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경찰, 한인 경영 양말공장 습격사건 ‘지저분한 전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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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의류업체들이 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와 동남아권을 겨낭하고 있는 시점에서, 멕시코에서 의류업을 하는 한인 운영업체가 근로자 학대 및 성적유린 등 혐의로 멕시코 수사당국에 적발당해 한국인의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지난 5일 멕시코시티에서 400킬로 떨어진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나시에서 양말을 생산하는 한인의류업체 ‘예스 인터내서널’(Yes International)이 이민청을 포함한 연방경찰에 급습을 받아 한인 여성 사장 등 4명이 성적인 학대를 포함한 근로자 노동법 위반 학대 혐의로 체포 연행됐다. 멕시코 이민청 (INM)은 이례적으로 경찰의 급습 과정을 촬영한 비디오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같은 사건을 접수한 엑셀시오르 현지 신문을 포함해 미국의 ABC방송, 영국의 BBC, 프랑스 AFP통신, 중국의 신화사 통신 등이 중요 뉴스를 보도하면서 한인 업체가 노예착취와 같은 행위를 벌였다고 하여 “어글리 코리안”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현재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측은 사건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
김 현(취재부기자) 

▲ 멕시코 수사당국의 근로자위반사례를 조사받고 있는 한인 의류업체 건물.

최근 LA지역 한인의류업계가 멕시코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위해 나서고 있는 차에 이번 사건이 발생한 멕시코 할리스코주 정부와 사전 논의를 마친 상태에서 자칫 논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번 사건 보도에서 대부분의 외신들은 “멕시코 경찰이 한인업체에서 학대받던 129명 근로자를 구출했다”(Mexico rescues 129 workers ‘abused’ by S.Korean firm)고 보도했다. 이에대해 일부 한인 언론은 “멕시코 한인 의류업체 ‘종업원 학대’ 조사”로 제목을 달았다.
영국의 BBC방송은 6일 중남미 특파원발 기사에서 6명의 미성년자가 포함된 129명의 근로자들이 한국인 업체에서 성적으로 학대를 받았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이 급습해 근로자들을 구출했다고 보도했다.  한인업체가 근로자들을 학대했기에 누군가 당국에 고발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이민국, 129명 근로자 구해

프랑스의 AFP 통신은 문제의 한인 업체를 취재하면서 한 근로자와 인터뷰를 통해 “나는 직접 성적 학대를 받지 않았으나, 한인 경영진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근로자는 “아마도 이같은 일은 양 측간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통신은 이민청이 ‘예스인터내셔널’이란 사명의 기업 소유주, 매니저 등 한국국적자 4명을 서부 할리스코주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루이스 칼로스 나헤라 할이스코주 검찰 담당관은 “현재 한인 업주는 청소년 학대와 근로자 성추행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신문인 엑셀시오르와 멕시코 데일리 뉴스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의류업체가 근로자를 학대했다는 고발이 접수됨에 따라 연방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들은 구출된 한 근로자의 말을 인용해 한인업주들을 가리켜 “수상한 인신매매 강도단”(Gang of suspected Human traffickers)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이민청은 5일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 주 과달라하라 시 사포판의 양말 제조업체인 ‘예스 인터내서널’ 작업 현장에서 한국인 대표(여성)와 관리자 등 4명의 신병을 확보해 검찰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이민청의 바가스 포사도 담당관은 “이들 한국인의 체류신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서 “제보자들로부터 노동법 위반 고발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민청은 멕시코인 남녀 근로자 각 121명과 8명이 일하는 한인 업체에서 노동력을 착취하는가 하면 정신적•성적으로 근로자들을 학대한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지동포 “사실과 다를 수 있다”

멕시코 노동부 관계자는 이 근로자들은 오염된 근무 공간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노역을 했으며, 안전설비도 갖추지 않은 곳에서 화재 위험에도 노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 노동복지부의 빅토르 모레노 담당관은 “이 업체가 고용 계약서가 미비한데다 16∼17세의 미성년자들에게 일을 과도하게 시키는가 하면 점심시간을 15분밖에 허용하지 않는 등 근로 규정을 어긴 사실을 적발했다”고 주장했다. 또 모레노 담당관은 “작업장이 비위생적이고 소방장비도 없었다”면서 “상여금이나 휴가비, 야근 수당 등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한 수사관이 한인의류업체 외곽을 수사하고 있다.

현지 동포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한 고발은 내용과 실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수사 당국이 익명의 제보를 받고 4일 사포판 지역에 있는 이 회사를 급습할 당시 많은 근로자들은 허름한 작업장에서 수사관들이 수사를 벌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작업장에는 여기저기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수사 당국은 구출된 희생자는 16~17세 미성년자 6명을 포함해 여성 121명, 남성 8명이라고 밝혔다. 이 근로자들은 검찰에 “육체적, 성적 희생자이며, 위협과 정신적 피해, 혹사를 당했다”고 말했다고 이민청 관계자가 전했다.

50대 한인 여성이 대표를 맡은 이 공장은 200여 대의 양말 제조장비를 갖추고 5년 넘게 가동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은 관계 당국과의 접촉을 통해 정확한 사건의 경위를 파악 중이다.
한편 AFP통신은 할리스코 지역에서 근로자 학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3년에도 10대 39명을 포함한 직원 275명이 토마토 처리 공장에서 노예처럼 집단시설에서 거주하며 정상임금의 절반을 받고 근무했던 사건이 한 근로자의 폭로로 드러났다.


■ 멕시코 중남미
LA한인 의류업체들이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 및 동남아시아권 국가들과 거래 빈도를 높여가며 의류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있다. 그중 한인의류업계가 경기침체위기 돌파를 위해 멕시코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인의류협회는 멕시코 할리스코주를 방문, 의류 생산 효율화와 새로운 시장 발굴이라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할리스코주 정부와 사전 논의는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협회측의 해외 방문단은 할리스코 주도인 과달라하라에서 주지사 및 경제 관료들과 협력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도 갖고 또 멕시코에서 가장 큰 의류 전시회인 인터모다쇼에 LA지역 한인 의류업체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논의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의류협회 측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국가에서 LA를 방문해 제품을 구매하는 비율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달라지는 유통 환경을 탓할 것만 아니라 직접 해당 국가를 방문해 생산비용도 절감하고 새로운 판매처도 늘리기 위해 방문단을 마련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 멕시코의 의류 소비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연간 200억 달러 규모에 불과했지만 최근 해외 투자유치 활성화를 비롯한 경제 개발의 여파로 지난해 260억 달러 수준까지 급증했다. 매년 5% 이상의 성장세가 전망되는 멕시코 의류 시장은 오는 2017년에는 32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올해들어 다수의 한인 의류업체들이 해외 생산기지로 의지하던 기존의 중국 일변도에서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권 국가 국가들로 넓혀가고 있다.
현재 한인 의류업체들이 거래하고 있는 해외 생산기지의 비율은 대략적으로 중국 70%,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15%, 멕시코, 과테말라 등 남미지역 국가들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의지하는 비율이 9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 베트남 각광
베트남의 경우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A)에 참여하고 있어 미국 의류분야 관세가 철폐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건비 상승과 품질문제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었다.
또한 저렴한 인건비와 높은 생산성, 강력한 품질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최근 대표적인 의류 완성품 수입처로 떠오르고 있어 한인 의류업체뿐만 아니라 미국 내 주류 패션업계 역시 거래 빈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인건비는 중국의 3분의 2 ~ 2분의 1 수준이며, 미국에 의류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두 번째 국가로서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체 의류 중 9.2%를 차지하고 있다.
의류협회 측은 중국과 거래를 하던 한인 업체 중 30%는 이미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며 잠재성이 풍부한 베트남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베트남만큼은 아니지만 낮은 단가와 높은 생산성으로 한인 의류업체들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커튼을 생산하는 과정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추리닝과 면바지 등 심플하고 베이직한 의류 수입처로 떠오르고 있다. 올 한해 첫 10개월 기준 베트남의 대미 의류 수출액은 93억달러로 전년 대비 15.5% 상승했다.
인도의 대미 의류 수출액은 전년 대비 6.4% 상승한 60억달러, 인도네시아도 51억달러 상당의 의류를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글라데시도 2014년 첫 10개월 동안 50억달러의 의류를 미국에 수출했다. 한편 가장 큰 대미수출액을 보인 국가는 여전히 중국이었다. 중국은 올 해 첫 10개월 기준 전년 대비 1.5% 오른 415억달러의 의류를 미국에 수출했는데 이는 미국내 전체 의류와 섬유업계의 39%를 차지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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