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장자연 ‘성 접대’ 리스트에는 조선일보 방씨일가들 고구마 줄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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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버지(방용훈)에 이어 조카(방정오)까지’

장자연 사건을 보면
조선일보의 끝이 보인다

조선일보이른바 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조선일보가 몰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고 장자연 성접대 리스트 사건에 대해 본격적 재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재조사에 돌입했다. 두 사건 모두 조선일보가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다.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서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회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 방정오 TV조선 전무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채 전 총장 혼외자 사건은 조선일보의 첫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편집장이었던 강효상 전 국장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채 전 총장 혼외자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 경우 조선일보는 정권과 유착해 악의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 내부에서는 계열사 편집장이 다른 계열사 데스크 성폭행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하는 등 자중지란까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조선일보는 방 씨 일가의 성접대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혐의를 사실상 덮어씌웠던 전 스포츠조선 하 모사장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또 한 번 태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국정농단 게이트 폭로로 이름을 날렸던 TV조선 이진동 기자가 성폭행 의혹에 휘말려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본국의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는 이진동 기자가 피해자와 나눈 문자들을 공개하며, 그의 성폭행 의혹을 적나라하게 제기했다. 그런데 이보다 몇 시간 앞서 조선일보의 계열사인 월간조선은 문갑식 편집장 이름으로 ‘[단독]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 후배 여기자 성폭행 혐의로 사표’라는 제목의 기사를 자사 웹사이트에 출고했다.

월간조선은 이 부장이 후배 여기자를 성폭행한 혐의가 확인돼 사표를 제출했고 사표 수리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월간조선은 이 부장이 함께 일했던 후배 여기자를 성폭행했고 피해 기자는 퇴사했다고 전했다. 월간조선 보도는 피해자 근황까지 전하는 등 피해자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까지 써놔 논란을 자초했다.

方씨일가 조사에 출입기자들이 압력행사

월간조선은 논란이 되자 30분도 되지 않아 기사를 삭제했으나 이미 수많은 언론들이 이를 퍼다 나르는 상황이었다. TV조선과 월간조선은 모두 조선일보의 계열사로 이진동 기자와 문갑식 편집장은 조선일보에서 함께 기자생활을 한 사이였으나 언제부터 두 사람 사이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 급기야 아군끼리 총을 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서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회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 방정오 TV조선 전무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서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회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 방정오 TV조선 전무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일로 인해 문갑식 편집장은 월간조선 편집장에서 보직 해임됐으나, 이 사건은 최근 조선일보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사건이란 말이 내부에서 불거져 나왔다. 실제로 이 시기 조선일보는 최근 본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미투 열풍과 관련해 장자연 성 접대와 조선일보 방 씨 일가가 개입된 스캔들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온 이후 청원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청원자 수가 23만명이 넘었고, 검찰 역시 이 사건을 과거사 재조사 위원회에 포함시켰다.

지난주 본지도 보도했듯이 고 장자연 씨 리스트에는 코리아나 호텔 방용훈 회장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에 이어 최근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아들까지 술자리에 동석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현재 거론되는 방 사장의 아들은 차남인 방정오 TV조선 전무다. 방 전무는 조선일보 계열사 중 조선일보와 TV조선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및 콘텐츠 사업을 승계할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어떤 이유로 장자연 리스트에 언급되고 있는 것일까. 장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유서, 즉 ‘장자연 리스트’로 불리는 명단에는 총 31명 정도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실제 기소로 이어졌던 사람은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 둘뿐이었다. 하지만 강요죄나 강요방조죄 등은 전부 무혐의로 마무리됐다.

자살 직전 작성한 문건에서 고 장자연씨는 자신의 처지를 고통스럽게 표현했다. “저는 술집 접대부와 같은 일을 하고 수없이 술 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습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꽃다운 젊은 연예인 지망생이 성 접대 강요에 못 이겨 목숨을 끊었는데도,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셈이다.

성접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수사

지금까지 나온 본국 언론보도와 국회의원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자연 리스트에 적힌 ‘조선일보 방 사장’은 조선일보 대표이사인 방상훈 사장이 아닌 동생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회장이다.
장씨가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착각했을 만한 사람 중 실제 장 씨와 만난 것으로 확인된 인물은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회장. 2007년 10월 신인배우였던 장 씨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중식당에서 방용훈 사장과 스포츠조선 사장 등 9명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 동석했다는 것은 법정 증언에서도 거듭 확인된 바 있다. 방상훈·방용훈 형제와 방성훈 현 스포츠조선 사장은 사촌 관계다. 방성훈 사장은 방상훈 사장의 삼촌인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의 장남이자 현 조선일보 이사다. 그는 방상훈 사장(30.03%)에 이어 조선일보 2대 주주(21.88%)로 알려졌다. 향후 조선일보 지배 구조에서 두 사람은 경쟁 관계라는 시각도 있다.

▲ 조선일보의 계열사인 월간조선은 문갑식 편집장 이름으로 ‘[단독]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 후배 여기자 성폭행 혐의로 사표’라는 제목의 기사를 자사 웹사이트에 출고했다.

▲ 조선일보의 계열사인 월간조선은 문갑식 편집장 이름으로 ‘[단독]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 후배 여기자 성폭행 혐의로 사표’라는 제목의 기사를 자사 웹사이트에 출고했다.

스포츠조선 전 사장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2007년 10월 저녁 자리엔 당시 CNN 한국지사장, 주한미대사관 공사, 민아무개씨, 한아무개 사장이 참석했다. 그리고 이 자리의 식사비는 방용훈 사장이 냈다. 하지만 경찰은 방용훈 사장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아 축소수사를 한 정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리고 조선일보 시경 캡인 A모기자와 검찰 출입 캡인 B모 기자가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인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피해갔다. 장씨의 로드매니저였던 김아무개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8년 10월 28일 자신이 운전해 여의도로 가던 중 김종승이 정아무개 감독에게 ‘조선일보 사장 아들이 그 자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언급했고, 장자연을 집에 데려다줄 때도 그런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10월 28일은 장 씨 모친의 기일이었다.

▲ 채동욱 전 검찰총장

▲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종승 대표는 지난 2012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한 유흥주점에서 방상훈 사장 아들 방정오씨도 동석한 술자리를 가졌으며, 그 자리엔 장자연씨와 한아무개씨, 한씨의 후배 등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자리 술값 200만 원은 김 대표가 결제했다. 김 대표는 법정 증언에서 동석한 방정오 전무에 대해 “그는 오래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장자연, 한아무개씨 등이 서로 친하다. 장 씨가 오디션 끝나고 가다가 한 씨를 만난다고 하니 잠깐 왔다 간 자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방 전무는 지난 2009년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에) 늦게 갔다가 일찍 나온 것은 맞다’면서도 ‘장자연은 얼굴도 모른다. 이

사건은 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장자연씨와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시 경찰과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두 사람은 다시금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렇게 되면 이번 수사는 2009년처럼 비공개가 아닌 공개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혼외자 사건은 조선일보 작품

조선일보의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가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이 사건은 조선일보를 통해 처음 외부로 유출됐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정보 출처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 없는데, 대부분 청와대를 통해서 흘러나왔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청와대는 이 정보를 국가정보원에서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3년 당시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이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 수집을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았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 전 차장이 채 전 총장과 혼외자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결과를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근 서 전 차장으로부터 “채 전 총장 혼외자 얘기가 있어서 알아보겠다고 남 전 원장에게 보고했고, 원장 승인을 받아 정보를 수집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서 전 차장은 채 전 총장과 혼외자 사찰 결과를 누구에게 어떻게 보고하고 배포했는지는 함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말 서 전 차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하고 서 전 차장을 소환 조사했다. 서 전 차장의 진술은 그동안 채 전 총장과 혼외자 사찰에 대한 국정원 지휘부의 개입 의혹을 줄곧 부인해 오던 국정원 실무자의 진술을 뒤엎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청와대에서 누가 이 정보를 받았고, 이 정보가 조선일보에 보도되었는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당시 조선일보의 편집장이 2016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강효상 의원이란 점이다. 강 의원은 박근혜 정권 초부터 조선일보가 보도하려던 각종 보도들을 청와대와 조율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 대가로 국회의원 배지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 의원은 친박 의원으로 분류되다 최근에는 친홍준표계로 갈아탔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검찰 조사를 통해서 보도 과정이 드러난다면 조선일보는 언론으로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어지는 여러 사건들로 조선일보는 그야말로 창간 후 최대의 위기란 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방용훈 회장의 부인 이미란 씨의 자살과 관련 장모의 편지가 장안에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불원간 장모와 처남들이 자살사건의 전모를 폭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조선일보 방씨 일가의 도덕성 문제와 언론으로서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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