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사태 5탄] 국기원 내우외환으로 최대위기

이 뉴스를 공유하기

 ‘미국태권도연맹 자체 단증 발급 선언’

부조리와 비리 의혹에 휩싸인 국기원 오현득 신임 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국내외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태권도연맹(USAT)이 자체단증 발급을 공식 선언하고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국기원이 가장 우려했던 일 중의 하나가 터진 것이다. 말하자면 신임 오현득 원장의 리더십에 미국태권도연맹이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미국태권도연맹의 조치는 타 대륙 지역 연맹에도 파급될 영향이 크다. USAT의 자체 단증 발급으로 국기원은 앞으로 미국에서 국기원 단증 연간 수입에서 250-300만 달러의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USAT의 영향력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해외 지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태권도 연맹이다. USAT의 한 관계자 는 지난달 23일 “우리의 자체 단증 발급은 오래전부터 검토해 온 과제이다”면서 “8월 5일 개막되는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산하 연맹들과도 협의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하여 LA에 한 사범은 “국기원 오현득 원장에 대한 사퇴 주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USAT의 자체 단증 발급은 국기원장에 대한 강펀치라 할 수 있다” 면서 “5단의 오현득 국기원장이 발급하는 단증에 대한 반대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오현득 원장은 최근 국내외로 300명의 자문위원을 위촉 해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끌어 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또 한편 오 원장 은 서울시와 공동 추진하는 태권도 시범 상설관과 연루해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오 원장에 대한 반대 운동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계속되고 있다.
성 진 (취재부 기자)국기원

세계 태권도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태권도연맹(USAT)는 지난 달 22일 공식 성명서를 통해 ‘USAT는 내년(2017) 1월 1일부터 자체 단증을 발급하기로 결정했다’면서 ‘2017년 이후 내서널 챔피언 대회 등 공식 대회에 출전하고자 하는 선수는 USAT 단증을 소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서에서 ‘USAT측은 국기원 단증도 자체 단증과 함께 승인을 받는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USAT의 키스 피거손 사무총장(Keith Ferguson, Executive Director)은 이번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 에서 “이번 USAT 자체 단증 발급은 미국 태권도계의 중요한 조치”라면서 “이는 미국에서 태권도 이념을 승화시키고 관장하기 위한 조치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 성취에도 목표를 둘 것”이라면서 “ 이번 단증 발급으로 미국의 태권도 수련생들에게 자부심도 심어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태권도연맹 측은 지난 달 22일 이번 자체 단증 발급은 미국태권도고단자회(USTGS, United States Taekwondo Grandmasters Society)와 합의 계약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USTGS의 정진송 회장은 “우리 고단자협회가 USAT와 합동으로 자체단증을 발급하게 된 것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USTA측은 이번 자체 단증 발급은 미국 국가적 레벨에만 적용할 것이며, 각주에서 실시하는 주별 대회나 기타 로컬 대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각 도장에서 자체단증을 만들어 수여해도 하등의 문제가 되질 않는다. 수련생들도 자기를 직접 지도한 사범이 인정해 발급하는 단증이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들에게 국기원 단증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되질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수련생들에게는 국기원이란 이름마저 생소한 곳이다. 한인 사범을 통해서 들어만 보았지 자신과 국기원과 관계할 일이 없으니 국기원 단증을 받든 말든 사실 관심도 없다. 국기원 단증은 올림픽 대회에 나갈 때 필요했던 것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국기원 단증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3억 2천만의 미국 인구 중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태권도 단원이 되기 위해서 국기원 단증을 고집하려는 수련생은 극소수이다. 굳이 올림픽 출전까지 염두에 두고 수련하는 이가 아니라면 국기원 단증이라고 해서 더 가치 있을 이유가 미국 수련생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세계 200여개의 회원국을 두어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국기원 단증이라곤 하지만 보통사람이 다른 나라까지 가서 태권도 할 일은 얼마나 있겠는가? 더욱이 미국에서 국기원 단증을 가지고 이웃 태권도 도장이나 가라데 도장만 가 봐도 이 단증은 자기네 단체에서 발급한 단증이 아니니 아무 효과 가 없다며 운동을 하고 싶다면 다시 흰띠를 매고 시작하라고 하는 도장도 많다. 그러니 국기원 단증은 미국의 일반 도장에서도 별 효과를 갖지 못한다.

“일반 수련생은 국기원단증 무관심”

지금까지 국기원 단증에 대한 반발도 수차례 있었다. 과거 해외 지역에서 자체 단증 발급 문제가 붉어진 것은 하나같이 국기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 했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심지어 한 집안끼리의 세계태권도연맹(WTF)까지도 자체 단증 발급을 거론한 적이 있으며, 유럽태권도연맹은 지난 2005년에 자체 단증을 발급해 오다가 지난 2010년에 국기원과 가까스로 합의에 의해 자체 단증을 중단하기도 했다.

유럽태권도연맹은 지난 2004년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창설 총재 퇴임 이후 국기원 단증이 아닌 자체 단증을 만들어 2005년부터 발급해왔다가 지난 2010년 독일 뮌헨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자체단증 발행 중단’을 결정해 국기원의 큰 시름을 거두어 주었다.

유럽연맹의 2005년 초 자체단증 발급은 당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 국기원과 세계태권도 연맹이 이를 막을 방안을 찾지 못해 타 연맹체로 확대되지 않는 선에서 유럽의 자체 단증 발급을 허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2010년 유럽연맹의 자체 단증 발급 중단 결정은 지난 2010년 2월 9일 국기원이 해외지부 설립 초청 간담회를 열었을 때 프라갈로스 회장이 유럽연맹의 대표로 이 자리에 참석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후 국기원은 4개 단체인 미국태권도위원회(USTC, 회장 이상철) 팬암지역, 유럽태권도연맹(회장 아타나시오스 프라갈라스)은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를 제외한 유럽 전 지역, 이탈리아태권도협회(회장 박선재)는 이탈리아 지역, 오세아니아 태권도연맹(회장 필립 워터 콜스)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오세아니아 지역에 공식 해외 지부 설립을 허가하고 이들에게 승(품)단 심사를 제외한 교육, 홍보, 행사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국기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 연맹의 자체 단증 포기가 “국기원 현 집행부가 유럽연맹 관계 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국기원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관계개선을 노력해 이루어진 결과다” 고 밝히며, “국기원과 유럽연맹 사이 자체 단증 발급으로 빚어졌던 갈등을 해소했다”고 전했다.

‘각 대륙 연맹으로 파급 우려’

지난 2005년도에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자체 단증 발행을 조심스럽게 검토 했던것은 당시 산하 5대의 자체 단증 발급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는데다 당시 조정원 총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혁 프로그램의 수행 과정에서 재정적 결핍에 직면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또 국기원의 재정 지원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상태에서 지원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국기원만 기대어 갖고는 국제 기구로 탈바꿈 시키고 거대 조직을 끌어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됐었다.
이와함께 단증 발급 기관인 국기원(당시 원장 엄운규)이 이사들 간의 대립과 갈등, 직원들 간의 불협화음, 크고 작은 송사 연루 등 오랜 기간 파행을 겪으며 본분을 망각하고 제 기능을 상실 해 감으로서 국제 기구의 파트너로서 자격과 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오히려 위상과 권위를 떨어 뜨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5년 전후로 각 대륙연맹과 각 국가 협회에서는 종주국 특정 태권도인의 살만 찌우는 국기원 단증을 거부하고 대륙 연맹별 혹은 국가별로 자체 단증 발급 선언이 줄을 이었던 것도 WTF의 단증 검토와 맥을 같이하며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었다.

이미 2005년 초에 유럽태권도연맹이 자체 단증 발급을 선포한데 이어, 팬암태권도연맹(당시 회장 박차석)도 관할 42개 회원국가에 대해 대륙연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단증을 발급키로 결정했고, 아프리카연맹도 같은 결정으로 알려졌었다.

각 대륙연맹이 속속 자체 단증 발급 결정을 내림에 따라 아시아태권도연맹과 당시 새로 신설된 오세아니아연맹도 대세를 쫓아 같은 조치를 취할 분위기였다. 특히 2005년 전후로 약 300여명의 한인 1세대 사범들로 구성된 미국태권도고단자회(당시 회장 박원직)도 미국 현지인의 국기원 단증의 무용론을 주장하며 자체 단증 발급을 시행하고 있고, 이외에 각국을 대표 할 만한 민간단체들로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상태였다.

당시 국기원은 단증 발급에 대한 고유권한을 갖고 국내외를 망라한 태권도인들의 승(품)단 심사 수수료 및 단증 발급비를 받아 국기원 운영은 물론 WTF와 대한태권도협회(KTA), 그리고 산하16개 시도협회에 배당금을 지불해왔지만 최근 잉여 수익금이 누적됐는데도 이를 각 단체에 추가 배당 해주지 않고 자체 적립금으로 전용하는가 하면 WTF의 경우 오히려 배당금을 삭감해 빈축을 산바 있다.

특히 국기원은 자체 적립금 등 잉여자산에 대해 불필요한 부서 설치와 그에 따른 직원 증원, 임원 들의 무분별한 법인카드 과다 사용, 실효성 없는 사업 계획수립과 무리한 추진에 따른 예산낭비 및 기회손실 비용 등 심각한 남. 오영을 함으로써 국내외 태권도인들로부터 지탄을 받아왔다.

2005년 당시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WTF가 자체 단증 발급을 결정, 시행할 경우 국기원은 국내 태권도 단증만 발급하게 됨으로써 국제 조직으로서의 구속력과 태권도 본산으로서의 권위를 완전 상실하게 됨으로써 허울 뿐인 태권도 표상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흘러 나왔는데 10년이 지나서 이같은 망령이 다시 살아 나오고 있다.

국기원 전통에 먹칠

지난 2006년도에 미국태권도고단자회는 이미 자체 단증을 발급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와 관련해 국기원은 물론 국내 태권도인들의 비난여론이 높았었다.

국기원3

▲ 2015년 미국 내셔널 챔피언쉽 경기 모습.

당시 국기원 한 관계자는 미국태권도고단자회가 자체적으로 단증을 발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이는 ‘천인공노’ 할 일이라며 강하게 비난했었다. 당시 국내 태권도인들이 미국태권도고단자회가 자체적 단증 발급 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국태권도고단자회 구성원들 대부분이 한인 사범들이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각 대륙연맹을 비롯해 몇개의 국가가 자체 단증 발급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선 한인사범들로 구성된 미국태권도고단자회가 국기원 단증을 무시하고 자체단증 발급을 결정 한 것은 결국 태권도와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그리고 자체 단증 발급을 결정한 미국태권도 고단자회 모두 동반 자멸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인적 친분관계에 의해 구성된 친목단체가 자체 단증을 발급할 경우 국기원에서 발급하는 단증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게 되고, 자연스럽게 태권도 종주국과 국기원의 권위는 상실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았다. 또 미국태권도고단자회와 같은 유사한 단체가 미국 내에는 물론 팬암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유사 단체가 자체 단증을 발급할 경우 국기원은 전 세계 7천만 태권도인들의 중앙 도장 으로서의 위엄도 함께 추락하게 된다.

이번 미국태권도연맹의 자체 단증 발급은 국기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국기원 심사권 이 각 국가협회에 위임돼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기원은 그동안 해외 심사에서 난맥상을 보여 왔으며, 특히 국기원이 단증을 놓고 흥정을 하고 장사를 하고 있다는 오명도 받아와 결국 국기원 스스로가 규정을 깬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기원은 깨진 규정을 다시 추스르고, 각 국가 협회에 일관된 지침을 적용해야 한다. 국기원이 정해놓은 규정을 스스로 깨버리는 것은 태권도와 국기원 모두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태권도의 가장 큰 발전은 지난동안 해외에서 태권도를 보급시킨 개척 한인사범들의 노력이 컸다.
이번에 미국태권도연맹이 국기원 단증 대신 자체 단증을 발급하겠다는 것은 국기원과 한국 태권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뜻한다.
올림픽 종목 중 종주국 단증만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해 왔는데, 국기원이 이를 스포츠 정신으로 유지해 오지 못하고 권위와 종주국이라는 허세로 일관해 오면서 “단증 장사”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은 자기 물건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외적으로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권위를 잃었다”는 소리가 터저 나오고 “더 이상 국기원 단증을 믿기 힘들다”는 거친 말도 쏟아저 나오고 있다.
이런 불만과 불신이 쌓여 각 대륙연맹에선 “세계기구도 아닌 민간 태권도 단체인 국기원이 왜 단증을 발급하냐”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스포츠에서는 국기원 같은 조직이 없다. 서양 사람들 논리로는 세계기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계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이렇다 할 역할도 하지 않는 국기원이 왜 단증을 발급하냐는 생각이 일어났고 이제 그들은 자신 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위기 상태에 놓인 국기원은 오현득 원장이란 새 원장 선출과 함께 부조리와 비리까지 터저 나와 총체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