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서류 미비자’를 위해 발로 뛰는 전기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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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서류 미비자’를 위해 발로 뛰는 전기석 씨

동포들의 어려움을 대신 나서서 봉사

전기석

▲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전기석 부부를 만나고 있다.

미국에서 흔히 영주권이 없는 사람들을 ‘불법체류자’(Illegal Alien)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말을 ‘서류 미비자’( Undocumented Immigrant)라고 미국 언론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말을 바꾸게 한 사람이 바로 한인이다.

이민자들의 인권을 돕고자 지난 2002년에 ‘서류 미비 이민자 인권위원회’를 만든 전기석씨는 그 당시 만나는 언론 취재진들에게 우선 ‘불법체류자’란 용어를 ‘서류 미비자’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의 바람은 10년 세월이 지난 2014년에 들어서 미 NBC 방송과 LA Times 등에서 고쳐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기석 위원장은 2004년부터 기자들을 만나면 “불법체류자(Illegal Alien)란 말 자체로도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들까지 큰 멍에를 지고 살아가야만 한다”며 “서류 미비 이민자(Undocumented Immigrant)라는 말로 반드시 바꿔야 한다”라고 말하곤 했었다.

지난 14년 동안 서류 미비자들의 인권문제를 위해 봉사해 온 전기석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인권 단체들이 전개해 오고 있던 이민 관련 상담과 이민법 위반 사례에 대한 구제 계획이 적극적이지 못하였다고 나름대로 평가하고 앞으로 한인사회가 이 문제에 대하여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그는 한인 사회가 큰 목소리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한인회 등 단체들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돕기 위해 한인 커뮤니티가 라티노 커뮤니티와도 협력하여 조직적으로 주정부와 이민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도 크게 이슈화가 되고 있는 ‘드림법안’은 지난 2001년 처음으로 상정되었다. 이 같은 서류 미비자 학생들을 위한 ‘드림법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전기석 위원장도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2004년 9월에 딸과 함께 LA에서 새크라멘토 주청사까지 올라가 ‘드림법안’ 지지를 위한 단식 투쟁도 벌였다. 이를 위한 서명운동도 벌여 서명지를 당시 한국 외교부 장관인 반기문 현 UN 사무총장에게도 보내기도 했다.

전기석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호산나 운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미국에서 운전 면허증(Drive License)이 얼마나 중요하고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운전면허증이 영주권보다 더 실생활에 필요한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운전면허증 자체가 중요한 신분증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LA에 공관을 두고 있는 멕시코 총영사관은 이미 2004년에 자체 ‘총영사관 ID’를 발급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LA시가 2004년 3월 LA에 있는 모든 국가 영사관들이 이 같은 ID 카드를 발급, 사용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ID 카드(Matriculas Consulares)는 서류 미비자들이 은행 계좌를 오픈하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 각종 공공기관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방침에 전기석 위원장은 우리 총영사관도 ID를 만들어 준다면 서류 미비자들에게 큰 도움 이 될 것으로 믿고 총영사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 당시 이윤복 총영사에게 ID 카드 발급을 제안했다.

당시 LA총영사관에서도 한국 정부에 ID카드 발급을 제안했으며 정부도 인도적 입장에서 서류 미비자에게 영사관 ID 발급을 호의적으로 생각했다.

지난 2005년 LA 시(당시 시장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는 그해 10월 28일 한국 정부가 요청한 ‘LA 지역 한인 서류 미비자들의 신분 입증용’ 등의 명목으로 발행 예정인 ‘영사관 신분증(Consular I.D. Card)’에 대해 공식 승인했다. LA카운티 정부도 승인했다.

이에 따라 LA총영사관은 2006년부터 서류 미비자는 물론 LA공관 관할 지역 영주권자 재외동포들 에게도 신분증명용으로 총영사관 ID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LA총영사관 ID카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기석 위원장은 감지했다. 일부 동포들이 이 ID 카드로 한인 은행에서 계좌를 오픈하려고 했으나 이를 받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DMV(차량국)에서 요구하는 보안기준이 LA총영사관 ID카드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전기석 위원장은 16대 이윤복 총영사, 17대 최병효 총영사, 18대 김재수 총영사, 19대 신연성 총영사, 20대 김현명 총영사 시절에 ‘총영사관 ID을 DMV 기준에 맞출 것을 계속 건의했으나, 그때마다 공관의 담담자들은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

이러는 과정에 지난 2014년에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서류 미비자 대상 운전면허증 발급 법안(AB 60)을 통과시키고 2015년 1월부터 AB60 운전면허증 발급을 시작하면서 더 큰 문제가 터져 나왔다.

바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LA총영사관 ID를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한인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다. LA총영사관 ID가 부실하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전기석 위원장은 “한국 정부와 LA 총영사관이 영사관 ID를 차량국 보안기준에 맞게 조치를 취해야 한인 서류 미비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라고 계속 주장했다. 이러는 과정에 제21대 공관장으로 이기철 총영사가 부임했다. 이 총영사는 전기석 위원장으로부터 사태 전말을 청취하고, 이일에 매달렸다.

외교부 본부는 물론 조폐공사 측과도 협의하고 직접 실무자들을 LA로 초청해 드디어 가주 정부가 인정하는 새 ID카드를 제작하기에 이르러 지난 4일부터 발급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LA총영사관(총영사 이기철)이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인정하는 ‘LA총영사관 ID’ 발급에 관한 기자회견 당시 이기철 총영사 옆에 전기석 위원장이 배석했다. 이 총영사는 “전기석 위원장이 총영사관 ID 발급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류 미비자들의 인권에 끝없는 봉사는 인권운동가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도 전해저 전 위원장 부부는 지난 8월 14일 카터 센터에 초청을 받고 카터 부부와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전기석 위원장이 건네준 명함에는 “뼈미”라는 호가 적혀있다. 의미를 물으니 ‘뼛속까지 서류 미비자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뼈미”라고 정했다고 한다.

인터뷰를 끝내고 일어나는 기자에게 전 위원장은 “서류 미비자와 결혼하는 진정한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들이 꼭 연락을 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하면서 “이들에게 호의금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성진 기자)

문의: 전기석 위원장 213-494-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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