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윤 한국관광공사 감사 취임 논란과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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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방송인 쟈니 윤(본명 윤종승)이 최근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된 것을 두고 본국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6일 쟈니 윤 씨를 신임 감사로 임명했다. 윤씨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1959년 미국에 와 쟈니 카슨의 ‘투나잇 쇼’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다 1989년 돌아와 KBS ‘쟈니윤 쇼’를 진행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 캠프의 재외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대선캠프에 있던 인사를 자신의 전문성과 무관한 관광공사 감사로 앉히다 보니 논란은 예견됐던 일. 특히 관광 분야에 문외한인 그가 홍보대사도 아닌 감사직을 맡는 것은 ‘코미디’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또한 쟈니 윤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반대했던 장관까지 해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파장은 박 대통령의 인사논란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인사 실패를 해서 언론의 비판에 직면했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측근들만 요직에 앉히는 안하문인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입으로는 국민들을 위한다면서 야당 정치인들을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은 국민들이 원하는 인사와는 동떨어진 인사를 하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된 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며 미소를 머금고 있는 쟈니윤 신임감사.

관광 업무와 전혀 무관한 데다 주로 미국에서 방송·연예 활동을 해온 80에 가까운 고령의 인사를 관광공사 제2의 요직에 앉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다. 하지만 쟈니 윤을 둘러싼 보은인사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이미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본국은 세월호와 관련된 관피아 논란이 한창이어서 낙하산 인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국 쟈니 윤은 원래 얘기됐던 사장은 아니지만 감사로서 관광공사에 입성하는 모양새가 됐다.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쟈니 을 둘러싼 논란은 문화체육관광부 안에서 2달 가까이 끌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7월 있었던 개각에서 세월호 참사와 무관했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던 것은 쟈니 윤을 반대했기 때문인 정황이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감사 때문에 장관 경질?
 
본국의 한 기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쟈니 윤을 관광공사 사장 또는 감사에 내정하려고 했다 한다.  하지만 여기에 태클을 걸고 나선 것이 바로 유진룡 전 장관이다. 그는 쟈니 윤이 관광공사 사장이나 감사로 일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그를 반대했다고 한다. 유 전 장관은 그 대신 쟈니윤을 관광공사 고문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감사에 준하는 예우를 갖추기 위해 ‘기사 딸린 차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듯 했지만 관광공사의 내부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고문에게 운전기사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 관광공사 규정. 이는 관광공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공기업의 규정.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그에게 특혜를 제공할 수 없었던 거. 자니윤은 이러한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읍소했고, 박 대통령이 유 전 장관을 해임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한 사람을 감사직에 임명하기 위해 장관 한 사람을 내친 모양새가 됐다. 이같은 인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간의 인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7년 첫 만남

자니윤은 관광 분야 경력이 없다. 193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그는 1959년 미국 방송 ‘투나잇 쇼’ 출연을 시작으로 미국의 방송·영화계에서 활동했다. 한국에서는 1989년 KBS ‘자니윤 쇼’를 진행했다. 박 대통령과 쟈니윤의 인연은 지난 2007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타운에선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미주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당시 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경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은 교민들의 성원에 크게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이 행사를 준비하고 후원회장을 맡은 인물이 바로 쟈니 윤이란 사실은 이곳 LA에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 쟈니 윤은 박 대통령이 경선에서 패배한 후에도 계속해서 지지 활동을 벌이다 지난 2012년 7월 박근혜 대선 캠프 재외국민본부장으로 합류했다. 박 대통령은 오랜 미국 생활을 한 그에게서 재외국민선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선거 전략에 반영했다. 자니윤이 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된 것을 놓고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두 사람의 이 같은 인연 때문이다.

▲ 지난 2007년 LA방문 당시 박근혜 의원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인연이 되었다.

 

쟈니 윤이 관광공사 감사 면접 당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만 보더라도 온통 대통령에 대한 ‘용비어천가 뿐이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의원이 공개한 쟈니 윤의 자기소개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감사는 대통령님의 국정철학과 문화관광 정책을 이해하고 한국관광공사 사장님의 경영 방침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극대화 하는데 일조해야 합니다.”
“2007년 해외동포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시작된 인연으로 박근혜 대통령님의 대선 재외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했다.”
자기소개서를 보면 ‘보은인사’ 논란은 제쳐두고서라도 과연 그가 감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지에 대해 물음표가 달린다. 그는 평생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  윤 씨는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차량과 운전기사를 지원받고 연봉으로 기본급만 8311만2000원을 받는다. 여기다가 매월 207만 원의 판공비와 정부기관평가에 따라 월급기준 200∼300%의 상여금도 받는다. 관광공사는 올해 정부기관평가에서 최저등급의 한 단계 위인 D등급의 낙제점을 받았다. 올 한 해 동안 220억∼230억 원의 적자도 예상된다.

관광공사 감사는 일반 업무는 물론 예산 등 돈의 흐름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자리다. 회계 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더욱이 감사는 관광공사 사장의 업무를 견제하는 기능도 수행해야 된다. 같은 당에서 함께 선거운동을 한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나. 직원들이 업무 지시를 제대로 따를지도 의문이다.
이번 인사는 박 대통령이 말과 행동이 다른 이른바 ‘유체이탈화법’의 달인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관광공사 임원추천위원회도 심사 과정에 그의 전문성 부족을 우려했으나 해외 홍보 능력을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홍보 역량은 감사에게 굳이 필요한 게 아니다. 관광산업과 관련된 일반적 업무 수행과 회계 등을 총괄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지식과 경험이 필수다. 관광공사 노조가 성명을 통해 ‘정부가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했다’고 비아냥거린 데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할 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임기중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5월까지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 중에서 상급부처나 정치권 출신, 대통령 측근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이 49.0%인 75명에 달한다.

지난 4월 임명된 변추석 관광공사 사장도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장 등을 지낸 광고 디자인 전문가이지만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했으며 박 대통령 당선 뒤에는 당선인 비서실 홍보팀장으로 일한 인물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민관 유착을 부르는 ‘관피아’ 비리 문제가 불거지며 낙하산 인사 근절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그러나 정부 고위직의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려면 대통령 측근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의 낙하산 또는 보은 인사부터 끊어야 한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캐디 폭행도 화제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쟈니 윤의 25년 전 캐디 폭행 사건도 공인으로서의 그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992년 자니윤씨가 국내 한 골프장에서 여성 캐디에게 골프채를 휘둘러 뒤통수에 상해를 입혔다”는 글을 올렸다. 이 시장은 사건 당시 폭행당한 캐디의 변호인이었다. 이 시장은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감사를 할 사람이 없어 이런 사람을 감사로 임명하느냐”고 주장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자니윤 쇼’ 진행자로 이름을 날리던 윤씨는 1989년 10월 지인들과 함께 경기 성남시의 한 골프장을 찾았다. 당시 이 골프장은 노사분규가 일어나 캐디들이 농성을 하고 있었다.
캐디들은 비회원인 윤씨가 포함된 일행이 회원의 날에 골프를 친다는 이유로 윤씨 일행의 입장을 막고 “비리의 증거를 남겨야 한다”며 윤 씨 사진을 찍었다. 윤 씨는 사진을 찍히지 않기 위해 캐디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캐디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에 격분한 윤 씨는 퍼터를 든 채 카메라를 든 캐디 유모씨를 쫓아갔고, 비탈길에서 유씨를 붙잡으려다 함께 넘어져 유 씨에게 뇌진탕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1992년 10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2부는 윤 씨에게 “1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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