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진의 공연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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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콤 공동대표 이 광 진

1988년 동포사회 최초로 설립된 문화공연 기획사.
지난 26년동안 90여개에 달하는 무대공연을 기획,
제작해 총 26만 관객을 참여시킨 공연 프로듀서.

 

지난 1994년 한국 가요계는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 많은 젊은 음악그룹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운데 음반 2장으로 일약 한국 가요시장을 석권한 혼성 댄스그룹이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4인조 룰라(이상민, 김지현, 고영욱, 채리나)다.
1집에 수록된 ‘백일째 만남’으로 데뷔해 제2집 ‘날개 잃은 천사’로 단숨에 정상에 올라선 팀이다.
천사를 찾아 “싸바~ 싸바싸바~”라는 재미있는 가사에 엉덩이 옆을 손바닥으로 두드려주는 가벼운 춤은 일약 전 국민의 춤으로 당시 청소년에서 중년에 이르기까지 다 함께 따라했을 정도로 그 열기는 대단했다.
그 당시 M.T.나 야유회 모임의 18번은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였으니 요즘으로 말하면 원더걸스의 “TeII Me” 정도의 신드롬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음반기획만 해도 선주문 200만장이니 그 인기와 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인기절정의 룰라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으니 1996년1월 그룹 룰라가 기자회견을 통해 “가수활동 잠정중단”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내용인즉 3집에 수록된 ‘천상유애’란 곡이 지난 1992년에 결성된 일본그룹 ‘닌자’가 발표한 ‘오마쓰리 닌자’를 표절했다는 의혹이다.
이 일이 음악인들을 통해서 사회문제로 이슈화되자 리더 이상민은 자해소동까지 일으키며 멤버들과 함께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어느 날 미국으로 건너와 버뱅크에 콘도를 빌려 조용히 자숙하고 있었다.
평소 소속사와 교분이 있었던 필자는 이들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을 미국에서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한다.
그 당시 KBS ‘일요스페셜’에 소개된 미 입양아 출신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
(사진ㆍ미공사 4학년 재학중)의 백혈병 이야기가 방송을 타고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던 시절이라 성덕 바우만과 백혈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 콘서트 제의에 룰라가 흔쾌히 참여의사를 밝힘으로 기자회견을 통해서 그 뜻을 알렸다.

 ▲ 96년 열린 아시안골수기증협회 후원 콘서트 포스터.

우리는 우선 룰라와 그 당시 미국을 방문 중이던 이상민의 연인이었던 연예인 이혜영과 함께 성덕 바우만이 입원해 있는 미 공군사관학교(콜로라도스프링스)를 찾았다. 병상에 누워있는 성덕 바우만에게 우리의 6월 자선 콘서트 계획을 설명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그에게 룰라의 음반을 주며 같이 사진도 찍고 위로의 시간을 갖다가 돌아가는 길에 사관학교 교회에서 바우만의 쾌유를 비는 기도도 드렸다.
6월 4일로 예정된 공연장소를 처음에는 슈라인 오디토리엄(6,300석)으로 섭외했으나 여러 사람의 의견에 따라 콘서트의 취지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동참시키자는 의견에 따라 장소를 LA 공항 근처에 있는 야외공연장 ‘헐리웃 팍(20.000석)’으로 옮겼다.
넓은 공연장에 많은 관객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홍보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룰라와 함께 열심히 헌혈동참 캠페인을 겸한 팬 싸인회를 대대적으로 펼치면서 많은 동포들에게 콘서트의 취지를 알리는 사전 홍보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또한 공연 무대가 야외에 설치되는 만큼 좀 더 이색적인 무대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룰라가 LA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야외 공연장으로 내려오면 대기하고 있던 백색 리무진이 룰라를 태우고 공연장을 한바퀴 도는 세레모니를 한 후 환상의 무대로 옮기면서 공연이 시작되는 연출이었다.
한편 자녀들과 같이 온 부모님들을 고려해 가수 최성수-양수경을 게스트로 출연시켜 패밀리 콘서트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처음 생각한 연출에는 1부 순서에 성덕 바우만을 참석시켜 콘서트의 취지를 널리 알리려 했으나 담당 의사의 만류로 이뤄지지 못하고, 대신 미네소타에 거주하는 누나 베키 바우만이 참석해 동생 대신 공연의 취지를 널리 알렸다.
공연은 예상대로 대성공이었다. 주중인데도 가족 중심의 1만 5천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으며 골수확인을 위한 헌혈에도 수백명이 자발적으로 동참했고, 공연 수익금중 2만 달러를 아시아골수기증협회(A3M)에 전달해 성덕 바우만과 백혈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뜻있는 룰라의 자선공연이 한국에까지 알려지면서 그들은 재기에도 성공했다. 결국 이 공연은 관객, 공연자, 수혜자, 스폰서, 기획사 모두에게 보람되었던 공연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 후 꼭 18년만에 또 다시 백혈병 환자를 위한 취지를 살려 아시안골수기증협회 후원 콘서트가 기획됐다.
특히 이번에는 협회를 위해 ‘내게로(가수 장혜진)’를 영어로 새로이 리메이크한 ‘You gave me back tomorrow’ 제목의 헌정곡과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가 유스타미디어(프로듀서 박상균)를 통해 제작된 가운데 원곡가수인 장혜진과 작곡가 유정연 씨가 초청되는 미라클 콘서트가 마련됐다.
이런 취지를 높게 산 선데이저널(발행인 연훈)과 tvK24 방송국(대표 에릭 윤)은 각각 창립 32주년과 10주년을 맞아 사회환원의 의미를 담아 이 콘서트를 무료로 주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오는 8월 15일(금) 오후 7시 30분 윌셔이벨극장에서는 수많은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이 재능기부 등을 약속하고 동참하는 가운데 한 생명을 살리는 기적(Miracle)이 이번 공연을 통해 이뤄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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