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안 후보 패배의 원인과 교훈

■ 한인 유권자 등록자 중 40%가 투표 권리 포기

■ 기존 주류정치 높은 벽과 조직적인 방해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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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표만 가지고도 충분히 당선될 수 있었는데…”

로버트 안 후보 선거캠프 벽에 이런 구호가 적혀있다. ‘Education is the Most powerful Weapon which you can use to Change the World’ (“교육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그리고 이런 구호도 쓰여 있다. ‘Build bridges, Not walls'(“벽을 만들지 말고 소통하라”). LA 코리아타운에서 최초로 연방하원에 진출하려는 미주한인의 염원이 일단 좌절됐다. 지난 6일 치러진 제 34지구 연방 하원의원 결선에서 로버트 안 후보는 상대인 같은 민주당의 지미 고메즈 후보에게 패했다. 대부분 한인 언론들은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주류 정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 7일 오후 로버트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우선 동포들에게 여러 가지로 미안하고 도와주신 언론들에게도 감사하다”면서 크게 절하면서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성진 기자>

지난 6일 화요일 결선투표일 코리아타운 서울국제공원에 마련된 투표장에 나온 배수지 씨는 썰렁한 투표장을 보면서 “왜 한인들이 안 보이는지 염려스럽다”면서 “연방하원 자리가 우리 한인사회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데 커뮤니티가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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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안 후보

그는 “많은 한인들이 시민권을 받는 데는 열심이지만 시민권을 받은 다음에는 민주시민으로서 유권자등록과 투표를 하는 데는 인색하다”면서 “우선 유권자등록을 커뮤니티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상시 실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우리가 힘이 없다. 정치력이 없다고 말들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주 한인이민 역사에서 해외 최대의 코리아타운을 대표하는 연방하원을 배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 이민사회에 140여년 역사를 뒤 돌아 보더라도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교계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선거 9일 앞두고 지지 기도회와 선거를 2일 앞두고 중진 목사님들이 지지해서 그나마 바람이 일어났다. 결과적인 통계로 볼 때 이번 선거는 우리 한인의 표 가지고도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

이번 34선거 구역에는 한인교회가 120여 개가 있다. 이 지구에 교인 수가 1,000여 명이 넘는 한인 교회가 12개가 있고 그 외에 100여 곳이 있다. 이중 대형교회로는 나성영락교회, 나성 한인 교회, 나성 순복음교회, 동양선교교회, 나성침례교회, 아가페 교회, 등대교회, 열린문교회, 새 생명 교회, 나성 사랑의교회, 주안에교회, 주님의 영광교회 등과 그 외 중형교회가 집중적으로 있다. 교회만큼 조직과 매주 모임이 많은 단체가 없다.

이번 선거에 그나마 교계가 늦게라도 개입한 것은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너무 아쉬운 선거였으며 얼마나 어렵게 치룬 선거였는지 다시 새겨보아야 한다.

그러나 연방하원 선거가 얼마나 힘든 선거인지 모르고 선거 조직을 너무 안일하게 조직하고 우리끼리만 한 것도 문제였다. 34지구는 코리아타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적으로 막강한 라티노, 백인 그룹이 포진해 있는 곳이다.
서울국제공원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배수지 씨는 “지난 2002년 당시 우리 커뮤니티가 미주한인 100주년 기념 캠페인을 범 동포적으로 펼쳤는데, 그러한 열기로 이번 연방선거를 치렀어야 했다”고 말했다.

교계가 일찍 나왔더라면….

7일 오후 1시 30분 로버트 안 후보는 선거 결과 기자회견에서 예비 선거 때부터 발생한 잘못된 투표지 인쇄와 이번 결선투표를 앞두고 유권자 등록자에게 우편 투표지 미접수 등 몇 가지 의혹 사건에 대해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한 감시와 규명 요청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직도 약 1만여 표의 분석 계산이 남아있다.

로버트 안 후보는 “만약 이 같은 문제점이 흑인 커뮤니티나 라티노 커뮤니티에서 발생했다면, 아마도 그들은 이를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어 투쟁할 것이다”면서 한인사회에서도 각성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힘이 없어서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대변할 미정치인이 필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목소리를 낼 우리 커뮤니티의 대변자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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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안 후보 사무실 벽에 <교육>을 강조한 벽보가 있다.

타운에서는 이번 선거와 관련 우편투표지를 받지 못한 유권자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요구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가 선거위원회의 단순한 착오인지, 또는 특정 유권자들에 대한 차별행위인지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로버트 안 후보 캠프 측은 밝히고 있다. 로버트 안 후보 캠프 측은 우편투표 용지를 받지 못한 한인들은 안 후보 선거사무실(213-505-2552)로 연락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연방하원 선거에서 로버트 안 후보는 한인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 4월 예선에서 총 23명의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당당하게 2위로 결선에 진출하며 김창준 전의원 이후 19년 만에 두 번째 한인 연방의원 탄생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터라 아쉬움이 더 크다.

지난 6일 투표일 저녁 LA 한인 타운 윌셔 블러버드의 ‘라폰다’ 레스토랑에 마련된 로버트 안 후보 선거후 행사장에서는 홍명기 M&L 재단이사장을 비롯해 데이비드 류 LA 시의원, 로라 전 LA 한인회장 등 한인 단체 장 및 인사,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 들어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로버트 안 후보를 격려 했다.

이날 오후 8시 투표가 종료된 직후 발표된 우편 투표지 개표 결과 우편 투표에서는 로버트 안 후보가 상당히 앞설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안 후보가 9,285표(49.58%), 지미 고메스 후보가 9,441표 (50.42%)로 나타나 박빙의 차이를 보였다.

이어 오후 10시 40분께 개표가 약 73% 진척된 결과 고메스 후보 1만 6,856표(58.4%), 안 후보 1만 1,961표(41.5%)로 표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승부가 기울어지자 안 후보는 고메스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날 밤 10시 55분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 에서 로버트 안 후보는 1만 3,108표(39.9%)를 획득해 1만 9,761표(60.1%)를 얻은 지미 고메즈 후보에게 6천여 표 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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