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없는 밥그릇 회담”대북 압력 기본전략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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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없는 밥그릇 회담”대북 압력 기본전략 상실

시원찮은 시작과 해법모색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지난달 25~28일 북경에서 열렸던 제2차 6자회담은 ‘본격적 토의의 첫발’이란 점에서 크게 주목되었지만, “협상 계속”이라는 예정된 대화의 유지.계속에만 합의를 보았을 뿐 ‘서명 없는 의장성명’의 어정쩡한 모양새로 끝나고 말았다. 올 상반기중에 다음 3차회담을 갖는다고 했으나 잠정적 합의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며, 소위 ‘작업부회’ 설치문제도 공동발표문과 같은 구속력이 없었던 상황아래서는 별 효험이 없어보인다.

회담첫날인 25일에는 각국대표의 기조연설과 저녁의 의장국주최 만찬등 의례적 행사가 주이면서 2국간 교차대좌 형식으로 활발한 대화와 사전협의가 진행된 후 2일째인 26일부터 실질토의에 들어간등 하여 처음엔 희망적이고 낙관적 견해가 많았다. 예를 들어 25~26일의 각국 보도를 보면, “한국이 격월제 정기개최 제안”(로이타통신) “한국, 경제원조 제안예정”(NYT전자판) “미국이 증거제시하면, 북한은 고농축우라늄계획 협의용의”(중앙일보, 북경외교통인용. 조선일보) “ 북한, 미국이 적대시정책포기하면 핵억지력 포기”(마이니찌신문) “ 미, 북한의 핵완전포기용의 확인키로”(교도통신)

그러나 정작 26일의 실질적토의 결과를 싸고 확대해석과 혼선이 일어났다. 요미우리신문은 “러시코프 대표(러시아 외무차관)가 “북한의 핵평화이용은 계속된다”고 하고 또 “중국 유건초 보도부국장은 “북한이 핵활동의 전면정지를 밝혔다”고 발표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고의적이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전면적인) 핵’과 ‘(일부에 불과한) 핵무기’의 구별이 되지않은(?)데서 온 작은 소동이었던 것이다.

<김광해 / 본지 편집위원>

“한국 전례없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6자 회담 임해”긍정적 평가
“북핵 검증 가능한 방법·폐기조치하면 상응한 에너지 지원방안 고려”

공동발표문 무산 경위

27일의 공동발표문을 위해 26일저녁 초안을 마련한 중국은 <(북조선에 의한)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형식으로서의 핵무기 폐기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룬다>는 문언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완전핵폐기>니 <핵폐기>라는 문귀가 없었다. 그러면서 북측의 <동결>제안을 받은 <에너지지원>실시방향이 명시돼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핵포기를 ‘핵무기계획’으로 한정한 것은 ‘북한에 치우친 문서’라며 동의불능을 통고하고, 일본도 <동결>이 전제가 되는 것은 <완전포기>나 <핵계획 포기>의 정신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하였다. 같은 26일밤 북한대표단은 새로 단장한 북한대사관앞에서 기자단에게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포기하면, 핵무기계획을 포기하겠다”고 중국측문안에 반대하는 미국등을 겨냥하기도 했다.

폐막날인 28일 각국대표단이 모였다. 오전11시 폐막식거행예정이었다. 그런데 북한측의 수정요구가 있었다고해 다시 차질이 생겼다.

2차회담 평가와 전망

반년간 ‘장외협상’이 거듭된 끝의 2차회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동결’이라는 북한의 교묘한 협상전술로 난항에 빠졌던 6자회담. <비핵화>의 개념마저 후퇴시키는 결과로 말미암아 “성공”을 구가못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북한이 회담장에서 진지하고 신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HEU계획을 전면 부인하고 “평화이용”을 핑계삼은 전면핵폐기 거부는 미국의 북핵정책과 6자회담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 라는 기우가 회담 폐막전에 확산되기도 했다.

6자회담 폐막직후의 각국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러시아수석대표 러시코프 외무차관은 29일 “합의 욱직임이 없으면 군사개입 가능성도 있다”(로이타통신)고 앞날을 우려했다. 일본 마이니찌신문(2/28)은 “ 핵완전폐기의 구체책을 제시못했다”고 지적.

중극은 평화적 협상 유지, 계속만으로 쾌재를 부르게 되었다. 직접당사자측인 북한 경우 ‘실망감’ 표시란 모처럼 공을 들였어도 미국의 뽀이콧에 부닥친 탓이며, 미국으로서는 애초 기대도 걸지않았던 터라 ‘예상 대로’ 마이웨이로 갈것이 확실시되어 6자회담은 ‘평화적 해결노력의 상징물’로 올해를 장식하게 될 듯도 하다.

한국의 입장은 어찌될까…..
이번 회담에서 예의 ‘자주외교’냄새를 한껏 발휘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손에 들어온 결실은 별로 라는 점에서 기껏 폼은 재고도 누구하나 알아주지 않은 몰골이 되고만 느낌이다. 6자회담이 끝나기전의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출범1주년기념 국제세미나에서의 기조연설을 통해 “ 북핵문제에 희망이 보인다”고 평했다. 남은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난제를 극복’했기에 해결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고 낙관을 표명하였다. 반기문 외무부 장관도 2일 방미에 앞서 “6자회담이 비핵화.평화해결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내신문들은 거의 무반응이다. 한겨레신문(3월1일자)의 사설(진전 있었으나 미흡한 6자회담)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27일밤까지의 6국간 조정에서는 <서로의 입장에 관한 이해를 깊이하였다>고 하는 방향으로 문안정리를 마쳤었다. 그런데 북한측은 공동발표문에다 <미조양국의 입장의 차가 확인되었는데 앞으로 이를 좁혀나간다>라는 글귀를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일본 산께이신문은 이 경위를 회담소식통을 인용, “북한측이 27일밤 본국에 조회한즉, 초안으로서는 안된다는 훈령이 온것 같다. 미국과의 2국간협의를 요구하는 북한에게는 ‘미조간의 입장차’를 명백하게 기록하는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장기인 벼랑끝전술이야”라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다. 한겨례신문(3/1일자 LA판)도 이에 관하여 북한은 공동발표문 초안의 제3항 <회담을 통해 각국은 서로의 관점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부분에 <...높였으나 차이점은 존재한다>로 수정해달라고 했던 것.

이 때문에 폐막식은 제쳐지고 각국 수석및 차석대표들에 의한 절충이 단속적으로 계속된등 시간이 걸렸다. 미국과 일본은 받아들일수 없다고 했으며, 켈리 미대표는 정 받아들이고 싶으면 구속력이 약한 의장성명으로 하라고 응수, 결국 의사록적 성격의 ‘의장성명’으로 낙착되었다. 하오2시 폐막식장에 각국대표가 속속 입장했지만, 북한대표단 자리는 비어있었다. 중국의 이 리자오성 외교부장등이 연달라 핸드폰전화를 건 끝에 2시반가까이 되어 북한대표단이 잰 걸음으로 들어와 각국대표단의 냉냉한 시선을 받았다한다.

이번 회담의 의장 왕이 중국 외무부 부부장은 7개항의 <의장성명>에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한다>고 천명하고 < 핵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조정된 조치를 취하고 관련한 현안에 대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의장성명’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2월25~28일 회담개최. 2) 각국 수석대표 참석. 3) 차이점 존재, 상호입장 이해증진. 4) 핵무기 없는 한반도, 상호존중.대화 평등에 기초한 협의, 핵문제 평화적 해결의지 표명. 5) 평화적 공존의지 표명, 핵문제 및 관련된 관심사 상호 조율된 조처 합의. 6) 2004년 2분기내 베이징3차회담 개최. 실무그룹 구성 합의.
7) 중국에 대한 사의 표명.

<의장성명>에서 작업부회 설치에 합의는 했지만, 검토항목등에는 각국간에 견해차가 커서 앞으로 각국간 조정작업이 불가피하다. 또 제1차회의 <의장성명>때는 <한반도의 비핵화>였는데, 이번은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의 실현>으로 돼, 북한에게 평화이용명목의 계획을 포함, 핵개발을 포기시키는데는 실패해, 실질적으로는 후퇴한 셈이 되었다.
“핵 완전폐기”와 “핵무기 폐기”라는 기본원칙의 차이 때문에 당초목적이던 “각국이 문언에 책임을 지게되는 “ 공동문서가 못되고, “의장국의 책임으로 발표”하는 의장성명으로 격하되고 만 것이다.

북한에게 유리한 결말

6자회담이 막을 내린후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는 새로 단장한 북한대사관에 각국 기자단을 초청한 기자회견에서 “천연우라늄은 쓰고있지만, 농축우라늄은 갖고있지 않다”고 새삼 고농축우라늄개발계획의 존재를 부인했다. 따라서 파키스탄으로부터의 원심분리기 수입설도 일축한 것. 북한은 이번 회담에 대미외교진을 총동원했다. 94년 클린턴정권과의 1차 틀합의의 차석대표였던 김계관 제2부상(미국담당)을 수석으로, 한상렬 UN대표부 차석대사와 1차 6자회담때의 이은 미주부국장등 미국통을 총동원했던 것. 산께이신문은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한 분석기사에서 북한수뇌부는 당초부터 “유연성으로 대응” “동결대가로 경제지원을 요구하는 틀합의 견지”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담에서는 고농축우라늄계획의 추궁과 평화이용을 포함한 핵의 와전폐기를 요구하는 미.일양국과, 동결의 대가로 북한에의 지원에 이해를 나타낸 한.중.러의 대응이 선명하게 대립했던 것. 한국은 <완전 폐기>에는 미.일과 같은 입장이면서도 <경제지원>에서는 중.러에 호소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핵동결의 범위를 <무기>로 한정하는 북한측 주장을 <한반도의 비핵화로 가는 과정>으로 큰줄기에서 이해하는 태도로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다음 회담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되었다. 북한은 앞으로 더욱 중국은 물론 러시아나 한국과의 개별접촉을 강화할 방향으로 나아갈것이 자명해 보인다.

한국의 적극역할 타당했나

북핵협상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는 한국대표가 전례없이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6자회담에 임했다는 점이다. 그 자취를 잠간 더듬어 본다. 한국수석대표 이수혁 외통부 차관보는 북경에 도착한 24일저녁 북한대표측과 접촉하였다.

남북2국간협의 결과에 대해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 (북한움직임을) 낙관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미국도 한국입장과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비치면서도 이른바 <3단계 행동제안>설에 대하여는 “ 특별히 코멘트할게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25일의 기조연설에서 이수혁대표는 공동선언때 한시적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북안전보장 3단계방안을 제안했다. 회담을 두달에 한번씩 갖자는 안도 내놓았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의 밤 회견에서 이수혁대표는 HEU(고농축우라늄)핵문제에 관한 북측태도를 질문받고 “(북측이) 대답하는게 적절치않은 것 같았다”며 기존입장 반복을 못마땅해 했다.
원래 한국은 북한측에 (24일접촉때) 에 대해 존재자체를 부인하지 말고 “의혹을 해소할수 있다”는 정도의 유연성을 발휘토록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었다.(조선일보 2/26)

이러한 사전조율등을 통하여 6자회담에서 유독 한국의 적극적이고 중재자적 역할이 돋보였던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의욕만 앞세워 사태추이를 그릇치게 만들었다는 평도 있다.)

26일 이틀째 전체회의에서 참가국들은 공동발표문작성과 작업부회 설치문제에 원칙적 동의를 하였다. 우리측은 이날 북한이 모든 핵을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실제로 폐기에 들어갈 경우 참가국들이 그에 상응한 조치로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이수혁 수석대표가 밝혔다. 그러면서 이대표는 “중국과 러시아가 에너지지원에 동참할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으며, 미.일은 이해를 표시했다”고 말했던 것이다.(모든 핵의 폐기입장 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역시 휴지화된 셈)

27일 이수혁 수석대표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에게 “공동발표문이 합의 안될수도 있다”면서 “오랫동안 지속될지 모를 동북아 안전보장 협상에 관한 최초의 프로세스, 굉장히 어려운 문제를 다루고 있다”(조선일보 2/27일)고 부연설명하였다.

28일 폐막식후의 기자회담에서 이수혁대표와의 일문일답중 몇 대목을 본다.
* 북한의 요구(수정제의 내용)= ‘이견(異見)’이란 단어를 넣고싶어 한다. 중국은 굳이 우기느냐의 입장인데 우리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 의장성명의 1차때와의 동일 여부= 작년8월에는 ‘의장요약발표문’으로 문건이 아닌 구두발표였다. * 북핵문제의 범위가 빠져있다는데= 기술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수 없는 핵폐기)’로 정리하는것에 입장차가 있었다.
* 에너지지원안에 중국이 지지한다는 표현 여부= 한국은 2단계인 ‘핵동결 대 상응조치’로서 에너지지원에 동참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중국도 동참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동참입장을) 연설에서 밝혔다. 향후 문서화의 단계가 남아있다.(조선일보 2/28)

이러한 한국대표단의 언동이 “3개국협의”의 틀로 묶였던 한.미.일의 당초의 공동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쳤던가, 앞날 협상을 위해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이 ‘북한쪽으로 기우는 자세’를 보인게 26일이다. 유건초 보도부국장이 기자회견에서 이틀째 전체회의를 설명하며 “ 각국은 핵활동을 전면정지한다는 북한제안을 환영했다”(교도통신)고 발표했던 것.
6자회담의 중개자이자 추진자였던 중국으로서는 일정한 성과를 올려야 하는 필요성과 절박감에서 ‘미.일의 반발을 알면서도’ 취한 궁여지책으로 이해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국의 독자적인 돌출언동은 미.일측에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산께이신문 (29일자. 워싱턴특파원)은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북에 접근한 자세”를 더 선명히 한 점을 강하게 걱정하고 있다면서 3개국협의 체제에 구멍이 생기면 북한이 ‘적실(敵失)이라며 득점을 올리게 된다. 즉, 대북압력이라는 6자회담 기본전략을 잃게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하며, 3국협의틀의 재구축을 서둘 것 같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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