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와이드특집-1] 북한 5차 핵실험 미국 대선 쟁점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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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강경한 추가조치’ 촉구…트럼프 ‘오마바 정책실패’ 책임

도발적 북한 핵실험… “美 대선 정치적 무기”

북한의 제 5차 핵실험으로 미국과 UN 등을 포함해 온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데 특히 북핵 문제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대북 제재 강화 등 강력한 추가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야당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북핵 사태를 현 오마바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특히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의 대북조치를 겨냥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 발표가 나오자 CNN은 “북한의 핵실험은 몇 시간 만에 미국에서 정치적 무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여론도 북한 핵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지만 여전히 지상군 공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확산 여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일본 정부 등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제 5차 핵실험을 둘러싼 한반도 주변 정세와 미국 대선에 어떤 파급 효과를 던져주고 있는지 짚어 보았다.
데이빗 김 (취재부 기자)

북한5차-핵실험북한의 제 5차 핵실험이 무엇보다 미국에도 상당한 충격파를 던지면서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반면 ‘대북제재 실패론’과 함께 협상론도 제기되고 있다. 점점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이제는 아•태 지역을 넘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실제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위한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11월 8일 대선을 앞두고 벌일 후보 토론회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될 조짐이 크다. 첫 번 TV토론회는 오는 26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데 북핵 사태의 원인과 대응책을 놓고 클린턴과 트럼프는 첨예한 공방을 벌일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역대 최강의 대북 규탄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미국 의회에서도 대북 응징론이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해외 출장 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도 가세했다.

이처럼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요지는 사드 한반도 즉각 배치, 추가 대북제재, 중국 압박 등으로 요약된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우리 동맹을 위협하고 도발적인 행동으로 국제사회를 무시하는 북한의 최근 핵실험을 가장 강력한 어휘로 규탄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미국 의회가 올해 초에 부여한 대북제재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고, 북한의 최대 후원 국인 중국을 상대로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 통한 북한 핵 동결 선택 최선책

친한파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스스로 핵 기술을 테스트한 것 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인내심을 테스트한 것이기도 하다”며 외화 운반과 무기 밀매 수단으로 의혹받고 있는 북한 고려항공 운항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10일 ‘북한은 미치기는커녕 너무 이성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전략이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적으로 마주했을 때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이성적인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북한의 제 5차 핵실험으로 미국은 대북제재 수위를 높일 것인지, 대화로 전략을 전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또 NYT는 “북한 최대 우방인 중국 때문에 대북제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에는 협상을 통한 북한의 핵 동결이 마지막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협상론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주장하는 공화당 시각과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제재를 통해 북한에 고통을 가하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하는데, 지금 북한은 전혀 그러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면서 “대북제재가 미국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대선 국면에서도 대북 협상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강력한 추가 제재를 주장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김정은과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과-북핵-과학자들

▲ 김정은과 북핵 과학자들

빅터 차 연구원은 “북한의 의도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들어 서기 전에 생존 가능한 핵 억지력을 대외에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것은 고삐 풀린 핵 프로그램으로, ‘클린턴 행정부’든 ‘트럼프 행정부’든 차기 행정부의 1순위 안보현안으로 부상하게 됐다”고 전망했다. 최근 들어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가 높은 상황이었는데 이번 핵실험으로 확실하게 차기 정부의 1순위 과제로 올라가게 됐다는 주장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9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 규탄했다. 클린턴은 성명에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최근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더불어 규탄한다”면서 “또 다른 핵실험을 한 북한의 결정은 터무니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과 함께 연초 통과시킨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추가 제재를 부과하자’는 요청을 지지한다”며 “동시에 우리는 역내 동맹과 방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차기 정부 북한 핵 과제 맹공격

클린턴은 “우리는 핵무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일 대통령이 필요하다. 동북아에서 핵무기 보유국이 많아지면 그만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증가하는데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북아에서 어느 나라에도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15개 내지 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핵무기가 테러리스트 집단에게 넘어가는가의 여부다. 북한은 과거 미사일을 이란과 파키스탄에게 판매했다. 또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에게 판매하려고 했으며, 시리아에게는 핵가동 시설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이스라엘이 이를 탐지하고 시리아에 있는 핵시설을 폭파시켰다.

클리턴은 이런 점을 상기시켰다. 클린턴은 심지어 뉴욕에서 열린 대외정책 전문가들과 만남에서는 “북한과 이슬람 국가(IS)가 완전히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큰 위협은 테러리스트들이 핵 물질을 손에 넣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면서 “그래서 북한의 위험한 게임을 중단시키기 위해 세계가 협력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하여 트럼프는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면서도 여당인 민주당을 공격했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보수단체 ‘밸류 보터스 서밋’ 연설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을 민주당 정부의 정책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것으로 발표됐는데 이번 실험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을 맡았던 이래로 4번째”라며 “이는 실패한 국무장관이 초래한 또 다른 큰 실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6자 회담을 중단시키고,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해 유엔 결의를 계속 위반했다는 점을 트럼프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북 정책에 있어 북한 핵시설 타격을 주장하다가 다시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하는 등 왔다 갔다 행보를 보여왔다. 다만 북 핵문제에 대해서는 ‘오바마•힐러리 정부’의 외교정책 실패 사례로 일관되게 비판했다.

최근 지난 1월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당시 트럼프는 미국은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에 대하여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도록 ‘전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만약 이를 중국이 듣지 않을 경우, “우리는 중국에 대하여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트럼프는 “CBS This Morning”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이 핵개발을 하는 김정은을 다른 방법으로 빠르게 처치하는 방안으로 암살을 비추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 지난 5월에는 트럼프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는 북한 지도자와 만날 용의도 있다고 밝혀 이중적 입장을 나타냈다. 또 그는 북한 핵개발에 대응하여 미국이 핵우산에 보호를 받기보다는 한국과 일본도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빅터 차 교수는 “트럼프는 여러 가지 말을 많이 했는데, 정작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핵시설 타격론 주목

최근 민주당인 클린턴은 의회의 대북 강경파인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과 협력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계속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클린턴의 최측근 외교•안보 참모인 제이크 설리번은 이번 핵실험이 있기 훨씬 전인 지난 7월 말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클린턴 후보에게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가 매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북핵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트럼프의 과거 북한 핵시설 정밀 타격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의 관련 발언을 소개했다. 트럼프는 2000년 개혁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에서 북한의 원자로를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1999년 초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미국은 나와 같은 대통령을 원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타격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는 “나는 북한이 핵개발을 중지하는데 내가 일정한 조건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게 하고 싶다”면서 “과거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이 리비아의 모하마드 카다피에게 경고하고 공습을 행한 것을 알려주고 싶다” 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협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 싱크탱크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가 북핵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에 대한 최신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CCGA는 9일 ‘2016 미국의 외교 정책에 관한 국민의견 조사 결과’를 근거로 “미국인 60%가 북핵을 미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작년 조사 결과에 비해 5% 포인트 더 늘어난 것으로, 미국인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국제 테러리즘(75%)에 이어 2번째로 큰 잠재 위협으로 보고 있다.’북한의 위협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 응답자의 81%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려는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80%에 달했고, 대북 사이버 공격 수행에 대해서도 53%가 동의했다.

하지만 물리적 충돌 상황은 작년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대다수가 원치 않고 있다. 미국이 공습을 통해 북한의 핵 생산 시설에 타격을 가하는 방안은 35%만 찬성했다. 지상군 투입을 통한 핵 시설 제거 방안에 대해서는 25%만 동의했다. 또 CCGA는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11%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미 공군 ‘방사성 탐지’ 항공기 투입

한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미국 공군은 대기중의 방사성 물질을 탐지하기 위한 항공기(radiation sniffer)를 급파해 5차 핵실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CNN이 9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 공군은 몇 시간 내에 WC-135 콘스턴트 피닉스(Constant Phoenix)기를 투입해 대기 샘플을 포집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미군은 지난 1월 4차 북핵실험 때에도 방사성 물질 탐지기를 투입한 적이 있다.

일본 원자력 규제청은 9일 오전 10시 현재 전국 방사성 물질량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대기 중이나 지상에서 ‘먼지’등을 채취해 핵폭발 시 나오는 제논(크세논) 등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지 분석하는데,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방사성 물질의 양에 있어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자력 규제청은 “지하 핵실험의 경우, 대기 중에 방사성 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은 낮다. 과거 4차례의 북한의 지하 핵실험에서도 일본에서 이상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극동긴급대책부 역시 9일 오전 리아노보스티에 북한의 지진과 관련해 방사성 물질이 새로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돼있는 WC-135 콘스턴트 피닉스는 핵폭발 탐지 임무를 전문 적으로 수행하는 특수 항공기로, 지난 1월 4차 북핵실험 때에도 투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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