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과서 한국관련 개정된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캘리포니아주 교육부는 앞으로 미국 교과서에 수록된 한국 관련 내용의 확대와 오류에 대한 수정을 점진적으로 펴 나갈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은다. 교육부 당국은 지난 19일 새크라멘토 에서 개최된 교육 관련 공청회에서 한국 관계자들의 증언 청취와 자료 제출을 받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의 가주 교과서 개정작업은 지난 2009년부터 진행되어 왔는데 이번 공청회로 1단계 작업은 종료된다. 이 개정작업에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부단한 관심을 갖고 대처하여 왔다. 한인사회는 과거 ‘요코 이야기’ 등 미국 교과서에 담긴 오류 작업을 개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여왔다. 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에 대해 오류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 관련 내용이 한미간 정치 역사 경제 사회면으로 볼 때 턱없이 빈약 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데이빗 김 객원 기자>

지난 19일 새크라멘토 주 교육부 회의실에서 열린 ‘가주 역사-사회 교육과정 지침(History-Social Science Framework) 개정 공청회’에 남가주 및 북가주의 교육 관계자가 합동으로 참석하여 한국 관련 내용 확대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캘리포니아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릴 한국역사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공청회에 LA지역에서는 권영민 LA한국교육원장, 이강복 LA총영사관교육관, 존 던컨 UCLA 교수(한국학연구소장), 에드워드 박 로욜라대학 교수 등 4명이 참석했고, 북가주 지역에서는 최철순 샌프란시스코교육원장, 장은영 재미한국학교북가주협의회장, 이미선 전 새크라멘토 한국학교장, 조은미 새크라멘토주립대 교수, 송지은 스탁턴반석한국학교 교장 등 한국학교 교장, 교사 중심으로 10명이 참석하였다.
이날 공청회는 주 교육위원회(State Board of Education)의 자문 기능을 하는 IQC(Instructional Quality Commission, 위원 18명) 주관으로 개최되었으며, 역사-사회 교육과정 지침 개정 초안에 대해 일반적이고 총론적인 의견개진 보다는 초안 문구 자체에 대해 수정 또는 추가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의견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공청회장에는 100여명의 청중이 참석하였으며, 발언 신청은 총 63명이 신청하였는데, 한인 교육자 등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발언권을 얻어 한국 관련 내용 확대를 위한 의견 개진하였다.
이 자리에서 존 던컨 UCLA 교수 (UCLA 한국학연구소 소장)은 3~6세기 한국인의 일본 이주 및 불교 전파 관련 기술에서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전제하여 ‘중국’ 하나로 표현한 것을 ‘중국과 한국’으로 독립한 국가 표현으로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또 그는 냉전의 부산물 중 하나로 한국전쟁을 예시한 수준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미국의 개입을 가져온 전쟁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서술을 보다 상세화 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미국과 한국은 상호 긴밀한 우호국가 이면서 미국 내 한국계가 200만이 넘는 현실에서 미국의 어린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알게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국에 도움이 되는 것임을 역설했다.

재미한인 200만의 의미

에드워드 박 로욜라대학 교수는 이민사 전문가로서 코리언아메리칸 등 미국에 정착한 이민사회가 미국의 반제국주의문화 형성의 중요한 하나의 기반으로 역할 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한국 등 아시아로부터의 이민사 내용을 좀 더 상세히 다룰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미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특히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이 증대하면서 아시아로부터의 이민 물결이 부각된 사실을 추가하는 것이 미국사와 세계사, 미국의 국제관계와 이민 물결 사이의 관계를 알게 되는데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송지은 재미한국학교북가주협의회 부회장과 김현주 실리콘밸리한국학교 교감은 유태인 대학살 과 위안부 문제 등을 대표적 인권침해사례로 언급하며 한국의 여성들이 2차대전 중 일본으로부터 당해야 했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올바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수경 모데스토한국학교 교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소개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미래를 계획하는 긍정적인 교육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하며 한국 관련 내용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가주 역사-사회 교육과정 지침 개정 작업은 지난 2009년부터 진행되어 온 사안으로 그동안 LA 지역에서는 미주 한국어교사협의회, 미주한국학교연합회 등 한인 교육관계자 및 현지 역사교사 등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가주 교육부에 한국 관련 내용 확대를 위한 청원편지 보내기 운동을 포함해 교육과정 수정의견서 제출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번 공청회를 기점으로 가주 교육부의 교육과정 지침 개정 작업은 속도를 낼 전망으로 토마스 아담스 담당 디렉터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역사-사회 교육과정 지침 개정안은 오는 12월중 가주 교육부 홈페이지에 게재해 여론을 수렴한 후 내년 5월경 확정한다는 방침이며, 이번 개정안은 2017학년도부터 각 학교 커리큘럼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를 마친 최철순 SF교육원장은 “그동안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 관계자 분들과 교육관련 전문가들이 한국의 올바른 역사를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가주 교육부가 우리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많은 분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은영 북가주협의회장도 “한국학교에서 역사교육이 정규 초•중등학교와 연계성을 가지고 진행 된다면 한인 청소년들이 민족적 자긍심과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과과정 개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에서 한국학의 대가로 알려진 마크 피터슨(68) 미국 브리검영대 교수(한국학)는 “한국에 대해 잘못 기술한 내용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관련 내용을 늘리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4년에 미국 교과서 출판담당자 10여명과 함께 방한해 미국 내 중등학교에서 사용 되는 83개 역사 교과서를 미국사, 세계사, 세계지리사, 세계문화사 등 4개 범주로 나눠 한국 관련 내용의 양과 질을 분석 발표했다.
한국정 신문화연구원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소장 이길상)가 연구원 운중관 회의실에서 주최하는 제1회 한국이미지 콜로퀴엄에서 ‘미국 교과서 내의 한국관련 내용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그런대로 충실하게 다뤘다고 생각하는 책에 100점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 책과 비교해 다른 책들의 수준이 어떤지를 분석했다. 그는 “분석 결과 세계사의 경우 29권 중 21권이, 미국사는 36권 중 23권이 50점 미만인 수준 미달로 평가됐으며, 세계지리사는 12권 중 11권이, 세계문화사는 6권 중 5권이 50점 미만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 관련 내용들이 턱없이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잘못 기술된 내용도 적지 않았다. 교과서 가운데 ‘The World’는 한국의 수도를 ‘광주’라고 표기 했으며(p.535), ‘World Geography Today’에는 한일합병이 1895년에 됐다(p.401)고 적혀 있었다.
그의 연구 결과는 웹사이트(http://kennedy.byu.edu/staff/peterson/INDEX.HTM)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피터슨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우리 정부와 공동으로 미국 교과서 분석 작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했었다. 당시 피터슨 교수는 방한의 또 다른 목적으로 “동행한 미국 내 교과서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경복궁 등 서울의 유적지와 수원, 부여, 공주, 경주 등지의 역사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국 교과서 출판사 관계자들을 한국에 초청해 제대로 된 한국을 보여주고, 그들이 자료를 요청할 때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정부 측에 권고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서술 전망은 희망적 이다” 면서 “미국 교과서에 나타나는 한국 관련 서술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고점을 받은 프렌티스 홀 출판사의 ‘세계 문화’ 교과서는 ‘한국’에 독립적인 장을 할애하고, 세종대왕이나 한글에 특별항목을 두어 설명하고 있었으며 내 용상의 오류도 적었다”면서 “한국에 관한 서술이 많을수록 내용이 정확하고, 분량이 적을수록 오류가 많거나 편향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경제 성장으로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비교할 때, 한 국 관련 서술 내용이 적을 뿐 아니라 시정해야 할 여지도 많다”며 “분석 대상 교과 서 가운데 최고의 교과서에 100점을 줄 경우, 대부분이 평균 40점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피터슨 교수는 “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서술 문제는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와 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대부분의 오류는 단순한 관심의 부족이나 정보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구 과정중 만난 교과서 출판인들은 한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서술 전망은 희망 적”이라고 결론지었다.
하버드대에서 아시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피터슨 교수는 그동안 한국에 15년간 체류 하며 한국풀브라이트장학재단이사장(78~83년) 등을 역임했고, ‘유교사회의 창출’ 등 한국학에 관한 세 권의 저서를 냈다. 또 ‘미국인들과 광주사태’란 논문을 통해 당시 신군부의 만행과 미국의 방관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두 딸을 입양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