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취재> 유병언 차남 혁기 씨 ‘입’에 정관계 이목 집중된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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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혁기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된데 이어, 유 씨의 장남 대균 씨와 유 씨의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검거되거나 자수했다. 이로써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 해운 오너 일가 중 국내에 있던 인사들에 대한 신병확보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해외에 머물고 있는 다른 가족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현재 수사 대상에 오른 유 씨 일가 중 아직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것은 차남 혁기씨와 장녀 섬나씨 뿐이다. 혁기씨는 559억원, 섬나씨는 492억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범죄를 각각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장남 대균씨의 범죄 혐의 액수가 5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혁기씨와 섬나씨가 일가의 경영비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관심은 유병언 씨의 경영후계자로 알려진 혁기 씨의 신병 확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인터폴에 요청해 미국 영주권자인 혁기씨의 적색수배령을 내리는 한편 미국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한 상태지만 현재 혁기씨의 행방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있다. 혁기 씨의 신병확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유 씨의 죽음으로 인해 사실상 혁기 씨가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한 키를 쥐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아버지의 후계자로서 경영수업을 받은 만큼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가장 확실하게 알 것이라는게 구원파 내부의 분위기다. 따라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유병언 씨의 대선자금 제공 의혹의 전말도 혁기 씨의 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유병언 전 회장이 사체로 발견됨에 따라 가장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들은 검찰 경찰도 아닌 정치인들이다. 유 씨가 여야를 막론하고 엄청난 양의 정치자금을 뿌려댔을 것이라는 얘기는 이미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 씨의 도피기간이 길어짐에도 그의 조속한 검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이에 대한 반증일 수 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유 씨는 주검이 되어 나타났다.

유씨의 사인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유씨의 사인은 타살이라는 것이 법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지만 이들 조차도 ‘사인은 알 수 없다’고 두루 뭉실 넘어갔다. 유병언씨의 사체해부와 관련된 브리핑에서 법의학자들의 얼굴 표정은 모두 굳어 있었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조정이나 지시를 받은 듯해 보였다.
구원파 뿐만 아니라 사체를 확인한 경찰 내부에서 조차 누군가에 위한 타살 또는 살해되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유병언을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유씨가 죽어서 이득을 보는 정치인은 누구이며 지금까지 소문으로 나돌았던 박근혜-문재인 대선 캠프에 도대체 얼마가 제공되었는지 영원히 미궁에 빠져 든 셈이다. 그러나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해 차남 유혁기씨가 모든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주검을 타살로 믿고 있는 혁기씨가 최근 미국에서 모종의 폭탄선언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측근들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 서중석 국과수 원장, 유병언 사인 발표.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5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 감정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실 유 씨 일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간접적인 책임이 있지만, 300명이 넘는 인원이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해진 해운에 대한 감시를 해왔던 관피아 비리, 선장과 선원들의 이기주의와 정부 당국의 무능했던 구조 활동 등이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유병언 씨 일가의 행방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은 마치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이 유 씨 일가에게 있는 것처럼 관심을 그들에게 돌리고 있으며, 유 씨를 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갔다. 책임도 묻고, 재산도 환수해 보상책을 마련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야말로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이었다. 정치권의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검찰은 유 씨 일가를 모조리 잡아들이는 강수를 두며 그들을 압박했다. 여기에 언론마저 부화뇌동해 유 씨 일가 검거에 주목했다.  하지만 유 씨의 죽음으로 인해 원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어쩌면 정부와 정치인들이 가장 원했을 수도 있는 시나리오다. 그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됨으로서 그의 입에 주목했던 정치인들은 비로소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시중에 나돌고 있는 유병언의 장학생 리스트에 올라 있는 정치인들은 유 씨의 주검으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차남 혁기씨의 ‘무서운 입’이 또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인들 눈엣가시

그들 입장에서 이제 남은 것은 유 씨의 차남 혁기 씨다. 혁기 씨는 유 씨의 경영후계자로 주목 받아왔고, 계열사 경영에 가장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었다. 그의 혐의에 비하면 장남 대균 씨는 이번 수사의 ‘깃털’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균씨에게 현재 적용된 죄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이다. 혐의 액수는 99억원이다.
대균씨는 부친인 유 씨 및 송국빈다판다 대표이사 등과 공모해 일가의 다른 계열사로부터 상표권료와 컨설팅 비용을 지급받는 등의 수법으로 99억원 상당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대균씨의 혐의 액수는 56억원 상당으로 알려졌지만 검거된 이후 검찰 조사과정에서 청해진해운으로부터 35억원 상당을 빼돌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는 등 99억원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유 씨 일가의 횡령 및 배임 혐의 액수만 봐도 대균씨 혐의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 혁기씨는 559억원, 섬나씨는 492억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범죄를 각각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장남 대균씨의 범죄 혐의 액수가 5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혁기씨와 섬나씨가 일가의 경영비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씨 일가가 저지른 횡령·배임 범죄 규모는 총 2천400억원이다. 이미 사망한 유씨가 1천291억원으로 가장 많고 혁기씨와 장녀 섬나씨가 각각 559억원과 492억원이다. 대균씨의 99억원과 비교하면 혁기씨나 섬나씨의 범죄 혐의 액수가 각각 5배 가량 많다. 사실상 혁기씨와 섬나씨가 일가의 경영비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던 것. 대균씨는 검찰 조사에서 “청해진해운에서 35억원 상당을 받은 것은 맞지만 정당한 대가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수사 초기부터 혁기씨를 부친의 경영 승계자로 보고 우선 수사 대상에 올렸다. 유 씨 일가 중 가장 먼저 소환 통보한 것도 혁기 씨였다. 이미 기소된 계열사 대표 8명 중 일부는 첫 재판에서 혁기씨와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송 대표 등 기소된 측근 8명의 공소장에 적시된 거의 모든 범죄 혐의에 유 씨와 혁기 씨 외 김 전 대표가 공범으로 등장한다. 또 대균 씨가 젊은 나이에 한 때 촉망받는 조각가로 활동해 온 점으로 미뤄 일가소유 계열사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대균씨는 부친으로부터 경영 후계자로 낙점 받은 동생과 달리 재력 있는 종교지도자의 아들로서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구 계성중학교에 다닐 때 유도선수였다가 경북대 조소과에 입학하며 조각가가 됐다. 최근 10여 년 동안 예술가로서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로댕의 진품을 비롯한 미술품과 골동품을 대거 사들여 수집가로 더 유명해졌다. 구원파 내부에서도 대균씨의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원파 측은 대균씨 검거 소식에 별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검찰이 대균씨를 상대로 나머지 유씨 일가의 범죄사실을 밝혀내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행방 오리무중

검찰이 혁기씨, 섬나씨, 김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서는 애초 이번 수사의 핵심 중 하나인 세월호 실소유주 일가 처벌과 책임재산 환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혁기·섬나씨는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해외에 머물러 왔다.
혁기씨는 사실상 유 전 회장의 종교적 후계자로도 꼽힌다. 검찰은 미국과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동안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씨 검거에 정신을 쏟는 바람에 혁기씨 등의 소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혁기 씨가 본국 정치권을 뒤흔들만한 폭탄 발언을 준비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분석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혁기 씨가 아버지 유 씨의 재산과 관련된 실질적인 후계자로서 아버지의 정관계 인맥을 모조리 꿰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오대양 사건으로 인해 학습효과가 생긴 유 씨가 정관계에 폭넓은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해왔던 것이다. 여야 대선 후보를 막론하고 엄청난 규모의 선거자금이 건너갔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유 씨의 입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왔으나, 그는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의 죽음과 관련해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가장 우선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실상 감춰진 진실을 풀어낼 유일한 사람은 혁기 씨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혁기씨 소재를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이 인터폴에 적색수배(가장 높은 등급의 수배)를 요청할 당시 혁기씨는 미국에 머물렀지만 이미 미국을 떠나 멕시코 등 제3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4월 말 해외에 머물고 있는 유 전 회장 자녀와 측근들에게 세 차례 걸쳐 자진 귀국을 종용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4월 19일 금수원 회의에서 장남 대균씨는 물론 해외에 머물던 자녀들에게도 “검찰 통보가 있어도 귀국하지 말라”고 도피를 직접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섬나 씨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의 고급 아파트에 머무르다가 지난 5월 27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섬나 씨는 불구속 재판 신청이 기각되면서 오는 9월 17일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항소법원이 인도 결정을 내리더라도 섬나 씨가 불복해 상소하면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해 실제 국내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을 유 씨 일가의 전적인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정권의 입장에서 혁기 씨는 마지막 남은 눈엣가시인 셈이다. 유 씨가 죽은 마당에 그가 잡혀야 만 수사가 진척이 되고 재산환수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가 가지고 있을지 모를 ‘히든카드’를 감안한다면, 혁기 씨의 입을 컨트롤 하는 것이 유 씨 일가 수사에 남은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다.

유병언 변사체에 대한 사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기려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또다시 타살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나는 타살 당했소이다?’
그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가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주민들의 새로운 녹취록을 공개하며 유씨 변사체와 관련한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4일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유 전 회장 변사체의 발견 시점이 세월호 참사보다도 먼저라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을 공개한데 이은 두 번째 공개 의혹 제기다.
이날 박 의원이 밝힌 주민 녹취록의 주요 내용은 변사체가 발견된 곳이 주민들의 발길이 잦은 민가와 고추밭 인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가 짖거나 까마귀가 오지 않았으며 사체 부패에 따른 냄새도 나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박 의원은 국과수 발표를 믿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체 발견) 현장에서 불과 1∼2분 떨어진 거리에 민가가 있고, 그 민가에서는 개 두 마리를 기르더라”며 관련사진을 공개한 다음 “그 집에 사는 할머니에게 ‘개가 안 짖었느냐, 냄새가 안 났느냐, 까마귀 등 동물이 안 왔느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국과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어 “사체 발견 지점은 고추밭에서 3∼4m밖에 안 떨어진 곳”이라면서 “바로 그 위에 고추밭, 수박밭이 있어 매일 사람들이 밭일 하러 왔다 갔다 했다는 게 할머니의 진술”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 동네(학구3거리)에는 노숙자가 있을 수 없다”, “왜 노숙자가 왔다갔다 했다는 건지 웃기는 일”이라는, 이민가 뒤편에 위치한 한옥 건설현장의 인부 1명의 증언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도망 다니다 보면 민가, 특히 개가 있는 곳은 피하는 게 상식적인데, 유병언은 왜 이런 곳을 찾아왔는지 알고 싶다”며 “더욱이 사체 부패가 심했을 텐데 냄새도 나지 않았고, 개도 짖지 않았고, 까마귀나 어떤 동물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박 의원은 “어제 낮 12시30분께 경찰간부의 허가를 받고 폴리스라인을 넘어 사체 발견 현장에 들어갔었는데, 사체가 처음 발견된 현장에는 풀이 무성했으나 완전히 풀이 베어져 있었다”며 “‘왜 풀을 베었냐’고 경찰간부에게 질문했더니 ‘오늘 처음 나와 모르겠다”고 하더라. “현장보존을 하지 않고 풀을 베어버린 건 참으로 이상하다”고 말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본부는 그동안 시신이 발견된 현장의 풀이 무성한 탓에 유씨의 유류품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 전날부터 주변의 풀을 모두 베어내고 정밀 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의원은 “국과수 발표를 믿지만, 사체를 바꿔치기 했느니, DNA 결과를 못 믿는다느니, 의혹이 증폭되고 ’유병언 괴담‘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1억년 전 살던 공룡도 밝혀내는 과학시대 아닌가”라며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의 해임을 거듭 촉구했다.
박 의원이 지난 24일 공개한 주민 녹취록을 가장 먼저 입수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도 “이 지역 면장은 (사체가 발견된) 6월12일 ‘비가 부슬부슬 왔다’고 증언했지만 다른 주민 두 명은 ‘날씨가 맑았다’고 주장했다”며 “여러가지 정황들이 정부의 발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에서 나온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와 야당에서는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임을 나타내는 문건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두 달여가 지만 지난 6월 24일, 침몰해있는 세월호 선내에서 노트북이 발견됐다.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는 곧바로 노트북에 대해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에서는 증거보전 절차의 하나로 데이터 복원 전문 업체를 지정해 노트북의 내용을 복원하도록 했고 한 달여 만인 지난 25일 복원이 이뤄졌다. 노트북에 저장된 문건 중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파일이름이 있었고 그 파일을 여니 2013년 2월 27일 작성된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 – 국정원 지적사랑’이란 제목의 문건이 확인된 것이다. 문건에는 100가지 정도의 지적사항이 담겨 있는데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선내 상태에 대한 지적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TV가 부족하다’거나 ‘카페에 있는 냉장고의 팬이 불량하다’거나 ‘화장실 환풍기 도색작업’ 등의 내용과, 심지어, ‘직원들의 3월 휴가계획서 작성 제출’, ‘2월 작업수당 보고서 작성’ 등의 내용까지 담고 있다.

노트북에서 발견된 파일의 이름이나 문건에 ‘국정원 지시사항’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이 문건대로라면 당연히 세월호의 실제소유주가 유병언이 아니라 국정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가능한 부분이다. 세월호가족대책위는 “문건엔 국정원이 (세월호)직원들의 3월 휴가 계획서와 2월 작업 수당 보고서를 작성 제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이런 정황은 세월호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가족대책위는 이어 “정부는 지금까지 세월호 증축이나 개축을 유병언 회장이 지시했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실소유주라고 주장해 왔는데 국정원이 세월호에 이렇게 깊숙이 관여하고 지시했다면 실소유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이 정말로 국정원에서 지적한 것이 맞는다면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 내지는 세월호 운항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100가지의 지적사항을 보면 국정원이 이런 사항까지 지적한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국정원이 이런 걸 지적했다면 보통 관계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만 노트북의 소유자나 사용자가 누군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노트북의 소유자나 사용자가 확인된다면 문건의 작성경위나 국정원이 실제로 세월호 운영에 구체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제기에 대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실소유주 의혹제기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말이 안 된다”라면서 “100가지의 지적사항은 유관기관 지적사항이거나 세월호 자체의 작업사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 관계자가 내부 작업예정사항을 기재하면서 여러 기관이 지적을 하니까 대표적으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고 한 것 같다”면서 “문건 작성자를 찾으면 확인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남재준 국정원장이 갑작스럽게 경질된 것도 의혹을 부추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등 갖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남재준 전 원장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국정원이 가장 먼저 보고를 받았다 아니다는 논란이 일자 남 원장을 전격 경질했다. 모양새는 남재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었지만 후임 국정원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유진룡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처럼 면직해 국정원장 대행체제로 가도록 함으로서 사실상 경질한 것이다.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논란이 제기되면서 새삼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왜 경질됐을까? 라는 의문이 새롭게 제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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