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국정 농단 사건 비선 실세 의혹…정윤회- 최순실 풀리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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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속된 전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최순실이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라고 지목할 정도로 최순실의 위력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리고 2위는 전 남편 정윤회, 3위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국가권력 서열을 거침없이 통칭했다.
실제로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최순실이 이번 국정논단 사건의 몸통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녀를 소환하거나 부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는 삼척동자도 알만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고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딸인 최순실은 지난 30여년동안 박대통령을 실질적으로 보좌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박 경정이 말하는 권력서열 1위가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최순실을 부르는 것은 곧 박대통령을 부르는 것이라 판단한 것이지 몰라도 끝까지 검찰은 그녀를 소환하지 않아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순실, 그녀는 누구며 박근혜 대통령과 도대체 무슨 사연이 얽혀있기에 검찰조차 ‘손을 쓰지 못한 것일까’ 하는 것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희대의 국정 농단 사건인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쫓아가봤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 출신인 정윤회(왼쪽)씨와 전 부인 최순실(오른쪽)씨가 지난해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7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이 검찰 수사를 받다 검사와 수사관에게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고 물으며 “최순실 씨가 1위, 정윤회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와서 누리꾼들에게 대단한 화제다.
최순실 씨는 비선 실세 논란에 선 정윤회 씨의 아내로 고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딸로 지난 30여년동안 박대통령 근접에서 그림자처럼 보좌해온 여자다. 남편 정윤회가 밤의 그림자라고 하면 최순실은 숨은 그림자라 불릴 정도로 두 부부와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된 최순실은 권력서위 1위임을 실감하듯 검찰은 최씨를 소환하거나 부르지 않았다. 단연 최씨를 불러서 조사를 해야 하지만 어찌된 영문이지 그녀를 수사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어 정권말기에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수첩공주 정보는 모두 최순실로부터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과 어릴 적부터 말벗동무로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 수시로 밀대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매일 아침마다 즐겨먹는 미국산 시리얼까지 직접 공수해 바칠 정도로 극진하게 모셨다. 박대통령이 즐겨 입는 한복과 옷의 디자인색감까지 직접 고른다.
최씨는 밤이면 스타들이 타는 스타트렉을 이용 청와대 비밀 문을 이용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는 정보가 이번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유명스타들의 트레이너로 소문난 윤전추 행정관 발탁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 이처럼 최씨는 수시로 박대통령과 독대하면서 자신과의 이해관계에 있는 인사들을 박대통령에게 천거했다.

또한 독일통으로 알려진 최씨는 1년에 수차례식 독일을 왕래하고 있다. 이화대학 특례입학으로 문제가 된 승마선수 딸의 애마도 독일에서 수입해왔으며 출산을 위해 인공수정까지 독일의 유명병원에서 시술받았음을 스스로 주변사람들에게 말할 정도로 독일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 초호화저택도 있다는 풍문도 들리지만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로 소문이 난 최순실은 휴대폰만 4대를 소지하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번갈아 사용하다가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제3자의 휴대폰을 사용할 정도로 철저하게 비밀유지를 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에 불려가 곤혹을 치렀던 LA출신 미 시민권자 K모씨의 경우도 최씨 건물에 입주하기 전부터 최씨와 허물없이 지낸 사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 ‘미성’이라는 여자 사우나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가깝게 지냈으나 지난 해 9월 느닷없이 퇴거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받고 문을 닫았다고 검찰 진술서에 기술되었다.
이번 국정논단 사건을 수사한 한 수사관은 ‘핵심을 교묘하게 피해나간 수사’라며 정작 수사해야할 대상은 소환하지 않고 엉뚱한 사람들만 불러다 짜 맞추기 수사를 한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최순실을 가리켰다.

모든 오명은 깃털들에게 뒤집어 씌워

그러나 지난 2007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왔던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 논란은 몸통인 최순실은 조사하지 못한 채 이렇게 검찰 수사로 일단락됐다.
검찰은 지난 5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진들 간 비밀 회동 자체가 없었다”고 결론지어 의혹만 가중시키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문건 유출 경로는 크게 2가지로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박지만 회장에게 문건 17건을 건넨 것과 박관천 경정이 2014년 2월 경찰에 복귀하면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에 문건을 보관했고, 이를 정보분실 소속 한모 경위와 자살한 최 모 경위가 복사해서 언론사에 유출했다는 것이다. 본보가 보도했던 대로 이번 사건은 의혹이 제기된 순간부터 박 대통령이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 만큼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결국 이같은 예측이 모두 적중했다. 박관천 경정은 공무상 비밀누설 등 4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한모 경위는 방실침입·수색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반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정윤회씨는 변호인을 통해 “희대의 국정 농단자라는 오명을 벗게 돼 너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사실상 박 대통령과 정윤회의 호위무사 역할을 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정권 후반기나 차기 정권에서 만큼은 특검이나 국정조사의 필요성이 더욱 제기되고 있다.

朴의 쫌스러운 인사스타일 알고 보니 박 대통령이 직접 부처 과장(서기관급) 인사까지 챙기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에게 불리한 보고서를 작성했던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당시 유진룡 장관에게 좌천성 인사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장·차관과 국장급 등 고위공무원의 인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과장급 이하의 인사는 해당 부처 장관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장관도 인사권 등 권한을 갖고 있어야 업무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부터 책임 장관제가 정착돼야 한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인사를 한 후에도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 제2부속실은 지난해 유명 연예인과 재벌 총수들의 전담 헬스트레이너였던 윤전추 행정관을 채용했지만 그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오락가락했다. 처음에는 민원·홍보업무를 한다고 했다가 박 대통령의 비서 역할을 한다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의 답변은 오히려 윤전추 행정관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켰다. 윤 행정관을 누가 추천했는지, 공직경험이 전무한 그가 어떻게 제2부속실에 배치될 수 있었는지 등 의혹이 잇따랐다. 윤 행정관 채용에 비선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비선 관련 운운은 모두 헛소문”이라면서도 “윤전추 행정관이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정윤회와 ‘3인방’의 국정개입 의혹을 감찰하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수장인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도 짐을 갖고 나올 틈도 없이 전출 통보를 받았다. 조 전 비서관과 함께 일했던 검찰·경찰 등에서 파견나왔던 직원 19명도 팩스를 통해 전출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불명예 퇴출과정에서 왜 청와대를 나가야 하는지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정윤회는 한 번, 박지만은 두 번 소환

정윤회와 최순실의 영향력 역시 오히려 검찰 수사를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면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는 청와대 문건 유출의 대상자로 지목하면서 두 번이나 소환하면서 단초가 된 최순실은 소환 통보는커녕 부르지도 않았으며 정윤회는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단 한차례 소환하는 걸로 마무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박지만씨 보다는 정윤회씨를 더 어렵고 중시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박지만 EG회장을 두 번이나 소환한 것은 박 회장에게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있거나 사법처리를 위한 수순이 아니었다. 참고인 조사인데 두 번이나 소환하는 것은 그동안의 검찰관행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 비서관을 소환할 때도 청와대의 협조를 구하는데 대통령의 동생의 경우 그런 절차를 거치는게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박지만씨의 소환은 대통령의 동의 내지는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검찰은 조응천을 엮을 수 있는 진술을 박지만씨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대해서 대조적이다. 정윤회씨는 요란스럽게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지금 검찰의 수사대로라면 박지만씨와 그 측근인 조응천 전 비서관, 박관천 경정이 불장난을 하고 춤을 춘 게 되는 것이다. 검찰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의 ‘찌라시’와 ‘국기문란’ 발언에 이어 정윤회씨의 발언에 수사결과가 맞춰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박지만씨가 말했다는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십상시’ 모임을 사실무근으로 결론지은 과정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허위 문건’ 파동의 주범으로 몰았지만 범행 동기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박지만 EG 회장은 청와대 문건을 계속 받았지만 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부당하게 정보를 습득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일반인에 불과한 박 회장이 청와대 공식문건을 받은 행위를 설명하기에는 궁색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의혹의 불씨만 키운 셈

검찰 발표는 풍문을 잠재우기는커녕 의혹의 불씨만 살려 놓았다. 이번 수사를 통해 문건을 둘러싼 의혹을 말끔히 해소했다면 풍문이 끼어들 틈이 없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검찰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남겼다. 비선실세 논란이라는 핵심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와 특수부가 그렇게 허술한 곳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의혹의 실체를 파헤칠 실력은 충분하다. 살아 있는 권력과 관련한 사안에서만 그 실력이 발휘되지 않는 게 문제다. 어쩌면 살아 있는 권력 앞의 ‘몸 사리기’는 의도된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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