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곳곳에서 불거지는 朴 친인척 비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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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취임한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정확하게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박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지나자마자 친인척 관련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 다른 대통령들의 임기 말과 하나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2년 만에 수사가 재개된 이종사촌형부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윤석민씨의 거액 수뇌사건으로 전격 구속되자 사건에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이름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과거 한국민속촌을 헐값에 인수했던 정영삼 조원관광진흥 회장 역시 최근 사정기관에서 탈세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속촌 운영 사촌형부 입장객 축소보고

한국민속촌을 경영하는 조원관광진흥 정영삼 회장은 박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다. 육영수 여사의 큰언니 육인순 씨의 셋째 딸 홍지자 씨가 정 회장의 부인이다. 홍 씨의 아들 정원석 회장이 한국민속촌의 대표이사다. 정영삼 회장은 조원관광진흥의 사내이사, 홍 씨는 사외이사다. 한국민속촌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4년부터 건립이 추진됐다. 정부가 6억 8000만 원을 내고 민간기업인 기흥관광개발이 7억 3200만 원을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민간 투자 방식인 만큼 운영권은 기흥관광개발에 주기로 합의됐다. 그런데 한국민속촌이 완성되고 문을 연 뒤 1년 만에 기흥관광개발 김정웅 대표가 문화재보호법 위반죄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국민속촌 건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김 대표는 건립 과정에서 자기 재산을 다 투자까지 하면서 정부 계획에 협조한 터라 구속된 배경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사주가 구속된 기흥관광개발은 결국 자금난에 봉착했고, 1976년 10월 섬유업체인 ‘세진레이온’에 인수된다. 이 당시 세진레이온의 대표가 정영삼 씨였다.
이후로 잠잠했던 정 회장이 최근 친인척 특혜 및 비리 의혹 등으로 다시금 검찰과 국세청 등에 비리 첩보가 보고되고 있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한국민속촌 관리기업의 한 임직원이 국세청 측에 제보를 했는데, 민속촌의 입장객수를 실제보다 축소하고, 축소된 관객들이 낸 비용이 비자금으로 조성됐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이러한 관행들이 상당히 오래되었으며, 여기서 조성된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갔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런 의혹들의 사실여부는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휘발성 있게 번질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정 씨는 이미 지난해에도 한 차례 특혜의혹을 받은 바 있다. 정 회장의 아들 정원석 대표이사가 소유한 금보개발이 대주주로 있는 벤처투자회사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지난해 정부가 출자한 4개 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된 것. 금보개발은 지난해 3월14일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지분을 69.3%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으며, 4월25일에는 추가로 74.3%까지 지분을 늘렸다. 공교롭게도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정부 주도 모태(母胎)펀드의 4개 자(子)펀드 투자조합 운용사 선정 공고에 신청해 모두 운용사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들 4개 자펀드의 총 운용액은 870억원에 달한다. 4개 펀드는 ▲농립수산식품부 농업정책자금관리단 농식품모태펀드의 자펀드 ‘애그로시드펀드’ ▲미래창조과학부 주도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조합의 자펀드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 ▲중소기업진흥공단 주도 청년창업펀드 ‘컴퍼니케이청년창업펀드’ ▲금융위원회 주도 성장사다리펀드의 자펀드 ‘스타트업 윈윈펀드’다. 특히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펀드 운용액은 2011년과 2012년 말 1000억원, 지난해 말 1151억원에 불과했지만 정씨 소유의 금보개발이 대주주가 된 이후 정부 조성 4개 자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며 운용액이 모두 2020억원으로 2배 증가했다. 사실상 정부 운용 펀드를 노리고 금보개발을 소유했다는 것이 당시 금융권 관계자들의 주장인데, 이 건에 대해서 어찌된 일인지 금융기관이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8월 19일 구속된
|박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 윤석민 씨.

친인척이 정부 투자 펀드 싹쓸이

 

 

최근 친인척 비리 사건으로 본국 언론에 보도된 이종사촌 형부 윤석민씨 사기사건 역시 점입가경이다. 이른바 ‘대통령 사촌형부 금품수수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200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영 아파트 청탁 비리는 사건 당시 공무원, 공인회계사, 경찰간부, 도의원, 대학교수, 기자, 도지사 선거특보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인허가를 위해 공무원 등에게 수억원이 건네졌고 당시 황 씨는 전 국무총리의 딸을 사칭해 로비를 주도하다가 도주, 수배령이 떨어졌다. 황 씨는 수배생활 도중 박근혜 대통령 이종사촌 형부인 윤씨를 만나 수배를 풀어달라는 로비를 벌이면서 5천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씨와 황씨가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1월로 이 자리에서 윤 씨는 자신을 상록포럼의 공동대표이자, 충청향우회 중앙회 부총재(현 공동대표)로 소개했다. 황 씨는 2013년 5월 윤 씨를 믿고 함께 검찰에 자진 출두를 했다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갑작스럽게 구속됐다. 이에 황씨는 2년 6월을 선고받아 통영교도소에서 1년 6개월간 수감됐다가 2014년 말 의정부교도소로 이감됐다. 이 사건은 올 8월에서야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다시 불거진 사건의 양상은 대통령 측근 및 고위공직자와의 이름이 나오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번져가고 있다.
이 사건은 황 씨가 구속된 지 2년 만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 다시 수사를 재개했지만, 재개된 수사는 권력 고위층과 대통령 측근을 겨냥하고 있다. 일단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8월19일 제갈경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체포된 것은 권력형 게이트임을 짐작할 수 있는 첫 번 째 단초다. 제갈경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황씨로부터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시절인 2013년초부터 황 씨가 구속되기 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민원 청탁과 함께 모두 1억10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제갈경배 전 청장의 경우 부친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군 선거후원회장을 역임한 바 있어 국세청 내부에서 박 대통령 측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황 씨는 제갈경배 전 청장의 마산고 후배를 통해 그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년 만에 수사를 재개한 검찰은 지난 7월 황 씨의 컨테이너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유력 비서관 이름이 적힌 서류봉투를 발견하기도 했다. 황 씨가 봉투 겉면에 자필로 ‘윤석민, 청와대 A 비서관에 부탁해 처리해 준다며 5천만원 수수’라고 적어놓은 것이다. 윤 씨와 A 비서관은 박근혜 후보의 외곽단체인 상록포럼에서 함께 활동한 만큼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황 씨가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현 수석부의장에게 불법 자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한 측근은 검찰에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황 씨의 지시로 제주도에 가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현 부의장에게 1000만 원을 건넸다”고 전술했다. 그러나 현 부의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씨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한 이후 조만간 현 부의장을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버지가 사업권 주고, 아들이 특혜 받고

 ▲ ▲ 설악산 국립공원의 설악케이블카를 44년 동안 독점 운영하고
있는 한태현 대표이사는 한태현 대표이사는 박대통령 형부인
한병기 전 의원 아들이다.

최근 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도 박근혜 대통령 친인척이 운영하고 있다. 오색케이블카는 설악산 오색리에서 대청봉 인근 끝청까지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양양군이 제출한 사업계획은 이미 2012년과 2013년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 환경 훼손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난 28일 조건부로 승인됐다. 그런데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은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방문해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조기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문제는 설악케이블카를 추진하는 회사의 한태현 대표이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라는 점이다. 한태현 대표의 아버지는 박 대통령의 이복언니 박재옥 씨와 결혼한 한병기 전 의원. 그는 8대 국회의원(민주공화당)과 유엔대사를 지냈고 1998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방송개혁위원회 위원도 맡았다. 한병기 전 의원은 한국정경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이자 대한민국헌정회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설악케이블카는 매년 수십억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44년 동안의 수익이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사위 한병기 전 의원에게 케이블카에 대한 사업권을 줬다. 1971년부터 지금까지 한병기 일가는 외설악 정상 권금성을 왕복하는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 운영하고 있다. 한병기 전 의원의 아들 태준·태현 형제가 현재 설악케이블카의 대주주로, 둘은 지분 88%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한병기-박재옥 부부 슬하에는 딸 한유진 씨도 있다. 설악케이블카는 그야말로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오색약수부터 대청봉까지 케이블카가 이어진다면 현재보다 몇 배 이상의 수익이 날 전망이다. 아버지가 사업권을 주고, 딸이 특혜에 특혜를 더해주는 셈이다.
한편 지난 2일 박 대통령의 이모 딸인 육해화-이석훈 외사촌 부부는 수백억원대의 재산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5년 동안 약 25억원의 세금을 체납해 국세청으로부터 악덕세금체납자로 분류돼 출국금지 조치되자 출국금지 처분 취소신청을 냈다가 대법원으로부터 패소를 당해 박대통령 일가의 추잡한 비리행각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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