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聲人聲] 시카고 한인사회 나도는 호소문을 다룬 중재위원회의 고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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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인사회 나도는 호소문을 다룬 중재위원회의 고민은?

박균희 전 시카고 한인회장을 둘러싼 소문의 진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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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균희 전 시카고 한인회장

전 시카고 한인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의 박균희 이사장이 한 여인의 호소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시카고한인회(회장 진안순)는 한인사회 불화를 해결하기위해 지난해 상설기구인 중재위원회가 발족 되었는데 최근 접수된 진정서가 공교롭게도 제24대 시카고한인회장을 지낸 박균희 전 회장이 관련된 사항이라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지난 5월 시카고 동포 김경아씨는 한인회 중재위원회에 호소문을 접수시켰다. 내용인 즉 20년 전인 1991년 8월 젊은 시절 우연히 만난 사업가 박균희 씨와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해, 그의 도움으로 그의 사업체 빌딩에서 ‘사도그릴’이란 비즈니스를 운영했다는 것. 그 후 1999년 박 씨가 시카고 한인회장이 되면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시카고를 방문하자, 그의 처신을 보전하기 위해 자신을 하와이로 내쳐버렸다는 것이다.

김씨는 “회장이 된 박 씨로부터 농락만 당한 억울함에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적은 호소문에는 “다시는 자신처럼 억울하게 당하는 여성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호소문을 보낸다”고 했다.

이 호소문에 대하여 당사자인 박균희 미주총연 이사장은 20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데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항이고 사실이 아니다”면서 극구 부인했다. 그리고 그는 “그 여자는 당시 내가 운영하는 사업체 빌딩의 테넌트였을 뿐이다. 그녀는 당시 보이 프렌드 와 함께 비즈니스를 운영하다가 빚을 많이 져서 하와이로 갔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여성이 한인회 중재위원회에 호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알고 있다. 호소문을 읽어 보지도 안했지만 한인회에서도 이 사건을 저와 관계가 없는데도 잘못 처리하면 고소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5년 동안 나는 잘 지내어 왔는데 최근 내가 미주 총연회장에 입후보 한다고 하니 누군가 나를 음해하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김경아 씨의 호소문을 지난 5월에 처음 접수한 시카고 한인회 중재위원회(위원장 김창범)측은 양측을 각각 만나 해결책을 강구하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대신 김경아 씨에게는 여성보호 센터에 상담을 추천해 김씨는 22일 시카고 여성 핫라인(Hotline) 센터에서 1차 상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한인회의 김창범 중재 위원장은 20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박 전회장과 한번, 그리고 김 씨와 두 번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양측의 주장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어 도저히 중재를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창범 위원장은 시카고한인사회에서 원로 단체장으로 활동했으며, 미주총연에서도 회장을 지내 한인 단체장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사항에 대하여 “지난동안 미주 단체 활동에서 많은 사안을 중재하고 해결해왔는데 이번 사건만은 정말 너무나 힘든 케이스였다”면서 “양측의 주장에서 어느 정도 근사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박 전 회장은 김경아 씨 주장에 1%도 시인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한인회 중재위원회는 이번 호소문에 대하여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지난 16일로 일단 중재위원회에서는 종결하고, 각자에게 맡기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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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 한인회 중재 위원회 (왼쪽 두 번째가 김창범 위원장)

현재 시카고지역 재향군인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인회중재위원인 김진규 위원은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중재위원회에서 5명이 회의를 하면서 김경아 씨의 호소문을 읽어보았다”면서 “김창범 위원장이 별도로 박 전 회장과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하였으며 우리도 그 내용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김진규 위원은 “박 전 회장은 김경아 씨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그 여성이 술집을 운영하면서 빚을 많이 지고 있다가 하와이로 도망간 여인’이라고 설명했다”면서 “한편 김경아 씨 주장을 들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거짓말하는 여자로 단정할 수도 없었다”고 곤혹스런 입장을 전했다.

시카고한인회의 상설기구인 중재위원회는 김창범 위원장을 포함해 8명(위원장: 김창범, 위원: 권덕근, 김진규, 조찬조, 최순봉, 윤정수, 이충구)을 두고 있다. 중재위원회는 지난해 6월 임시 총회를 통해 새롭게 개정된 한인회칙에 따라 조직된 3대 상설기구 중 하나이다.

이 위원회는 4년간의 임기동안 한인회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중재하고 한인사회 단체나 일반 동포들이 접수한 민원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하고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중재위 김창범 위원장은 “한인사회 불화는 법정 공방으로 비화되기 전에 한인사회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재위원회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활동하며 한인회 내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이슈를 중재하게 된다. 한인사회 단체나 일반 동포들의 민원이 한인회에 접수되면 중재 위원들은 이를 심도 있게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재위원회의 방침과 박균희 전 회장의 입장에 대하여 본보 기자는 20일 늦은 시각에 김경아 씨에게 전화를 연결했다.

김경아 씨는 ‘박 전회장이 김 씨를 빌딩주인과 테넌트 관계이고, 당시 김 여인이 보이 프렌드와 함께 영업을 하다가 빚을 지는 바람에 하와이로 간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자, 흥분하면서 “그 사람 진짜 나쁘다….그 당시 그 자신이 나의 보이 프렌드였는데..아니 누가 보이 프렌드와 함께 했다고… 그 당시…웨이터들이 우리 둘 관계를 다 잘 알고 있는데…나..이러면 절대로 용서 못한다…”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을 잠시 멈춘 그녀는 다시 “나는 기억을 안하고 싶은 사람인데… 두 번이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는데… 안 죽기를 다행이다… 내가 산 것은 하느님이 기회를 주신 것이다…절대로 용서 못한다… 아…아…어…어…엉엉…”
전화기에서는 계속 그녀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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