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르네상스를 위한 결의에 찬 투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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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르네상스를 위한 결의에 찬 투쟁’ 선언

▲  ‘뉴욕에서 열린 시위’에 마이크 든 후이(중앙)

▲ ‘뉴욕에서 열린 시위’에 마이크 든 후이(중앙)

최근 뉴욕에서 홍콩의 200여만명의 역사적인 민권 시위를 동조하는 시위 앞 줄에 마이크를 든 젊은 여대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보스톤에 있는 한 사립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19세 평범했던 여대생이었다.  키는 작지만 귀엽게 보이는 그녀는 지난 4월 21일자학교 신문에 ‘홍콩의 정체성’에 대하여 칼럼을 게재하자, 학교내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이 이 여학생의 칼럼에 대하여 공격적인 반대 표명을 하였으며, 이같은 상황이 중국 본토 온라인에까지 확대되면서 심지어 “처형깜”이라는 협박성까지 나와 해당 여학생이 신변의 위험까지 호소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여대생은 이에 굴하지 않고 최근 방학을 맞아 뉴욕으로 달려가서 홍콩 시위를 동조하는 데모를 주도해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는 물론 영국의 BBC 등 주요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대학에 재학하는 중국내 소수 민족인 티벳 출신 학생들과 위그르 출신 학생들도 자신들의 민족이 중국 정부로 부터 분리 독립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영국의 BBC방송이 보도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미국 대학과 사회에서도 영향을 주고 있어 중국의 소수민족 분리운동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사건이 홍콩 정체성에 불을 질렀으며, 홍콩의 르네상스를 위한 투쟁이다’라고 전망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보스턴의 사립 대학인 에머슨 대학(Emerson College)에 재학중인 19세의 프란시스 후이 (Frances Hui)는 학교 신문에 “나는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다.”(I am from Hong Kong, not China)라는 제목으로 ‘홍콩 정체성’에 대한 칼럼을 게재하자 즉각 이를 지지하는 층과 반대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글이 무려 300여개나 올라 캠퍼스에서 열기가 고조되었다.
프란시스 후이는 홍콩시위가 대규모 시위로 번져 나가기 전인 지난 4월 21일자에 대학 신문 ‘버클리 비콘’(Berkeley Beacon)에 실린 칼럼에서 홍콩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 정치적 상항에 대하여 글을 게재하자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후이는 또 칼럼에서 홍콩 시민들이 해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힐 때 얼마나 많은 반발이 뒤따르는지를 알렸다. 이어 후이는 “홍콩의 핵심 가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홍콩 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 가치는 인터넷을 검열하고 반체제 인사를 투옥하는 중국과는 거리가 멀다”고 쓰기도 했다. 후이는 또 홍콩의 한 언론을 인용해 “홍콩 주민 중 40%는 자신이 홍콩인(HongKonger)으로 생각하고 15%만이 중국인으로 생각한다”면서 “18세에서 29세의 홍콩 시민 중 자신을 ‘중국인’으로 여기는 사람은 4% 미만”이라고 지적하며 “대부분의 홍콩 시민은 스스로를 ‘홍콩인’이라고 부르며 이 단어는 2014년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고 썼다.

우선 이 칼럼에 대하여 최근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22세의 학생 운동가 죠수아 웡(Joshua Wong)이 지지 성명을 보냈다. 최근 죠수아 웡은 시위 후 다시 감옥에 갇혔다. 그는 감옥으로 향하면서 ‘홍콩은 이제 르네상스를 위한 투쟁이 시작됐다’ (It began the moment of renaissance)라고 말했다고 WP지는 전했다. 한편으로 후이가 다니는 에머슨 대학에 재학하는 중국 대륙 본토 출신

▲  ‘홍콩 200만 시위를 주도한 학생운동가 죠수아 웡

▲ ‘홍콩 200만 시위를 주도한 학생운동가 죠수아 웡

학생들은 학교 신문에 ‘독자의 소리’(Letter to editor)에 반론을 게재하면서 ‘후이는 칼럼을 통해 홍콩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심지어 ‘중국을 비난하는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다하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죽인다’라는 고사를 인용해 간접적으로 후이를 협박까지 했다. 씬양 후(Xinyan Fu), 지아첸 리유(Jiachen Liu), 씬이 투(Xinyi Tu)등 3명의 중국 본토 출신 대학생들은 ‘문제의 칼럼이 홍콩의 상황에 대해 독자들을 오도시켰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이 칼럼은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며 “에머슨 대학의 다른 인종 그룹 학생들 사이에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썼다. 이들은 “홍콩이 중국의 일부로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면서 “홍콩은 중국에 속한 도시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반론 글에서 “칼럼을 쓴 후이는 홍콩을 티베트와 대만과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홍콩시위 두고 미대학 논쟁

한편 이들 세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영국의 BBC방송이 인터뷰를 요청하자 모두 거절했다. 이번 에머슨 대학의 칼럼 논쟁 사건은 토론토대학에 재학하는 티베트 출신 학생운동가 케미 라모(Chemi Lhamo)가 사이버 공격을 당한 후 나온 것이다. 지난 2월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라모의 캠페인은 그녀의 티베트의 분리주의를 비난한 메시지를 받는 등

방해 공작에 휩싸였었다. 또 다른 위구르족 분리 운동가인 여대생 루키예 투두쉬(Rukiye Turdush)는 신장성(Xinjiang) 위그르 족의 인권 상황에 관해 강연하면서 친 중국 학생들에게 찍혔다. 투두시의 경우, 미국내 중국대사관도 예의 주시하는 표적이 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칼럼으로 논쟁의 중심에 선 프란세스 후이는 최근 온라인에 ‘중국 학생회의 나에 대한 특별한 관심 때문에 캠퍼스 내외에서 내가 불편하고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또 후이와 만난 교내 일부 대만 출신 대학생들도 중국 학생들의 표적이 되고, 그녀를 비난하는 글 중에는 “그녀의 저너리즘이 전문성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WP는 최근 보스턴 유니버시티에 재학하는 22세의 나탈리 러우(Natalie Law)는 후이 칼럼을 적극 동조하면서 이번 계기에 둘은 친구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나탈리는 “후이는 우리 홍콩인들이 말하고자 하는 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신문은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제인 ‘범죄인 인도조약법안’은 미국 의회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최근 미의회 청문회에서 문제 조약 법안은 미국과 홍콩간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쁜 법안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중국정부와 티베트 간의 분쟁은 1950년 중국의 티베트 강점으로 상호 대치되는 입장으로 인해 해결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며, 이슬람교인이 주도하는 신장 위구르에서의 유혈투쟁은 티베트의 경우보다 최근의 일이지만, 신장의 전략적 중요성에 비춰볼 때,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예상된다. 특히 신장의 분리운동은 서부 국경을 넘나드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지원을 받기도 하는데 중국 정부는 이를 테러리즘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 분리운동에도 영향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후이가 이 칼럼을 쓰게된 계기는 보스턴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남성과 대화였다고 했다. 이 남성은 후이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고 후이가 홍콩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너는 중국인이다. 너는 네 정체성을 고쳐야 한다”며 훈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후 후이는 자신이 재학 중인 보스턴 에머슨 대학의 신문에 홍콩 시민의 정체성에 대한 칼럼을 쓰게 됐고, 이 칼럼은 엄청난 관심과 반발을 동시에 불렀다.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이 SNS에 후이의 계정을 태그하며 “수치스럽다” “네 부모는 너를 수치스럽게 여겨야 한다”등의 댓글을 다는 등 사이

▲ ‘나는 홍콩인이다’라는 칼럼 쓴 프란세스 후이

▲ ‘나는 홍콩인이다’라는 칼럼 쓴 프란세스 후이

버불링에도 나섰다. 중국 인기 메신저 ‘위챗’에서는 200명이 넘는 중국인이 참여한 오픈 채팅 방에서 후이를 “사이코”라고 부르고, 후이를 에머슨 대학 캠퍼스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한 채팅 참가자가 “아무런 힘도 없는 왜소한 여자애였다”고 목격담을 올리기도 했다고 SCMP는 전했다. 가장 충격적인 코멘트는 후이와 같은 에머슨 대학에 다니는 한 본토 중국인 유학생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페이스북에 후이를 겨냥해 “누구든 나의 위대한 중국에 반대하는 자는, 그자가 어디에 있든 처형해야 한다”고 썼다. 후이는 영국의 BBC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물리적 공격을 당한적은 없지만 심리적으로 늘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후이의 칼럼이 화제가 된 것은 최근 중국의 억압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거론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에게 이양 된 이래로 홍콩 주민들은 홍콩 자치 정부가 중국정부의 압력을 당하고 있다며 중국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있다. 중국은 “한 국가, 두 체제”틀 안에서 홍콩에 대해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약속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중국의 간섭으로 정치적 자유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것이 최근 홍콩에서는 발생한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반대 시위이다. 이는 사실상 중국 정부를 겨냥한 시위나 다름없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국 본토에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완전한 자치를 원하는 홍콩과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려는 중국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중국의 아픈 곳을 찌르는 미국대학에 다니는 여대생 칼럼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며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주인공 후이는 어떤 공격을 받더라도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비판과 업신여김에 직면하는 일은 어렵지만 나는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낼 것이다. 나는 홍콩이 자랑스럽다. 사람들에게 내 진짜 조국이 어디인지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성토하는 중국 본토 출신 대학생들에게 ‘합리적이고 정중한 토론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의회도 홍콩사태 주시

 

홍콩에서 시위 주제가 된 ‘범죄인 인도 법안’이 일단 유보되자 이 사건의 여파는 미국 대학에서 재학하는 중국계 대학생들간에 논전으로 번지고 있다. 보스턴 에머슨 대학의 프란세스 후이의 칼럼 사건 이외에도 메릴랜드 대학의 홍콩 학생인 케네스 추이(Kenneth Tsui)는 중국 본토 출신의 룸메이트와 함께 TV로 홍콩 시위를 보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의 홍콩 학생인 카즈 웡(Kaze Wong)은 이메일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홍콩시위 지지를 발표했다. 그는 본토로 부터 많은 반응을 얻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위대의 견해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웡은 전했다. 에머슨 대학 신문에 칼럼을 게재한 후이는 그녀의 칼럼 기사가 ‘홍콩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자신의 주장은 ‘홍콩인의 정체성을 옹호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누구도 방해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은 국제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중국 영토이지만 홍콩 시민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후이는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중국 본토 출신 대학생들도 많지만 동료 중국 출신 학생들의 반발이 두려워 공개적으로 자신을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털어 놓았다.

에머스 대학 신문에 야기된 후이 칼럼에 대한 찬반 여론 글들이 난무하면서 ‘처형해야 한다’는 글까지 나오자 학교 당국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에머슨 대학의 국제학생담당 안드레아 파파 국장(Andrea Popa /Emerson’s Director of International Student Affairs)은 교내 메일을 통해 ‘학생들이 상호 존중하는 입장에서 건전한 대화로 나갈 것’을 조언했다. 에머슨 대학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측은 다양한 견해와 전망을 존중하는 의견교환을 증진하는데 깊이 헌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후이 칼럼에 대하여 “처형” 운운한 중국 본토 출신 학생은 학교 당국에 보고되었지만 대학에서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에머슨 대학내 중국 유학생은 16%를 차지하고 대부분이 중국 본토와 대만 출신이다. 약 200만 명의 홍콩 사람들이 6월에 거리 시위에 나갔을 때, 대부분의 미국 대학은 여름 방학을 맞이했다. 따라서 후이와 중국 출신 대학생들 간의 논전도 중단되었다. 하지만 후이는 그녀의 전장터를 캠퍼스 밖으로 옮겼다. 그녀는 홍콩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뉴욕에서 동조 시위를 조직하고 주도하고 있다. 최근 뉴욕의 시위에서 그녀는 영어와 광둥어(홍콩어)로 쓰여진 “나는 홍콩인”이라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마이크를 들고 “홍콩을 지키자”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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