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꿈꾸는 사람1] ‘꽃집 아줌마’ 김혜욱의 마라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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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인생의 생명력
포기하지 않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2018년 새해도 벌써 한 주가 훌쩍 지나갔다. 인생은 첫 출발이 남들보다 좋은 조건이라고 해서 그 과정과 마지막 또한 좋을 순 없다.
마라톤 경기를 하다 보면 앞서가던 사람이 지쳐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에게 선두를 내주거나 쓰러지는 일도 빈번하다. 뿐만 아니라 거친 바람과 뜨거운 햇빛과 같은 복병도 있다. 따라서 첫 출발이 순조롭다고 해서 끝까지 낙관할 수 없는 것이 인생과 마라톤 경기다.
유리한 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이다. 남들보다 악조건에서 인생을 시작했다고 해서 결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책망하지 않아야 한다.

출발이 좀 늦더라도 포기해선 안 돼

마라톤 경기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만일 단거리 달리기에서 다른 사람에 비해 출발이 늦다면 우승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진다. 짧은 거리이기 때문에 늦은 출발을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라톤은 42.195 킬로미터라는 대장정이다. 따라서 남들보다 출발이 조금 늦거나 불리하다고 해서 마라톤이내 포기해선 안 된다. 너무도 먼 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 출발 때 가장 앞자리에서 달리던 사람이 중간지점에서 포기하거나 쓰러질 수 있다. 처음부터 속도를 내어 달린 사람은 중간지점에 이르면 체력을 소모한 나머지 뒤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면 체력을 아끼며 뒤에서 천천히 달린 사람은 후반부에서 역전할 기회를 노릴 수 있다. 그리하여 마지막 지점에 이르러 선두를 앞지르고 우승하는 쾌거를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승이 아니라 완주를 한다는 자세이다.

코리아타운 버몬트 11가에 자리잡은 올림픽 꽃집에 들어서면 온통 꽃밭이다.
이 꽃집을 운영하는 김혜욱씨는 예사 사람이 아니다. 그에게 마라톤 완주 메달이 무려 30개다. 꽃집 아줌마가 아니라 ‘마라톤 아줌마’(KMC클럽 소속)다. 마라톤 완주 메달 30개라는 기록은 아무나 지닐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메달을 보고싶다고 하자, 그녀는 꽃집 한 구석에 놓인 귀중한 박스에서 한 웅큼 메달들을 들고 나와 목에 걸어본다. 메달이 꽃 보다도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다.

마라톤으로 건강에 자신 성인병 없어

김혜욱씨는 “올해 3월 LA마라톤 대회도 뛰고 싶은데…”라며 “마음 같아선 죽을 때까지 달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마라톤을 완주하였기에 비즈니스가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았다.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건강에 자신을 가졌다.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뛰어 간다는 것은 김씨에게는 인생 그 자체였다. 그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당하는 성인병 고통이 없다. 살을 빼려는 노력도 한 적이 없었다.

한인사회에는 한인마라톤동호회(KART), KMC클럽, 이지러너스 클럽, LA러너스클럽 등등을 포함한 여러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마라톤을 통해 친목과 우의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14년 LA마라톤대회는 특히 90도까지 치솟는 때아닌 더위로 2만5천명의 참가자들이 힘들어 했지만 아름답고 건강한 축제로 끝났다. 당시 많은 한인들도 참가했는데 특히 88세의 김병례 할머니(KART 회원)도 10번째로 참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KMC소속 김혜욱씨도 그날의 감회가 남다르다. 그녀에겐 12번째 LA마라톤 대회 참가였다. 그녀는 “참가하기전 ‘과연 내가 완주할 수 있을가’ 염려하기도 했다”면서 “나중 내 기록을 찾아보니 ‘5시간 59분 54초’로 6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해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김씨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마라톤 예찬을 늘어 놓는다. 그녀는 어디를 가나 ‘마라톤 예찬’에 여념이 없을 정도로 모든 이에게 마라톤을 권한다. 아니 마라톤이 아니고 ‘걷기 운동’이라도 권고한다. 환갑이 지난 그녀에게는 잔병이라 곤 없다.

그녀는 2011년 마라톤 대회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그날은 시작부터 비가 내렸고 마라톤 내내 억수같은 비가 내려 입안까지 빗물이 넘쳤는데도 6시간 이내 완주를 했다. 그 완주라는 기록에 그녀는 보람을 느꼈다.
마라톤을 통한 남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에도 마음을 쏟고 있다. 그녀에게는 마라톤이 그녀의 생명력이다. 마라톤이 그녀에게 기를 불어 넣어 주는 생명인 셈이다.

“마라톤은 인생의 생명력”

한번 마라톤을 뛰려면 적어도 마라톤 코스의 10배 정도는 훈련삼아 뛰어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준비 체력을 길러야 한다.
마라톤을 많은 사람들은 인생역정과 비교하기도 한다. 마라톤에는 아름다움과 감동도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텍사스 주 댈러스시에서 열린 ‘2017 BMW 댈러스 마라톤’에서 여자 선수 1위와 2위의 모습이 전세계에 감동을 울려 주었다. 당시 여자 마라톤 선수들 중 1위로 달린 뉴욕 정신과 의사인 챈들러 셀프 (32)로 2시간 53분 57초로 이날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감동을 불러 일으킨 것은 물론 아니었다.

이날 1위로 달리던 27번 셀프는 결승선 183m를 남겨둔 지점에서 갑자기 비틀거렸다. 이 주자는 다리가 완전히 풀려 주저앉으려 했으나, 곧바로 다른 주자가 곧장 1위에게 다가와 조력자가 되었다. 그는 다름아닌 2위 주자인 고교생 아리아나 루터먼(17)이었다. 둘은 몇 십m를 함께 달리다시피 했다.
기진맥진한 1위 주자는 땅에 몇 번이나 무릎을 꿇었고,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2위 주자가 그의 왼팔을 잡아 일으켰고 격려의 말을 속삭였다.

결국 27번 주자는 가장 먼저 결승테이프를 끊었다. 하지만 많은 관중은 아낌없이 헌신한 2위 주자에게 더 큰 환호를 보냈다.
지역 언론은 “2위 주자가 1위를 부축하지 않았다면 셀프의 우승은 없었다”며 함께 달린 고교생 아리아나 루터먼 (17)을 인터뷰했다. 루터먼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를 일으켜 세우는 것 밖에 없었다”며, “결승선이 다가왔을 때 그를 앞으로 밀어 주었다”고 답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셀프는 정신을 차린 후, “루터먼이 ‘당신은 (결승선을 통과할) 자격이 있다’고 내게 말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루터먼은 그의 귀에 대고 계속, “당신은 할 수 있어. 거의 다 왔어, 일어나. 결승선이 바로 저기야, 눈앞에 있어.”
이날 대회로 유명인이 된 루터먼은 10살 때부터 성인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참여한 미국 고교생이다. “남을 도울 기회는 도처에 있다”고 말한 그녀는 12살 때 댈러스의 집 없는 어린이를 위한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고 언론에 소개됐다.
고교생 루터맨은 마라톤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은 물론 남의 인생도 변화시킨 소녀였다.
2018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인생의 아름다움을 위해 열심히 뛰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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