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公人)의 책임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해야만 한다”
본국의 많은 한인 이민 희망자들이 그 귀착지로 제일 선호하는 나라가 미국이고, 지역으로 따지자면 이곳 로스엔젤레스(LA) 인근으로 압축되어진다.
그만큼 LA 카운티를 비롯 오렌지 카운티 지역 등 LA 국제공항 커버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다는 이점(?)을 안은데다가 ‘한국 사회정서와 가장 유사하다’는 점에서 많은 이민자들과 이민 희망자들이 모여들고 있는 근본적 사유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이민희망 신출내기들에게 그저 스쳐지나 갈만한 단순 우스개 소리가 아닌 철칙과도 같은 1가지 원칙이 생겨났다고 한다. 바로 이 원칙은 “LA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같은 한인들을 조심해라”라는 주의환기성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곳 한인사회가 ‘사기꾼의 도시’ 혹은 ‘눈을 뜨고 있어도 코 베어가는 곳’이라는 무시무시한 환경의 사회로 이민자들에게 비쳐지고 있는 것.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이곳 한인사회 내부적으로도 뻔히 잘못된 일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신참 이민자들을 상대로 소위 ‘등쳐먹는’ 비즈니스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또한 ‘영어’가 부족한 후배 이민자들에게 ‘선배로서 도와주겠다’는 명목 아래 접근해 ‘벗겨먹는’ 사기꾼들마저 득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술 더 떠 이곳 한인사회에서 저명한 인사들이라는 한인 단체장들마저 ‘투자사기’ 행각의 중심에 잊을만하면 등장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한인 단체장 출신 몇몇 인사들은 그간 주요 단체장이라는 타이틀과 명함을 철저하게 ‘투자사기’ 행각에 이용해왔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즉, 이곳의 한인 단체장들은 지역특성상 연일 한인 언론과 매스컴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보니 ‘우선 믿음이 갔다’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뒤늦은 하소연이다. 또한 이민경력이 짧은 이들을 타겟으로 포장된(?) ‘공신력’을 십분 활용한 사기행각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일부 몇몇 ‘금융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한인 단체장들의 경우, 평소 가깝게 지내는 같은 단체 회원들, 친인척, 동료, 친구들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 혐의’들이 속속 노출되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나도 피해자다”라며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긴 하나 혐의가 드러난 것이 없으니 별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는 것이 오히려 탑 뉴스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한인사회에 적잖은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감투’ 하나 떼내는 것이 뭐 그리 힘든 지 ‘버티기(?)’가 한창이다. 오히려 파문이 조용해지길 기다렸다가 다시 왕성한 활동을 재개할 모양이다. 그러나 이곳 한인사회에서 이미 ‘공인(公人)’이 되어버린 한인 단체장들. 이들 한인 단체장들을 비롯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사들은 본인들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을 져야 한다.
일례로 본국의 경우 ‘작게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연예인을 비롯, 크게는 소위 ‘사고’를 된통 친 공인(公人)들은 그 스스로 활동을 자제하던지 공직에서 물러나 자중의 시간을 갖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을 정도다. 이는 일개 개인이 친 사고가 아니라 공인(公人)으로서 물의를 빚었다는 공적 책임을 물어 적용되는 관습법이라 할 수 있다.
타운 내에 공인(公人)들이여! ‘널리 공신력을 얻는 위치에 오른 만큼 그에 걸 맞는 책임의식을 가져라’라는 말을 주문하고 싶다.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라”라는 주위의 ‘쓴소리’를 달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
▲ 비대위 측이 회장대행으로 선임한 최(손)용자 수석 부회장. 비대위 측 주도로 열린 임시총회를 통해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2005 Sundayjournalusa
현재 이들의 대립을 놓고 정당성 문제 또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적 책임근거를 따져볼 때 누구 쪽이 맞느냐는 데에 있는 것.
이와 관련해서는 현 여성경제인 연합회 측의 입장이 유리한 편이다. 협회 측은 “현 이사진이 명백히 있는데 전직 회장단이 나서는 것은 월권행위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라는 입장이다.
반면 비대위 측이 임시대행 회장으로 선임한 최(손)용자 부회장은 “이미 여러 언론에 의해 잘 알려진 대로 협회 이사진의 3분의 2가 ABC 사기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상태라 도저히 정상적 이사회를 통한 수습이 어렵다”고 전제한 뒤 “오죽했으면 전직 회장단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겠느냐”라는 입장이다.
협회 파행 불가피, 28년 역사 ‘스캔들’로 무너지나
비대위 측 이한순 前 11대 회장은 “이 단체는 28년 역사를 지닌 소중한 봉사단체다”라며 “임경자 씨가 사회적 통념상 이 정도로 파문을 일으켰다면 먼저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혐의가 인정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중하는 차원에서라도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칼렛 엄 前 8, 9대 회장은 “現 회장단만의 단체가 아니다. 어느 단체든지 고문들의 조언은 있는 법이다”라며 “지난 선배들의 업적을 생각하면 현 상황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부디 현명하게 단체를 제대로 정립되는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이번 ‘여성경제인 연합회 내분파문’으로 말미암아 임경자 씨가 몸 담고 있는 기타 단체들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끼칠 전망이다.
특히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의원이기도 한 임경자 씨의 거취문제 또한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기타 단체 활동에는 어떤 영향?
임경자 씨는 현재 여성경제인 연합회를 비롯, 재미 대한체육회 등 서너 개 단체에서 임원직을 고수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대로 WCKNC 의원을 역임하고 있다.
기타 한인 단체장들을 비롯 많은 한인들은 ‘ABC 투자사기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임경자 씨가 여성경제인 연합회 회장직 뿐만 아니라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의 의정활동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또 다른 한인 단체장인 박상원 씨가 ‘투자사기’에 연루되어 체포되는 일이 벌어지자 ‘모종의 공신력’을 앞세운 ‘묻지마 투자권유’에 의한 피해사례가 한인사회 내에 만연되어 있는 것으로 재차 확인되는 등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재미 대한체육회 부회장 직을 맡고 있는 임 씨를 WCKNC 주민의회 의장인 김남권 씨가 감싸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한 WCKNC 주민의회 의원은 “연일 일간지들을 통해 ABC 투자사기 연루의혹이 거론되는 등 한인사회에 적잖은 물의를 일으켜 문제시 되었다면 스스로 물러날 때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해법을 제시하면서도 “하지만 주민의회 정관상 형사입건이 되거나 범법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자에게 징계를 물을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표명하기도.
이와 관련 한인 단체장 모 씨는 “자칫하다가 임 씨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에는 한인사회 전체가 망신을 당할 수 있다”며 “최근 투자사기 물의를 일으킨 박상원 씨의 경우 단체의 누를 끼쳤다는 이유만으로 당일 사표를 제출해 자진 사의가 받아진 것으로 안다”며 “한인 단체장들은 한인사회에서 공인(公人)으로서의 책임의식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