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5주년 기념기획특집] 코헹가 초등학교에서 부활한 도산 선생 일대기

이 뉴스를 공유하기

도산 안창호 선생 가르침과 조국사랑 뮤지컬 공연

‘나는 밥을 먹어도 독립을 위해 먹고
잠을 자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잔다’

안창호

▲ 도산 안창호

2017년 3월 16일 오후 5시, 코리아타운 2가와 호바트 블루버드에 자리 잡은 코헹가 초등학교 강당은 한국인 참석자들로 만원이었다. 강당 전면에는 태극무늬의 한반도 그림과 도산 안창호의 모습, 그리고 태극기 연의 대형 그림으로 장식되었다. 무대 장막이 열리고 민속놀이 복장을 한 어린이들의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울렸다. 이날 ‘도산 안창호 뮤지컬’(Dosan Ahn Chang Ho Musical)의 스타트였다. 사물놀이가 끝나자 무대에 까만 정장을 한 꼬마 어린이 2명이 나와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1902년 미국에 오셨습니다. 저희는 오늘 독립운동가로 노력하며 힘썼던 도산 안창호 선생님을 기리는 뮤지컬을 선보이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했다. 꼬마 어린이 두 명은 콧수염도 있었다. 도산이 길렀던 수염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들 2명 어린이들의 한국어 사회로 약 2시간 동안 도산의 일대기를 노래와 춤 그리고 어록 낭독 등으로 어우러진 뮤지컬 공연은 도산을 2017년 우리 세대로 부활 시켰다. 이날 코헹가 초등학교는 바로 ‘도산 공화국’(Dosan Republic)이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이날 코헹가 초등학교(교장 헬렌 유)에서의 ‘도산 안창호 뮤지컬’은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중 언어 프로그램((Korean-English Dual Language Program)에 참가하는 학생 전원이 뮤지컬로 학습 프로그램을 공연한 것은 미국 공립학교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미주한인 이민사 적으로도 기록에 남을 이날의 뮤지컬을 탄생시킨 코헹가 초등학교는 LA 지역에서도 최초로 1992년에 이중 언어교육을 시작한 공립학교이다.

특히 이날 공연은 3월 10일 도산 안창호 선생의 순국 7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준비되어 더욱 의미를 더했다. 도산 안창호 뮤지컬은, 유치부에서부터 5학년까지 이중 언어반 학생 200여 명 전원이 참여했다.

태극 흔들며 도산 선생 추모

이 뮤지컬은 지난해부터 올해 2월 현재까지 진행된, 도산 안창호 선생 관련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종합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 뮤지컬을 위해 안창호 선생 손자 필립 커디 씨는 지난 뮤지컬 준비기간 동안 안창호 선생의 업적을 전하며 학생들의 역사 수업을 직접 돕기도 했다.

필립 커디씨는 이날 공연 후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너무나 기쁘고 놀라운 공연이었다”면서 “미국에서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공연이었다”라고 말했다.

안창호-뮤지컬

▲ 코헹가 초등학교의 <도산뮤지컬> 안내판

이날 도산 안창호 뮤지컬은 한인 학생들은 물론 타 인종 학생들까지 참여하여 모두 한국어로 도산의 어록에서부터 도산의 사상, 도산의 유산 등등을 낭독하여 참석자들을 놀라게 하였다.
이날 2학년 18명이 곱게 차려입은 한복으로 두 줄로 무대에 서서 한 손에 마이크, 다른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나는 밥을 먹어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먹고, 잠을 자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잔다”라는 어록 등 18개 어록을 낭랑한 한국어로 말해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학생들은 각급 학년마다 다양한 한국 전통 의상으로 단장해 사물놀이(4학년), 소고 춤 (1학년), 부채 춤(5학년), 꼭두각시(유치부), 탈춤 (5학년) 등은 물론 소리, 3.1절 노래(2학년), 거국가(3학년-4학년), 도산 어록까지 타 인종 학생들과 함께 공연하여 커다란 인기를 모았다.

특히, 이날 도산 안창호 뮤지컬에서 한인 학생 이계운(Gaeun Lee)과 함께 흑인계 남학생 오비 오예오카(Obi Oyeoka)가 사회를 맡아 한국어로 말해 관중들의 찬사를 모았다. 무엇보다 이들 사회를 맡은 두 명의 어린이는 도산 안창호의 출생 배경, 당시의 한국 상황, 중일전쟁, 도산의 이민, 미주독립운동, 전 세계로 순방한 도산 선생의 일대기를 한국어로 설명해 역시 찬사를 모았다.

이날 3학년과 4학년 학생들은 기다란 손수건을 흔들며 도산이 작사한 ‘거국가’를 불러 장내를 숙연케 하기도 했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 잠시 뜻을 얻었노라 가불대는 이 시운이/ 나의 등을 내밀어서 너를 떠나 가게 하니 / 이제부터 여러 해를 너를 보지 못할지나 /그동안에 나는 오직 너를 위해 일하리니 /나간다고 서러마라 나의 사랑 한반도야>

이날 환상적이고 신명나는 2시간의 뮤지컬은 공연 학생 전원이 출연하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참석자들과 함께 부르며 막이 내렸다. 앞줄의 도산의 외손자 필립 커디씨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흥분 속의 막이 내리자 헬렌 유 교장은 참석자들에게 뮤지컬 공연을 지도한 각급 선생들을 일일이 소개하면서 꽃다발을 증정했다. 또한 선생들과 함께 뮤지컬을 준비한 스태프진들도 소개했다.

이날의 공연 성공은 지도 선생들의 노력과 준비 그리고 지도력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이들 선생들은 한국에 다양한 역사 문화 자료들을 수집했으며, 이를 유치부 학생들에서부터 1학년-5학년 수준에 맞게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결과적으로 뮤지컬을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도산 안창호’라는 미주 이민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을 탄생에서부터 순국에 이르기까지 독립운동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춤과 노래 그리고 시로 표현해 한국어 클래스의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교육효과를 높였다.

안창호-뮤지컬2

▲ <도산 뮤지컬>에서 학생들은 춤과 노래로 도산을 추모했다.

인종 벽 넘은 “환상적인 뮤지컬” 성황

현재 유치원부터 5학년까지 약 200명의 한인/비한인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재학하고 있다.

105년 역사를 가진 코헹가 초등학교는 지난 199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했다.

코행가 초등학교에서는 21세기 교육에 맞추어 테크놀로지 교육을 유치원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4, 5학년 학생들 전원에게 태블릿 PC를 제공하고 있다. 영어와 수학, 과학 사회 학습능력 개발을 위하여 다양한 무료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동기유발을 돕고 있다.

학생들이 한국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한국어 온라인 커리큘럼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어 이중 언어 프로그램(KDLP) 학생들은 누구나 동요, 부채춤, 탈춤, 사물놀이, 태권도 등 한국 문화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다채로운 공연에 참여함으로서 무대 매너와 리더십 능력을 자연스럽게 함양한다.

한국어 이중 언어 프로그램은 1992년 LA 통합 교육구 산하 코행가 초등학교에 미국에서 최초로 개설되었고 1993년 윌튼 플레이스와 덴커 초등학교에서 개설되었다.
25년이 흐른 현재 LA 통합 교육구 10개 초·중·고교와 글렌데일 통합 교육국 산하 초·중·고교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미네소타에 각각 1개 교육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미 전역에서 한국어 이중 언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는 20개 학교이다. 2020년까지는 10여 개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어 이중 언어 교육 즉 한국어 이중 언어 프로그램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한인 학부모들 가운데 상당수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첫째 한국어를 많이 배우면 그만큼 영어를 배우는 시간이 적어서 영어 배우는데 불리하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많은 심리학자들과 언어학자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언어 반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 학생들이 제2 언어를 배우면 언어와 쓰기를 통한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추리와 사고 능력 및 수학적 이해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즉, 제2 언어를 배움으로써 학생들은 다방면으로 학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한국어 이중 언어 반 학생들의 API 성적이 영어학습자들보다 항상 높게 나타나는 것이 좋은 예이다.

두 번째 편견은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배움으로써 언어 습득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연구 결과 제2언어를 배움으로써 오는 언어에 대한 혼동, 언어지체, 또는 인지 부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넬대 언어 습득 능력 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부적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제2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의 집중력은 하나의 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보다 좋았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적응하는 순발력도 이중 언어자들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렌 유 교장은 9살에 도미해, 1991년 필라델피아에서 교사가 되었으며 1996년 남가주로 이사했다. LA에서 코헹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LA 교육구 코디 네이트로 활동한 후 2003년에 10가 초등학교 교감으로 발령받은 후 2005년 6월 1일 벨몬트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가 2013년에 현재의 코헹가 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Cahuenga Elementary School (220 S. Hobart Blvd., LA, CA 90004)
Tel: (213) 386-6303 / Fax: (213) 0387-7010
-교장 : 헬렌 유(Principal)
[email protected]
-지도교사:
Jose Salgado(Assistant Principal), Judith Chun(DL, Kindergarten),
Sandra Burnam(Maintenance Bilingual, Kindergarten), Sophia Lee(DL, 1st Grade),
Sharon Chung(Maintenance Bilingual, 1st Grade), Kristy Mo(DL, 2nd Grade),
Wonnie Pak(DL, 3rd Grade), Susan Oh-Chang(Maintenance Bilingual, 3rd Grade),
Erin Lee(DL, 4th Grade), Minsoo Kim(DL, 5th Grade),
SooHee Ko(Dance Choreographer), Haeja Lee(Chorus Conductor), Janie Yoo(Title 3 Coach).
-코디네이터: 필립 커디(Philip Cuddy)

———————————————————————————————————————————————————–

도산 부활시킨 코헹가 초등학교의 역사 문화 예술 교육

유치부에서 한글 깨우치고 한국 동요 마스터‘동시 교육 효과’

코헹가미국에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외국어 수업은 흥미롭다. 그중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는 더욱 주목받는 프로그램이다. LA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코헹가 초등학교(Cahuenga Elementary School)에서 운영되는 한국어 이중 언어 프로그램(Korean-English Dual Language Program)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면서 양쪽 나라의 역사 문화예술까지 교육시켜 특히 한인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학교에 자녀를 재학 시켰던 학부모인 윤명주 씨는 “이 학교 유치부에서 내 아이가 한글을 쓰고 읽는 것을 배워 매우 놀랐다”면서 “특히 유치부 과정에서 한국동요 대부분을 배워 이중 언어 프로그램의 학습효과에 놀랐다”고 말했다. 또 윤명주 씨는 “이처럼 놀라운 학습효과는 교장 선생님을 포함한 지도 선생님들의 열성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면서 “코헹가 초등학교에 내 자녀를 보낸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라고 덧붙였다.

선생님들의 열성과 학생들의 체험 효과

이 학교에서는 한국의 전통 명절 때면 각가지 놀이잔치를 벌이는데 특히 추석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학생들은 한국의 전통음식인 송편, 김밥을 함께 먹고 전통놀이인 윷놀이도 즐긴다. 이렇게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통해서 아이들은 한국어도 효과적으로 배우게 된다.

미국은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처음엔 영어를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고 미국 문화에 동화되어야 한다고 교육자들은 생각하고 실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념은 바뀌어 이민자의 모국 역사 문화도 존중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교육방식을 개혁했다.

그렇게 해서 창출한 방식이 공교육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Kindergarten) 외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워나가는 이중 언어 프로그램이다. 한인 어린이들에게는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교육 시키는 것이다.

코헹가 초등학교에서 1992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이민자들로 하여금 영어와 자신의 모국어(뿌리 언어)를 함께 익힐 수 있도록 하며, 또 하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까지 이중 언어 프로그램을 이수하였을 경우 영어, 외국어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언어를 가르칠 때 글자와 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노래와 미술과 같은 예술 활동이나 놀이 등을 함께 가르치면 학생들이 더 효과적으로 배우게 된다는 것이 교육자들의 설명이다.

이중 언어 프로그램에서의 이상적인 학생들의 구성원은 50퍼센트의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 50퍼센트의 다른 문화권의 미국인 (non-korean)이라고 한다. 언어를 배울 때는 타켓 언어의 문화와 사람들을 함께 노출시켜야 하는데, 한국계 미국인 그룹과 함께 한국 문화를 즐기고 노는 것이 언어습득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타문화권의 학생들이 Playdate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도록 부모끼리 정한 약속)에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 초대를 받으면 집안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문화를 배우게 되고, 추석과 같은 cultural day에는 한복은 입고 송편을 먹고 함께 윷놀이를 하며 놀면서 한국 문화와 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이다.

철저한 이중 프로그램 한글날엔 서예 수업

학생들이 한글의 소리와 글자, 단어, 문장에서의 쓰임에 대하여 익힌 후 학년별로 인지발달에 맞게 기획된 문화예술 체험활동을 통한 학습이 진행된다. 예들 들어 추석에 하는 문화활동으로 1학년, 2학년은 한국 음식인 김밥과 전을 직접 만들어서 시식하고, 기존의 민화 도안을 활용하여 수묵 채색화를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3학년, 4학년들은 예절 교육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경험한다. 5학년은 3,4학년 후배들의 교실에 찾아가 추석의 의미와 전통놀이인 윷놀이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다른 5학년 학급들의 아이들을 초청하여 리더가 되어 윷놀이 룰을 가르쳐 주고 함께 게임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추석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한 후에 추석에 대한 텍스트를 읽고 공부하며, 마지막으로 추석에 경험한 일에 대한 ‘글쓰기’를 한다.

코헹가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에 의해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이중 언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자체 기획된 프로그램에 의해 동요, 사물놀이, 태권도 수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유치원 (Kindergarten), 1, 2, 3학년 때까지는 동요 수업을 진행하고, 4, 5학년 때는 사물놀이, 탈춤, 부채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태권도 수업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번 이루어지고 있다.

2011년부터 LA 한국 문화원의 지원으로 이 학교 언어 프로그램에 속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교생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한인 커뮤니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부모 세대에서도 한국인 커뮤니티와 타문화권 커뮤니티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