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관, “가짜 기념관인가 복사본 기념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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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기념관인가 복사본 기념관인가”
유물 70% 이상 분실 전시품 90%가 복사본

국민회관 기념관 진열사료 대부분이 복사본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루불 박물관이나 영국의 대영제국 박물관 그리고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을 포함한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은 나름대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이 같은 박물관들이 유명한 것은 그안에 전시된 귀중한 유물이나 예술품들이 모두 진품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 박물관에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진본들도 많다.

미국의 지방 마을에 가보면 으례 박물관이나 기념관들이 있다. 이들 박물관들은 대도시의 박물관보다 규모나 시설들이 아주 소규모이지만 그 곳에 전시된 것은 모두 원본들이다. 복사본으로 전시하는 예는 없다. 진짜를 전시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 연구자들을 위해서 사료들을 복사본으로 출판하는 예는 있어도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 기념관 등에서는 진짜가 아닌 복사본들을 전시하는 경우는 없다. 왜냐하면 복사본을 전시한다는 것은 생명이 없는 무가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9일 동포사회의 커다란 관심속에 국민회관 복원위원회(회장 홍명기)가 개관시킨 국민회관 기념관에 대해 “가짜 기념관” 아니면 “복사본 전시관” 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이 되고 있다. 최근 국민회관을 찾는 관람객이 늘어 가면서 국민회관 기념관에 대한 비난이 점점 거세어지고 있다. 국민회관을 방문했던 한 동포는 “일간지등과 방송등에서 자랑스럽게 복원됐다고 보도하는 바람에 방문했지만 너무나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동포는 “원본이 전시된 것은 불과 열손가락에 그칠 정도”라면서 “어떻게 복사본으로 장식한 전시물을 ‘국민회관 기념관’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그는 “기념관을 돌아 보면서 전혀 감동을 느낄 수가 없었다”면서 “국민회관 기념관은 ‘가짜 기념관’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동포는 “지난 90년대에 한번 국민회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당시 회관에는 국민회 각종 서류들과 도서들이 즐비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최근에 다시 가보니 잘 짜여진 케이스 안에 전시된 것들이 대부분 복사본들이라 보기가 민망했다”고 밝혔다.

<성진 / 취재부 기자>

사료 대부분 한국으로 불법 반출 기대감에 기념관 찾는 관람객들 “전시물품 대부분이 복사품” 허탈감

전문적 연구원 없이 편향적으로 사료 전시
불법 반출 사료 법적 반환 소송 움직임
유물 사료 보존 대책없어 손상 위험 커


현재 국민회관 기념관에는 미주에서의 한인독립운동사를 포함한 한인사회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사진들과 문헌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거액을 들여 제작한 전시관에 전시된 사진들과 사료들은 관람객들이 지적한대로 거의 대부분이 복사본이다. 국민회관을 복원하는데 약 50여만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관내 설치된 전시품과 케이스들을 제작하는데만 한국 돈으로 약 1억(미화 약 10만 달러)을 들여 제작해 미국으로 운반해와 설치했다고 한다. 이렇게 비싸게 제작된 전시관내에 전시한 장치에 고작 복사판을 넣어 둔 것이다. 실제 원본이 전시된 품목은 오래된 태극기 등을 포함해 10점 이내일 뿐이다. 회관에는 모두 10여개의 유리 전시관과 벽면 패널 등에 약 140장의 사진들과 100여매의 사료들로 채워지고 있는데 대부분이 복사품이다.

기념관은 모두 5개 부분으로 나눠저 있다. 각 부분마다 미주한인 이민역사를 상징하는 제목들을 붙여 놓았다. 첫번째 방에는 ‘유산과 비젼’이란 타이틀로 기념관의 성격을 나타냈다. 이 패널판에는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이민자들의 이름들을 적어 놓았다. 여기에 수많은 대한인국민회의 회원 명단도 함께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한글로 된 설명문에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첫번 이민자들이 도착한 날이 “1903년 1월13일”인데 2월13일로 잘못 적어 놓았다.

두번째 전시실 입구에는 회관복원을 위한 거액 기부자들의 명단이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안내판에 적힌 명단에는 홍명기 회장을 비롯한 20여명의 이름들이 적혀 있는데 이 중에는 약정한 기부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내판을 보는 관람객들은 이들이 모두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고 지나치고 있다. 복원위원회측은 거액기부자들인 홍명기, 고석화, 金시면, 정진철,윤병욱씨 등을 포함한 10여명의 명패를 제작해 회관 주변에 설치해 기념해 주고 있다. 그러나이민100주년기념남가주사업회의 윤병욱 회장은 1만달러를 약정했지만 아직까지 돈을 기부치 않고 있다.

이 기념관내 전시는 국민회관의 성격을 잘 나타내지도 않았고 전문적인 연구없이 편향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국민회관기념관 전시관이라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대한인국민회 역사와 활동을 중점적으로 미주한인사회의 독립운동사를 설계했어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회관내에 오랬동안 보전되어 왔던 사료들만으로도 충분히 전시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사본으로 장식해 유적지의 가치를 여지없이 손상시키고 있다. 어떤 기준에서 전시계획을 구상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편향된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 보자. 이 회관의 마지막 전시실 한편에는 ‘대한인국민회 지도자들’이란 제목으로 안창호를 비롯 백일규, 최진하, 金호, 송종익,한시대, 金형순 등 7명의 인물 프로파일이 장식되어 있다. 이 중 金형순이 어떻게 국민회의 대표인물로 선정되어 전시됐는지 의문이 되고 있다. 1909년 2월1일에 미주 최초의 한인대표단체총연합회의 성격으로 설립된 국민회는 안창호를 포함해 이대위, 윤병구, 백일규, 홍언, 정재관, 최정익,황사용, 강영소, 황사선,최진하, 임정구, 金호, 한시대 등 기라성 같은 지도자들이 많았다. 문제의 金형순은 바로 복원위원회의 실행위원인 金운하씨의 조부로 알려져 왔다. 또 마지막 전시실에는 최근 한인사회의 이민100주년기념행사 관련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는 2003년 1월1일 로즈퍼레이드 꽃차 행사 등을 포함해 중가주에서 행한 애국선열추모제 등 사진들이 부착되어 있다. 그러나 LA한인사회에서 2003년에 최초로 거행된 제1회 애국선열추모제 관련 사진은 빠져 있었다.

LA에서 개최된 제1회 애국선열추모제 사진은 들어 가지 않고 대신 중가주에서 개최된 애국선열추모제 사진만 전시되어 있다. 한 관계자는 “중가주 애국선열추모제는 현재 복원위원으로 있는 金운하씨가 주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북원위원임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미이다. 또 金호와 金형순이 동업해 운영했던 ‘金형제 상회’ 사진은 다른 사진들에 비해 상당히 큰 사이즈로 제작되어 부착되어 있다. 이같이 기념관에는 金운하씨와 관련된 인물과 행사 등 3가지 전시물이 유독 부각되어 있다.

金운하씨는 현재 국민회관의 귀중한 유물들을 서울의 도산기념사업회(회장 서영훈)에 불법적으로 기증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金운하씨는 지난 95년 당시 국민회관복원을 위한 ‘재미한인유적복구사업회’(회장 金형찬)가 결성됐을 당시에도 국민회관 유물 분실에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와 함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제기됐었다. 당시 도산의 외손자인 필립 커디씨는 “국민회관의 유물이 70% 정도 분실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실의 책임이 교회측과 金운하씨에게 있으며 아마도 金운하씨가 가장 많은 유물을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인유적복구사업회 공동대표인 현봉학 박사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밝혔다.

필립 커디씨는 오는 3월 미 예일대학에서 개최되는 전국한인학생지도자대회(KASCON)에서 국민회관의 사료 불법반출에 대한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그는 또 “국민회관 사료반환을 위한 전국적인 캠페인 조직도 2세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적으로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국민회관기념관에는 비디오 영상물도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비디오 영상물 내용도 너무나 함축된 내용을 복합적으로 제작해 관람자들이 이해하는데 쉽지가 않다. 한 관람자는 “너무나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섞어 설명해 이해하는데 힘들었다”면서 “특히 마지막 부분은 결론도 없이 끝나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이 국민회관기념관은 “알맹이 없는 유적지”로 변모했는데도 복원위원회나 커뮤니티의 어느 단체에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한인사회의 가치관이 상실됐다는 증거이다. 복원위원회에는 이민역사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는데 “가짜 기념관”으로 복원된 것에 대해 아무런 의식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진정 국민회관은 복원된 것이 아니다. “복원했다”는 명분의 껍데기만 씌웠을 뿐이다. 그래서 지하의 선조 이민들이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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