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가주 백년만의 가뭄에 물가비상, 농사피해, 산불비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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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지역 1/3이 심각한 가뭄으로 역사상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중부 농업지역도 타들어가는 가뭄 때문에 농작물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립기상센터는 40년전에도 이같은 심각한 가뭄사태가 있었지만 당시는 주 전체 인구가 2천만명 이었지만 지금은 4천만명으로 그 피해는 더 심각하다고 발표했다. 가뭄의 피해는 고스란히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농산물을 비롯해 생필수품 가격 인상 러시가 벌써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음식물 값이 오르고 그 영향은 사회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백년만의 ‘심각한 가뭄사태’를 <선데이 저널>이 취재했다.
심 온 <탐사보도팀>

국립기상센터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캘리포니아 주 기온이평균보다 5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립 한발감시센터는 캘리포니아 주 전역으로 번진 가뭄은 이상 고온현상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발감시센터는 캘리포니아 주 전역의 3분 1이 ‘심각한 수준의 가뭄 상태’이고 가뭄 지역은 더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최악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 농무부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캘리포니아 북부 강우량은 평년의 30∼50%밖에 안되며 미국 최대의 농업 생산량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의 농업에 큰 타격을 우려했다. 또 캘리포니아 주에서 가뭄으로 인해 1천660㎢에 이르는 방대한 농지가 물 부족 상태이며, 농업 부문에서 1만5천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최소한 17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 자료를 내놨다.

심각한 가뭄으로 캘리포니아 전역의 주요 저수지들의 저수량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폴섬 레익의 경우, 저수량이 49%로 떨어진 상태며, 북가주의 주요 저수지들의 저수량은 45% 수준을 밑돌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1급 비상가뭄’ 상태가 선포된 지역은 1주일 전 25%였으나 1주일 새 8%가 늘어난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1급 비상 가뭄’지역과 ‘가뭄 극심’ (Exceptionaldrought) 지역을 합쳐 77%가 매우 위험한 수준의 가뭄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나머지 23% 지역도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 서부와 남부 7개 주가 수년째 이어진 가뭄으로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캔사스, 오클라호마, 텍사스주가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가뭄 감시센터 발표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와 캘리포니아는 가뭄 단계에서도 가장 높은 ‘이례적인 가뭄’에서 각각 33%, 24.8%를 기록해 7개 중에서도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높은 가뭄 단계인 ‘극심한 가뭄’에서도 캘리포니아주(76.7%)와 오클라호마주(50.1%)는 1,2 위를 달렸다.

가뭄에 따른 물 부족과 피해 상황은 지역마다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밀 곡창지대인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자스 주는 올 가뭄으로 이미 농사를 망쳤다. 북부 텍사스 주에서 오클라호마 주, 캔자스를 거쳐 북부 몬태나 주까지 펼쳐진 중서부 평원은 미 전체 밀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네바다는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애리조나 저수지 담수율은 예년 평균의 3분의 2, 뉴멕시코 주는 2분의 1 수준이고, 가장 열악한 네바다의 담수율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3개 주의 가뭄단계는 낮은 편인 ‘심각한 가뭄’으로 여타 주보다 나은 편이다.

또한 ‘가뭄감시센터’는 현재의 극심한 가뭄 상태는 올 가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엘니뇨’에 기대는 수밖에는 없다고 발표했다. 매년 캘리포니아는 심각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다가도 가을부터 시작되는 엘니뇨 강우로 가뭄이 해갈되곤 했었다. 기후예측센터(ClimatePredictionCenter)는 올 가을 이후, 10월부터 12월경에나 캘리포니아에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많은 비가 내릴 수 있으며, 확률은 75∼8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립해양대기국(NOAA)에서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캘리포니아 서부 지역 가뭄과 고온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캘리포니아의 물 소비량은 시민들의 협조로 다소 줄어들었으나 가뭄은 지속되고 있다. 수자원 관리위원회는 5월 동안 물 사용이 5% 줄었으나,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강조한 시민들의 ‘20% 자발적인 물 절약’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회전반 물 절약 운동 동참

반면, 미 가뭄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가주의 33퍼센트가 가뭄의 최고 단계인 ‘이례적인 가뭄’ 지역으로 변했으며, 가주 대부분의 지역이 “심각한” 가뭄상태에 처해 있다. 지난해에는 가주의 어느 지역도 ‘이례적인 가뭄’의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었다.
최악의 가뭄에 대비해 ‘게티 센터’도 절수 운동에 나섰다. Getty Center and Villa 측은 시설 내 수영장과 분수대의 모든 작동을 멈추고 물을 아끼는데 적극 협조한다고 밝혔다.  게티 센터에서는 대형 어항이나 식물이 자라는 분수대 그리고 잔디밭을 제외하고는 당분간 물을 이용한 다른 시설 가동이 전면 중단된다. 또 게티 센터는 이 같은 절수 운동을 통해 하루에 2천5백 갤런의 물이 절약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게티 센터 개장 이후 절반 이상이나 물소비량을 줄인 셈이다. 이 밖에도 게티 센터는 방문객들이 몰리는 장소에 캘리포니아 주의 심각한 가뭄 실태를 알리는 포스터를 부착해 주민들도 절수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남가주 한인 음식업 연합회(KAFRA)와 남가주 수도 전력국(LA DWP)도 물 절약 캠페인을 전개했다. KAFRA는 최근 남가주 전 지역에 물 부족상태가 계속되고 가뭄경보까지 발령된 만큼 LA DWP와 함께 물 절약 포스터를 제작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인타운 식당이나 사우나 곳곳에서는 물 절약 홍보를 위한 포스터가 부착된 곳이 많다.

또 다른 가뭄 재앙, 산불로 이어져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주 정부는 새크라멘토를 비롯해 가주내 45개 수도 에이전시에서 물 사용을 제한하는 ‘물 낭비 순찰(Water Waste Patrol)’ 등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절수법으로는 ▶화장실 변기를 절수 변기로 교체(회당 최대 38갤런 절약) ▶샤워 시간 5분내로 줄이기(회당 25갤런) ▶양치나 면도할 때 수도꼭지 잠그기(회당 10갤런) ▶오래된 수도꼭지 교체(월 최대 350갤런) ▶절수기능 세탁기로 교체(회당 16갤런) 등이 있다. 한 사람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156갤런으로 20%만 절약해도 30갤런이 된다.
극심한 가뭄과 이상 고온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가 올 여름 사상 최악의 산불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까지 나오고 있어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가뭄과 고온현상으로 캘리포니아 지역에 산불위험이 크게 높아지면서 산림 당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가뭄의 원인이 평균 5도 이상 높은 고온 현상 때문으로 지적되면서 산불위험은 더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고온의 건조한 날씨로 가주 전역에 산불 위험도가 크게 늘어난 만큼, 관계 당국은 각 가정에서도 화재 대비를 위한 준비에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각 가정에서는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집 안에 식물이나 장작더미 등 불에 잘 타는 것들을 치우고 100피트가량의 방어 공간을 만들고 ▲산불은 주로 오후 시간에 발생하므로 가드닝은 안전하게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하며 ▲타다 남은 불씨 제거를 위해 지붕과 처마를 청소하고 ▲불이 났을 때 대처법을 숙지하고 있을 것 등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산불 진화 추가 인력에 9,000만달러를, 캘리포니아 보존단체의 초목관리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1,300만달러 예산을 승인했다. 또 LA카운티 소방국 등에 추가로 1,0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 소방국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가주 전역 산불 발생률은 200%가 증가했으며 총 1만7,000에이커 규모의 산림을 태웠다. 6월 하순에도 샌디에고에서부터 샌클레멘테에 이르는 지역에서 5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며 아직 진행 중이다. 이달 하순까지 총 2100여 건의 산불이 발생 1만7000여 에이커가 소실됐으며 이는 6월까지 연평균 발생 건수인 1250건에 비해 68%나 많은 숫자다. 글렌도라, 샌디에이고, 랜초쿠카몽가 등지에서는 초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 주민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채소 생선 고기 생필품 가격 인상 러시

올 여름 소·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오를 전망이다. 바비큐 시즌을 맞아 오름세를 보이던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가격이 계속 인상되고 있다. 농무부에 따르면 소고기 신선우육 소매가는 파운드당 5,500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뭄 때문에 미국 전체 소 사육 규모는 60년래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판매되는 건초 또한 두 배나 올라 사료 부담으로 가축 개체 수를 줄이는 농장주도 늘어나고 있다. 또 돼지고기를 비롯한 닭, 오리 등의 육류 가격까지 잇따라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식생활과 직결되는 과일 및 야채 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가주는 전국 과일 및 야채의 반이 수확되는 핵심 지역으로 가주의 수확량에 따라 과일 및 야채 값 변동이 심하다. 아보카도, 베리, 브로콜리, 포도, 상추, 멜론, 페퍼, 토마토 등이 특히 많이 오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여파로 인플레이션까지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전반에 피해 엄청나

지독한 가뭄의 여파로 인해 미국 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 수상 레저산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 85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다양한 수상 레저산업 대부분이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겨울에 내린 적설량이 적어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레저업체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실정이다. 실제로 시에라네바다 호수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요트 레이스는 부족한 수량으로 60년 만에 처음 취소됐으며, 업체들은 직원을 줄이고 영업 일수를 조정하는 등의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가뭄 때문에 웃는 사람도 있다

*사금 채취
극심한 가뭄으로 캘리포니아와 인근 남부 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금 채취는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강 수위가 내려가면서 접근이 어려웠던 사금 창고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가주 곳곳에서도 과거 사금채취가 행해졌던 곳에서는 최근 금 채취자들의 발길이 크게 늘고 있다. 베이커스필드의 컨 리버(Kern River), 샌버나디노 인근 라이틀 크릭(Lytle Creek), 샌게이브리얼 리버, 시에라네바다 지역의 베어 리버(Bear River) 등이다. 특히 사람이 뜸했던 컨 리버 중류 지역에서도 허리를 숙인 채 사금 채취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붐빈다. 사금 채취가 활기를 띠면서 새크라멘토나 어번, 베이커스필드 등 인근 지역에서 사금 채취 관련 장비 물품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또 사금 채취를 위한 ‘물 가두는 법(Sluicing)’의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금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온스 당 1,250달러로 여전히 고가이다. 하루 일당으로는 꽤 짭짤한 돈이고 재수 좋은 날에는 거금도 만질 수 있다는 ‘일확천금’의 꿈까지 안은 사람들이 오늘도 열심이다.

*수질오염
가주는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지만 적어도 한가지만은 혜택을 받고 있다. 바로 해안가 수질이다. 대개는 가뭄때문에 환경오염이 심각하지만 가주에서는 반대이다. O.C를 포함한 남가주 해안가 수질이 최상 수질을 보이고 있다고 환경 관련 비영리재단 ‘힐 더 베이’의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힐 더 베이’가 지난 3월 실시한 수질 조사 결과, 남가주에서 조사 대상 중 B등급 이상을 받은 비율은 무려 97%. 특히 O.C 지역 해안가 수질은 조사 대상 중 99%가 B 이상을 받았다. 안심하고 해안가에서 물놀이를 해도 된다는 의미다. 수질이 개선된 대표적인 곳은 카탈리나 섬 주변이다. 만성적으로 수질 오염 경고를 받아 수영이나 해안가 물놀이가 금지되었던 카탈리나 섬의 아발론 비치는 이번 조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역시 수질 경고를 받아온 도헤니 비치도 A 등급을 받았으며, 샌 클레멘디 인근 포치 비치도 5년 만에 처음으로 ‘실망스런 비치’ 리스트에서 이름이 빠졌다. 이처럼 남가주 해안가의 수질이 개선된 것은 역설적으로 가뭄이 가장 큰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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