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 문재인 대통령 2번째 비서실장 노영민 주중대사 전격임명 내막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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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비서실장 임명에…
‘이재용은 미소를 지었다’

노영민정권 지지도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손을 내미는 것은 결국 재벌, 그 중에서도 삼성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몇 차례 ‘문재인 정부도 삼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보도의 근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 재판과정 그리고 재판도 끝나지 않은 그를 평양까지 데리고 간 일 그리고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이를 해명한 것 등이었다. 그런데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한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재벌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시그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바로 임종석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노영민 주중대사를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8일 노 주중대사를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본국 언론에서는 그의 과거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고 있지만, 사실 노 실장은 대표적인 친기업주의자이자 삼성장학생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려 대표적 친기업주의자인 노 비서실장을 자리에 앉히고, 경제계 인사들을 만날 것까지 주문한 것은 이전 이명박근혜 정권과 다르지 않은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비서실장 임명 다음 날 비서실장이 재계 인사들을 만날 것을 권하는 발언까지 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본국 정치권 관계자들은 삼성그룹의 힘이 가장 비대해진 시기를 노무현정권, 즉 참여정부 때라고 말한다. 당시 참여정부는 삼성공화국이라고 말할 정도로 삼성과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많았고, 정책 자체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만들어줬단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삼성은 노무현 정부 이후 당대의 정치권력 및 언론과 경제 관료들을 완전히 장악했다. 일단 당시 삼성 2인자이자 실세였던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부터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시 동기였던 이종왕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법무실장이었다.

참여정부가 삼성그룹의 힘에 기댔던 것은 준비가 되지 않았던 정권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초 노무현 지지율은 한 자리에서 출발했다.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대선 직전 단일화 파기의 과정을 거치며, 준비 없이 정권을 인수하게 됐다. 당시 노 당선자의 인수위 사무실 책상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놓여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참여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 역시 이런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사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법적, 정치적 면죄부를 줬다.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못 이겨 뇌물을 준 것으로 판단했고,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이 부회장을 동행시켰다.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

이것도 모자라 2기 비서진 개편에서 노영민 주중대사를 비서실장에 앉힌 것이다. 노 실장은 1957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연세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노동운동에 헌신한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등장한 ‘486세대’ 중 한 명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만 46세에 불과했던 노 의원은 대선을 앞둔 2007년 열린우리당 원내대변인 등을 지내며 중앙정치권에 익숙한 얼굴이 됐고, 이후 18대·19대를 거쳐 3선 국회의원이 되면서 이른바 ‘친노계 대표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역 의원 시절에는 친시장적 행보를 자주 보였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등 ‘시장을 잘 아는 운동권’으로 분류됐다.  초선의원 때는 조경태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한미의원 친선모임’을 발족할 정도로 한미관계 증진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 물러나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물러나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재벌들의 사업 분야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한 재선의원 때부터다. 2008년 김진표 의원과 국회신성장산업포럼을 설립, 2015년까지 대표를 지냈다. 이 포럼은 시스템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미래형자동차, 로봇, 바이오, 그린에너지 등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을 위해 구성됐다. 국회에서 매년 토론회를 열고 업계 동향을 공유하고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채널의 기능을 했다. 지금 따지고 보면 결국 모두 삼성그룹이 영위하려는 사업들이었다.

특히 노 대사는 반도체 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대만발(發) 치킨게임의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락한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덮쳤던 2008년에는 ‘반도체의 날’ 제정을 제안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기념식을 개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거목의 탄생과 성장을 응원했다.

노 대사는 2010년 국내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육성 정책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 반도체 굴기에 맞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노 대사는 또한 2014년 ‘반도체장비 관세감면 연장’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15년에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사업인 ‘전자정보디바이스사업’ 예산 확대를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중국대사로 임명된 뒤에도 꾸준히 ‘친(親)반도체’ 행보를 보였다. 사드 갈등이 한창이던 2017년 중국 정부를 상대로 우리 기업에 대한 무리한 담합조사를 완화시켜 줄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노영민 실장을 임명한 것은 참여정부 때처럼 또 다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과 다름 없다.

전형적 내로남불 ‘아들 특채’ 논란

노 실장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도덕성과 맞는 사람인지도 의문이다. 노 의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시집 ‘하늘 아래 딱 한송이’ 출판기념회를 가진 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출판사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시집을 판매해 피감기관에 ‘강매’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의원실이 사업장은 아닌 만큼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위에 대가성이 있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노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결국 당 윤리심판원에 넘겨진 노 의원은 이후에도 4선 도전을 위한 행보를 이어왔지만, 예상 밖의 중징계로 공천조차 받지 못 했다.

그는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채용비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2010년 6월 노 실장(당시 민주당 의원 겸 원내 대변인)의 아들 A씨(당시 26세)는 홍재형 국회 부의장의 기획비서관(4급)으로 채용됐다. 노영민 의원와 홍재형 부의장은 18대 총선 당시 각각 충북 청주시 흥덕구와 상당구에서 당선됐다. 당시 민주당 몫이었던 국회 부의장 경선은 3파전으로 치러졌고,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홍 부의장이 최종 당선됐다. 경선에서 노 의원은 친분이 있던 홍 부의장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이 있는 가운데 당시 26살에 불과한 노 의원의 아들이 국회부의장실 4급 비서관으로 채용된 사실이 불거져 특혜 의혹이 일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회직 공무원은 입법고시에 합격해도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데 8년이 걸린다”면서 “제1야당 대변인까지 지낸 지역구 재선의 노 의원이 같은 당 홍 부의장에게 부탁해 사상 초유의 20대 중반 4급 비서관을 만들어 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노영민 의원은 아들 특채를 위해 국회의원이 됐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민노당은 “민주당이 유명환 외교 장관 딸 특채를 비판하고 사퇴를 종용했을 때 노 의원은 이미 자신의 아들을 국회 4급 비서관 자리에 앉혔다”면서 “충격을 넘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노 의원은 당시 연합뉴스에 “아들은 미국 명문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재원”이라며 “국회 정무위 소속인 홍 부의장실에서 영어에 능통하고 경제 분야를 보좌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들을 소개했고 일반직이 아닌 별정직으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인 올해 말까지만 일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그러나 같은 해 10월 자진 사직했다.

향후 이재용 재판에 직간접 영향 줄 듯

노 실장의 임명을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앞뒀지만,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등 새로운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여론이 나쁘게 돌아서고 있다. 따라서 정권과 사법부의 결단이 없다면 재판 결과는 이 부회장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 말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사법농단 수사가 마무리될 다음 달부터는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수사 내용 하나하나에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게 될 전망이다.

특히 수사가 단순히 삼성바이오에서 일어난 회계 부정 의혹을 규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지가 최대 관심사다.
삼성바이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가치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당시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한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계작업을 위해 뇌물을 주고 그 대가로 삼성바이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할 수 있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2심 재판부에선 이 같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대법원 판결에서 다시 한번 법리 공방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 이전에 삼성바이오 수사에 대한 성과를 내도록 수사 속도를 최대한 높일 것이란 게 법조계 분석이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기소한 수사팀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수사팀은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3차장검사가 이끌고 있다. 한동훈 3차장검사는 국정농단 특검팀의 핵심 인력이었다. 그는 특검 당시 이 부회장의 수사를 담당했던 김영철 검사를 파견받아 사실상 삼성바이오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특검의 연장선에서 삼성바이오 상장이 뇌물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을 다시 한번 수사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는 5~6월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검찰 역시 삼성바이오 수사를 이에 맞춰 최대한 윤곽을 드러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의식한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는 결국 최종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칼끝을 들이대겠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정권의 영향 아래 있는 검찰이 노 실장을 비롯한 친기업 인사들과 교감한다면 재판 결과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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