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인] 삼성중공업, 석유시추선수주 ‘복마전’ 브라질 석유회사에 2천만달러 뇌물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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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은 벌금대로… 수주는 뚝 끊기고… 소송은 계속 되고…

‘독보적 존재’에서
‘기피기업’으로 전락한 이유

삼성중공업이 석유시추선수주와 관련, 브라질국영 석유회사 이사들에게 2천만달러의 뇌물을 건넨 혐의가 드러나 미국정부에 기소면제를 조건으로 7500만달러의 벌금을 물게 됐다. 삼성은 수사에 적극 협조, 연방검찰로 부터 이례적으로 벌금 20%를 할인받은 것으로 확인 됐지만, 삼성은 최대 5억달러의 배상해야 할 처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은 이미 지난 5월 용선회사에 1억8천만달러 배상 중재판정을 받은데 이어, 브라질국영석유회사가 지난 3월 미국연방 법원에 2억5천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삼성은 석유시추선 건조업계에서 독보적 존재였으나 이 사건으로 이미 수주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이 브라질국영 석유회사 이사들에 건넨 뇌물사건과 관련 미 연방검찰로 부터 벌금 대폭할인혜택을 받은 전 과정을 담은 합의서를 입수 전격 공개한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 삼성중공업이 2011년 5월 프라이드[현 엔스코]에 인도한 석유시추선 엔스코 DS-5호

▲ 삼성중공업이 2011년 5월 프라이드[현 엔스코]에 인도한 석유시추선 엔스코 DS-5호

길이 228미터, 폭 42미터, 높이 19미터, 6만백톤규모의 엔스코 DS-5[엔스코시추선5호. 최대수심 3048미터에서 작업할 수 있고 해저 1만2192미터, 즉 12킬로미터까지 시추할 수 있는 이 선박은 지난 2011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최첨단석유시추선. 이 석유시추선의 수주를 따내기위해 삼성중공업이 12년전인 2007년부터 발주이전부터 치밀한 뇌물공작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버지니아동부연방검찰은 지난 22일 삼성중공업이 석유시추선 수주과정에서 발주업체인 프라이드[현 엔스코]로 부터 시추선을 빌리는 업체인 브라질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이사들에게 2천만달러의 뇌물을 건네는 등 외국부패방지법위반 혐의를 적발, 기소유예를 조건으로 벌금 7548만달러를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본보가 연방법원에 제출된 삼성중공업과 연방검찰간 기소유예합의서를 확보, 검토한 결과 삼성중공업은 이사회를 열고 벌금납부를 의결하는등 내부 승인절차를 모두 마쳤으며, 11월 22일 삼성중공업을 대표해 검사출신으로, 준법경영실장을 지냈던 이현동 현 삼성중공업 부사장이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 2019년 11월 22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된 연방검찰과 삼성중공업의 기소유예-벌금납부합의서

▲ 2019년 11월 22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된 연방검찰과 삼성중공업의 기소유예-벌금납부합의서

석유산업 둘러싼 거대 흑막

삼성중공업은 연방검찰에 기소면제를 조건으로 합의서서명 10일내에 벌금의 절반인 3774만달러를 연방재무부에 납부하고, 1년내인 내년 11월 25일까지 브라질정부 또는 연방재무부에 나머지 절반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중공업은 외국부패방지법상 뇌물공여혐의 1건이 적발됐으며 벌금납부를 조건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형사처벌은 피하게 됐다. 특히 연방검찰은 ‘2018년 양형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중공업에 대한 기본벌금은 5897만달러이며, 이에 대해 최소 1.6배에서 최대 3.2배를 가산할 수 있다며, 벌금액은 최소 9435만달러에서 최대 1억8870만달러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측이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 양형가이드라인상 최소벌금액을 적용한 것은 물론, 이 최소벌금액에서 20%의 감면해, 벌금을 7548만달러로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이 연방검찰로 부터 벌금 대폭할인해택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미국 연방검찰에 적발됐을까. 벌금액수도 크지만 이 사건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면면을 살펴보면 석유산업을 둘러싼 거대한 흑막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 석유시추선 건조회사인 삼성중공업, 세계최대의 석유시추선 용선회사인 프라이드[현 엔스코], 브라질의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가 주인공이며, 이들의 이해가 얽히고 설키면서 한때는 공생관계였지만, 이제는 적대관계로 뒤바꼈고, 삼성은 뇌물공여의 범죄를 저질렀다가 용선회사 및 석유회사 양쪽으로 부터 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발단은 13년전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최대의 석유시추선 용선회사 인 프라이드는 삼성에 약 8대의 시추선건조를 맡긴 삼성의 최대고객이었다. 자신들이 석유시추선을 구매, 이 시추선을 석유회사에 빌려주는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프라이드에게는 석유시추선 발주전에 사전에 그 배를 빌릴 석유회사를 찾는게 급선무였다. 삼성또한 프라이드에서 주문을 받기 위해서는 배를 빌릴 회사를 찾아줄 수 밖에 없는 형편으로, 기막힌 공생관계였던 셈이다.

삼성은 2006년께부터 프라이드와 함께 브라질사업을 공동구상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사업이란 브라질석유업체에 석유시추선을 빌려주는 사업을 말한다. 프라이드는 미국내 최대유전지역인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가 있었고, 삼성또한 석유시추선 최대고객인 프라이드의 수주를 받기 위해 휴스턴에 미국지사를 운영했다. 삼성의 휴스턴지사 부사장인 박현주[헨리 박]가 프라이드의 카운터파트였다. 삼성은 프라이드와 긴밀히 협조하며 브라질 국영회사 페트로브라스를 뚫을 궁리를 했고, 이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지인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 연방검찰과 삼성중공업의 기소유예-벌금납부합의서에는 삼성중공업을 대표해 이현동 부사장이 서명한 것으로 합의됐다.

▲ 연방검찰과 삼성중공업의 기소유예-벌금납부합의서에는 삼성중공업을 대표해 이현동 부사장이 서명한 것으로 합의됐다.

뇌물주기위해 건조비용 올려

삼성 임원은 2007년 6월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를 방문, 브라질 유력인사를 만나 용선계약을 따낼 수 있는지와 보상조건등을 논의했고, 브라질 국영석유 회사의 이사 2명을 직접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 임원은 이 유력인사가 석유회사 이사 2명을 포섭하는 조건으로, 2천만달러를 지불한다는 데 합의한뒤, 한국의 본사 고위임원에게 이를 보고하고 승인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삼성의 뇌물공여에 회사고위층이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이다. 삼성과 프라이드를 2천만달러 뇌물을 건네는 대신 석유시추선 건조가격을 3천만달러 올리는 것으로 합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장부에서 뇌물로 들어갈 돈을 빼내기 위해서 건조가격을 엉터리로 과대계상한하고 비용도 늘린 셈이다. 삼성은 프라이드측에 ‘석유시추선 장비비용으로 천만달러, 예상치못한 임금 및 장비명목으로 2천만달러’등 건조비용 3천만달러 인상을 통보했고, 프라이드측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본사 고위임원 승인하에 삼성은 2007년 10월 18일 브라질 유력인사와 2천만달러 커미션계약을 체결했다. 뇌물을 숨기기 위해 커미션계약으로 위장한 것이다. 이때 에이전트로 선택된 인물이 삼성과 프라이드 등 2개회사와 모두 잘 아는 인물인 ‘해밀턴 파딜하’ 였다고 연방검찰은 밝혔다. 삼성 휴스턴지사 임원은 2007년 12월 파딜하에게 전화를 걸어 페트로브라스 이사 2명에 대한 지급계획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12월 14일 한국의 본사 고위임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를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딜하의 힘이 막강했는지, 돈의 힘이 막강했는지 알 수 없지만, 페트로브라스는 곧 바로 석유시추선을 빌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2007년 12월 18일 페트로브라스와 프라이드간에 5년용선계약이 체결됐고, 배를 빌려줄 데를 찾은 프라이드는 사흘 뒤인 12월 21일 삼성측에 석유시추선 구매계약을 맺었다. 현재는 엔스코시추선5호인 프라이드시추선 5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석유시추선 구매가격은 6억3604만달러.당초 6억천만달러수준에서 2천5백만달러이상이 인상된 것이다. 삼성측은 2011년 5월 이 배를 완성, 프라이드측에 건넸고, 페트로브라스는 2011년 7월11일부터 이 배를 빌려서 석유시추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 배가 인도될 시점에 프라이드가 영국시추선 회사 엔스코에 인수됐다.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까, 엔스코인수뒤 뇌물수수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세피난처 계좌로 뇌물 송금

삼성이 파딜하와 페트로브라스 이사 2명에게 2천만달러를 전달한 것은 2008년부터 2011년 시추선 건조가 끝날 무렵까지 약 3년간 3차례로 나눠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고, 뇌물수수를 숨기기 위해 페이퍼컴퍼니설립등 치밀한 계획이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파딜하측은 2008년 2월 15일 6백만달러, 2008년 10월 13일 8백만달러, 2011년 3월 11일 6백만달러의 커미션 청구서를 보냈고, 삼성은 이 돈을 한국내 은행에서 미국금융기관을 거쳐 제3국의 은행으로 전달했다.

파딜하측이 삼성에 내민 청구서는 1개 회사가 아니라 브리티시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2개 유령회사명의였다. 파딜하의 친구가 오너로 등록된 바르벨라홀딩스와 페트로브라스 이사 2명이 설립한 굿올트레이딩으로, 삼성은 이들 2개회사에 각각 천만달러씩을 건넨 것이다. 특히 페트로브라스이사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이사들 개인으로 송금될 때는 더 복잡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 1에게는 모타코의 은행을 통해 미국금융기관을 거쳐 스위스의 은행계좌로 입금됐고, 또 다른 이사에게는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스위스회사에 돈을 빌려준 것으로 처리하고, 이 돈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모나코은행의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방검찰과 수사협조 ‘플리바겐’
기소면제조건7548만달러 합의

그러나 완전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프라이드시추선5호를 임대해 운영하던 페트로브라스 내부에서 부패행위가 적발되면서 2015년 3월 15일자로 이 시추선의 운영을 영구중지시키고,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브라질검찰은 삼성측 에이전트인 파딜하를 뇌물수수혐의로 전격 기소했고, 파딜하는 2015년 7월 15일 플리바겐협상을 통해 ‘페트로브라스 용선계약을 따내기 위해 삼성의 박현주와 협력해서 삼성이 페트로브라스 이사들에게 2천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시인함으로써 서서히 흑막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페트로브라스는 외부감사기관을 동원, 브라질 법원으로 부터 파딜하 수사관련자료에 대한 접근 승인을 받았고, 3개월간 이를 집중조사를 펼쳤다. 또 페트로브라스의 이사인 네스터 케베로와 레나토 두크도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됐고 케베로는 플리바겐을 통해 뇌물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고 두크는 이를 부인하다 뇌물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2019년 11월 22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에 제출된 연방검찰과 삼성중공업의 기소유예-벌금납부합의서

▲ 연방검찰과 삼성중공업의 기소유예-벌금납부합의서에 따르면 양형기준에 따른 벌금은 최소 9435만달러에서 최대 1억8870만달러지만 삼성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 연방검찰이 최소벌금액에서 20%를 감면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페트로브라스는 이사들의 뇌물수수가 밝혀지자, 삼성과 용선회사인 프라이드가 뇌물을 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용선료를 올려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2016년 1월 용선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페트로브라스의 용선계약은 2011년 7월부터 2016년 7월까지지만, 2015년 3월 운영을 중단한데 이어, 2016년 1월에는 아예 계약을 취소한 것이다.

5월 1억8천달러 배상판정 받아

사정이 이렇게 되자 프라이드[현 엔스코]는 페트로브라스가 용선계약을 위반, 부당하게 계약을 취소했다며 2016년 4월 영국중재법원에 제소했고, 동시에 삼성도 파딜하를 고용, 뇌물을 주고 용선계약을 촉진한 혐의로 영국중재법원에 제소했다. 그러나 프라이드는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중재요청은 철회한 반면 삼성과는 재판을 계속했고 결국 삼성은 지난 5월 16일 프라이드측에 1억8천만달러를 지급하라는 배상판정을 받았다.

페트로브라스측도 삼성에 대한 칼날을 빼들었다. 페트로브라스는 지난 3월 5일 텍사스주 해리스카운티지방법원에 삼성을 상대로 2억5천만달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은 소송이 제기되자 약 한달 뒤인 4월 18일 텍사스남부연방법원으로 재판을 이관해 달라고 요청, 현재 연방법원에서 두회사가 맞붙고 있다. 두 회사는 프라이드로 부터 공동으로 중재법원에 제소당했으나, 페트로브라스는 빠져나온뒤 삼성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페트로브라스는 이 소송장에서 ‘프라이드와 2007년 12월 18일 용선가계약을 체결했으나 2008년 1월 18일 본계약을 체결할 때 스탠바이피[대기료]를 3천만달러나 인상했다’며 삼성과 프라이드가 뇌물로 지급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이같은 부당한 계약조건을 내밀었다 고 주장했다. 특히 ‘용선계약에 따라 시추선을 운용하지 않을때도 1억6천만달러를 지불했고, 2015년 3월 15일 뇌물수수에 따른 감사로 시추선 운용을 영구정지시킨 뒤에도 9800만달러를 지불하는등 2억5천만달러이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하고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삼성중공업은 이사회를 개최, 벌금 7548만달러를 납부하기로 의결했다며 이사회 의결서를 연방검찰에 제출했다.

▲ 삼성중공업은 이사회를 개최, 벌금 7548만달러를 납부하기로 의결했다며 이사회 의결서를 연방검찰에 제출했다.

페트로브라스는 또‘프라이드측에 지급한 용선료가 6억5천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프라이드가 삼성으로 부터 석유시추선을 6억3천만달러 상당에 매입했음을 감안하면, 5년만 배를 빌려주면 본전이 빠지는 셈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임대만 된다면 폐선이 될 때까지는 무조건 연 1억달러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추선을 임대할 석유회사를 찾는 셈이고, 석유회사는 조선회사와 용선회사에는 수퍼갑인 것이다.

특히 5년을 한꺼번에 빌리는 계약은 사상유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엔스코가 공개한 2019년 7월말 현재 용선현황에 따르면 대부분의 석유회사들은 180일 내지, 1년단위로 계약하거나 유정단위로 계약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5년계약을 용선회사에게는 노다지였던 셈이다. 또 삼성이 건조한 엔스코시추선 8호는 현재 토탈페트론사에 임대돼 앙골라지역 시추에 투입돼 있으며, 하루단위로 계약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추선의 하루 임대료는 63만4천달러였다.하루 임대료를 1년으로 계산하면 2억3141만달러에 달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언제든 해지가능한 하루단위 계약을 한 것이다.

‘뇌물-매수’5억달러 물어줘야할 판

현재 페트로브라스와 삼성은 연방법원에서 관련증거의 공개여부를 둘러싸고 지리한 공방을 벌이고 있어, 아직 본격적인 본안심리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프라이드로 부터 중재제소를 당했던 두 회사가 2017년 12월 공동대응을 위해 비밀유지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 비밀유지각서로 인해 원고인 페트로브라스는 관련서류등을 증거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중재소송에서 공동보조를 맞추다 발목이 잡힌 셈이지만, 연방법원 판단에 따라 비밀유지각서가 무효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삼성은 이래저래 머리가 아픈 셈이다.

▲ 삼성이 수주를 위해 2천만달러 뇌물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난 엔스코시추선 5호 제원 및 성능

▲ 삼성이 수주를 위해 2천만달러 뇌물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난 엔스코시추선 5호 제원 및 성능

연방검찰에 벌금납부조건의 기소유예로 이 사건이 마무리된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자칫하면 삼성이 물어내야 할 돈은 7500만달러가 아니라 이 돈의 7배에 가까운 5억달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중재법원에서 용선회사에 1억8천만달러 배상판정을 받은데다, 연방법원에는 브라질국영석유회사가 2억5천만달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천만달러 뇌물을 주고 석유시추선 주문을 받았다가 석유시추선 발주회사 및 석유시추선을 임대한 회사에 동시에 거액을 물어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용선회사 프라이드, 즉 지금의 엔스코가 세계최대의 석유시추선운영회사 라는 점이다. 현재 엔스코가 보유한 시추선은 모두14척이며, 이중 8척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시추선일 정도로, 큰 바이어이다. 하지만 엔스코는 지난 2017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엔스코시추선 10호를 마지막으로, 발주가 끊긴 것으로 드러났다. 엔스코는 2013년과 2014년 11호와 12호를 대우조선해양에 발주, 인도받은데 이어 올해말과 내년말에도 대우조선해양에서 각각 1척씩을 인도받는다. 또 2014년과 2015년 시추선 4대를 구츠코에서 인도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이 막무가내로 ‘법대로’만을 외치기도 힘든 상황이다. 만약 엔스코에 1억8천만달러를 물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추가 발주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삼성이 석유시추선발주를 위해 뇌물-매수를 감행하다 5억달러이상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몰렸고, 석유시추선 건조시장에서의 선도적 위치도 사실상 빼앗기고 있다. 불법을 자행하다 사면초가를 부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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