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밀취재>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지울 수 없는 과거와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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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황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 여부에 본국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손발을 맞춰 박근혜 정부의 ‘공포통치’를 지휘해 온 인물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외부에 흘려 낙마시킨 배후에도 황 후보자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박 대통령에 입맛에 딱 들어맞는 총리 후보자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뜻에 토를 달지 않고 충실히 이행하는데다, 박정희 시대에 걸맞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과의 인연이 유난히 부각되는 현 정부의 인사방침에도 들어맞는다. <선데이저널>은 그동안 현 정부가 지나치게 삼성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사실상 삼성공화국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황 후보자야말로 이런 분위기에 정점을 찍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05년 황후보자는 삼성그룹의 아킬레스건과 같았던 안기부 X – 파일 사건 당시 차장검사로서 사건을 지휘하며 사실상 삼성그룹에 면죄부를 줬다. 당시 삼성그룹 법무팀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 같이 황 후보자와 인연이 깊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삼성그룹과 같은 경제권력뿐만 아니라 정치권력 및 종교권력과도 가까이 하려 했다. 워낙 공안통이라는 낙인이 찍혀 노무현 정부 때에만 인정받지 못했을 뿐, 그는 줄곧 권력의 밑에 줄을 선 인물이었다. 과연 그가 대한민국의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선데이저널>이 철저하게 해부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였다. 그가 차장검사로 있으면서 맡았던 가장 큰 사건은 삼성그룹 X 파일 사건이었다. 당시 사건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삼성그룹 오너 일가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노회찬 전 의원과 이상호 기자 등이 기소되는 등 황당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 사건은 이내 조용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당시 삼성그룹 법무실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바로 황 후보자와의 인연이었다.

<선데이저널>이 입수한 당시 삼성그룹 법무실 임원들 명단을 보면 황 후보자와의 인연을  맺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지낸 서우정 당시 삼성구조본 부사장(현 삼성생명 부사장)은 황 후보자와 삼성그룹으로 가기 바로 당해연도인 2004년 서울고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그는 X 파일 문제가 제기되던 2004년 말, 황교안 2차장과의 인맥으로 인해 삼성 법무실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김수목 전 삼성구조본 상무는 황 후보자와 대검(2000∼2001년)에서 같이 근무한 바 있었으며, 이기옥 전 삼성구조본 상무 역시 황 후보자와 성균관대 선후배 사이였다. 법무실 임원 중 무려 3명이 삼성그룹으로 가기 직전에 황 후보자와 얽혀 있었다.

삼성그룹 법무실와 황교안과의 인연

특히 이런 4인의 인맥은 검찰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이종왕 전 삼성구조본부장의 검찰 커넥션이었다. 서우정 부사장은 서울지검 특수 3부장을 지내면서 무리한 수사로 인해 고검으로 좌천됐다가 이종왕 당시 삼성의 법무팀 사장과 구조본부장으로부터 삼성 구조본의 부사장으로 전격 스카우트 된 인물이다.
이종왕 전 삼성구조본부장은 대검찰청 기획실장(차장)시절 소위 옷 로비 사건 수사에 반기를 들고 사표를 제출해 뉴스의 초점이 됐던 특이한 인물이다. 변호사 개업을 하다가 김앤장 로펌에 합류 후 삼성에 전격 발탁돼 법무팀 사장에 이어 구조본부장을 맡았다.

▲(왼쪽부터) 이종왕 전 삼성구조본부장, 서우정 삼성생명 부사장, 김수목 전 삼성구조본 상무, 이기옥 전 삼성구조본 상무

당시 삼성은 이종왕 구조본 사장과 세 사람을 통해서 황 후보자를 관리했으며, 황 후보자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삼성의 면죄부를 준 것으로 법조계와 언론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안기부 X 파일 사건은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이 오랫동안 휴대전화 불법 감청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을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의 또 다른 초점은 삼성이 명절 때마다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떡값’을 돌렸는지 여부였다. 옛 안기부에서 유출된 도청 문건은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돈의 전달자로 지목하고, 돈을 받은 검사 이름까지 자세히 적시했다. 현재 독자적으로 고발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이상호 전 MBC 기자와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이 의혹은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당시 검찰은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선 서면조사로 수사를 마무리한 반면 노 전 의원 등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 ‘재벌 봐주기’ 논란에 휘말렸다. 횡령혐의로 처벌하기 어렵고 뇌물공여혐의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이건희 회장에 대해선 “소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로 서면조사로 마무리했다. 떡값을 받은 검사들도 무혐의 처분했다.

이때의 인연 때문이었을까. 황 후보자는 변호사로 태평양에서 일하던 시절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 씨의 상속 분쟁 당시 이 회장 측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을 샀던 2005년 삼성 X 파일 사건의 수사 지휘를 맡았던 황 후보자가 만일 이건희 회장의 소송 대리인을 맡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실제로 황 후보자는 2012년 3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관할의 특정상속 회복청구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회복청구란 상속권이 침해된 경우 상속권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상속의 회복을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다. 황 후보자가 ‘태평양’ 재직 시기 수임한 119건의 사건 중 민사 사건은 2012년 3월 28일 수임한 ‘상속회복청구’ 사건이 유일하다. 시기적으로도 2012년 3월 26일에 이건희 회장이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것으로 돼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틀 뒤인 28일에 황 후보자가 상속회복청구사건을 수임한 것. 이 회장측은 이에 앞서 열흘 전인 16일 1심 재판의 변호인 6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황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2명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황 후보자의 개연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구속반대했던 원세훈, 결국 법정구속

삼성그룹과의 인연이 경제권력에 줄을 섰던 황 후보자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법무부 장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된 이후 했던 일을 보면 그가 정치권력에도 얼마나 잘 보이려고 애를 썼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국정원 댓글 사건이다. 당시 채동욱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에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임명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압박해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황 후보자는 수사팀과 반대되는 입장을 꾸준하게 내놨다. 특히 황 후보자는 “법률가로서 양심”을 언급하며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 및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했다.

수사팀은 결국 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되 구속영장 청구를 포기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1심은 선거법을 제외한 국정원법(정치개입 금지 위반)만 적용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에 “정치개입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하지 않았다”는 법원 논리가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이는 황 후보자의 논리와 상당히 유사했지만, 2심 판결에서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1심과 달리 2심 판결은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인정하고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례적으로 법정구속까지 이뤄졌다. 이런 판결이 나오기까지 검찰은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수사와 무관한 ‘혼외자 논란’으로 자리에서 쫓겨났으며, 수사팀은 징계와 함께 엉뚱한 지역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대법원 판결이 최종적으로 나와 봐야겠지만, 사실관계를 다투는 2심까지만 봐서는 황 후보자의 개입이나 조치가 부당했다는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황 후보자는 현 정권에서 최장수 장관을 지낸 후 파격적으로 ‘50대 총리’로 발탁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 때문에 본인이 말한 ‘법률가로서 양심’에 정면으로 반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후보자가 법무장관에 오른 2013년 수원지검은 국정원 등과 협조해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해 이 전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황 후보자는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박 대통령 재가를 얻어 헌법재판소에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정점식 현 대검 공안부장 등 공안 검사들을 총동원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2014년 12월 헌재는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법무부 청구를 받아들여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박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이정희 전 의원이 속해 있던 통진당은 해산됐다. 이 전 의원은 지난 대선 후보로 출마해 TV토론에서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며 박 대통령을 정면 공격했던 인물이다.

김기춘의 수렴청정

황 후보자는 검찰 공안통 선배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복심 또는 아바타로도 유명하다. 한때 ‘김기춘 키즈’였던 이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 핵심에 포진함으로써 ‘신7인회’가 뜨고 있다는 말도 있다. 황 후보자는 경상도 출신 법조인으로 청와대와 정부 핵심에 포진한 ‘신7인회’에 제일 먼저 입성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황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면 명실상부한 실세로 등극하는 셈이다.
김 전 실장의 복심이기에 사실상 그의 빈자리를 대신할 개연성도 높다. 제2의 김기춘이 되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기춘대원군’으로 불렸다. 총리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상 부통령 구실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황 후보자는 아예 공식 직함으로 총리를 부여받기 때문에 이런 논란의 여지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김 전 실장보다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이다.
서울법대 출신이 아니면 검찰 내부에서 출세를 할 수 없는 검찰 조직 분위기에 편승, 성균관대 출신인 황 후보자는 검찰 시절 서울대 출신들을 등에 업고 줄다리기를 하며 부와 명예 권력을 걸머진 대표적 인물리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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