희룡 윤진식 후보가 독주하고 있다. 친박이 당내경선과 여야 가상대결에서 이기고 있는 곳은 친박의 본거지인 대구 경북과 대전 세 곳 뿐이다.



지난 주말 KBS와 리얼미터가 공동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68.5%였다. 집권 2년차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로는 헌정사상 최고치다.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높은 지지, 특히 그에게 덜 우호적이던 젊은층의 지지가 최근 늘어난 것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떠받춰주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기는 높지만 친박후보들에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친박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은 2인자를 인정치도 키우지도 않았고, 오히려 특유의 인사 스타일로 중진들을 서로 견제시켰다. 광역선거에 필승카드를 내놓지 못할만큼 인재 풀이 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친박계는 TK 지역을 중심으로 뭉쳐져 있다. 친이(이명박)계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포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록 원내 다수가 범 친박계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 수도권에서 성장해 온 중진인사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지방선거 이후의 당내 역학구도를 놓고 복잡한 셈법들이 오가고 있다. 차기 대권과 관련한 분석과 전망들이다. 경기지사 당선이 확실시 되는 남경필 의원은 단숨에 유력 차기 대권후보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지난주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박원순 현 시장을 지지도에서 누른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두 말 할 필요 없는 차기 대선후보 1순위 자리를 꿰차게 된다. 제주지사 당선이 유력한 원희룡 전 의원, 역시 이변이 없는 한 재선이 확실시 되는 홍준표 현 경남지사도 대권 꿈을 꿔 볼만 하다.
이들은 모두 비박계다. 이들이 승리하면 비박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친박의 당내 주도력은 약화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 지배력도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야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여공세까지 겹치면서 친박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후 친박의 분화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 등 친박의 중진핵심이 당권을 놓고 격돌하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등 요직을 놓고도 치열한 계파 내 갈등이 예상된다. 당내에서 ‘포스트 박근혜’를 놓고 조기 권력다툼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친박 핵심 중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 당 주류가 전혀 전략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같은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선거 후 치러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비주류에 맞설 ‘포스트 박근혜 체제”를 구축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6.4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수도권 등 격전지 8곳의 현재 판세에 대해 새누리당 우세 3곳(경기 대전 세종), 백중 3곳(서울 인천 충북), 새정치민주연합 우세 2곳(충남 강원)으로 전망했다.



여야의 텃밭인 영남 5곳(경남 경북 대구 울산 부산)과 호남 3곳(전남 전북 광주)은 이미  우열이 가려진 상태다. 제주는 새누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인천을 백중지역으로 보는데 이견이 없고, 경기와 대전은 새누리의 승리를 점치는 이가 많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충남과 강원에서 대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친다. 충남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안희정 현 지사, 강원 역시 같은 당의 최문순 현 지사가 아직까지는 새누리당 후보에 앞서고 있다. 그러나 충남과 강원은 워낙 박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높아, 막판에 표가 새누리 후보에 쏠릴 수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는 내다보고 있다.
지방선거 판세는 5월 초 여야 후보가 모두 확정되고, 1 대 1 구도가 형성되면 구체적으로 틀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충청권에선 초접전 지역이 많아 여야의 선거 프레임과 현역 프리미엄 효과, 네거티브 폭로전 등 여러 변수에 따라 판세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표의 움직임, 그리고 야당 일부의원들이 제기한 ‘북한 무인기 조작설’이 부동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거리다. 치열한 당내 공천 및 경선 후유증, 기초선거 공천폐지 공약 번복도 본선에 미칠 잠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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