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의 선택은

이 뉴스를 공유하기




















버락 오바마 후보의 근소한 우세로 굳어질 듯하던 미국 대선의 판세는 이달초 공화당의 부통령후보로 40대의 `하키맘’ 새라 페일린이 등장한 후 크게 흔들리면서 존 매케인의 우위로 돌변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증하면서 다시 표심은 오바마 후보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양상이다.
대선 투표일을 한 달여 남겨둔 현재 가장 큰 변수는 경제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남은 기간에 `페일린 돌풍’과 금융위기 못지않은 메가톤급 돌발 변수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으며 이것이 선거전의 또 다른 묘미다.
미국 대선레이스에서 앞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막판 변수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구제금융 효과


7천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의 투입을 핵심으로 하는 구제금융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 정부의 본격적인 `월가 구하기’ 작업이 개시된다.
오바마와 매케인 후보 모두는 구제금융 법안에 뚜렷한 반대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쪽이 좀 더 구제금융 조치를 지지하는 데 비해 공화당은 다소 미온적인 편이다.
민주당이 정부의 시장개입과 규제의 강화를 주장하는 데 비해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개입의 최소화를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제금융의 시행으로 인한 효과와 시장의 반응이 표심의 향배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구제금융의 단행으로 시장이 급속히 안정된다면 대선레이스에서 경제이슈의 파괴력이 지금보다는 크게 약화될 수 있다. 매케인측으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장 혼란이 빠르게 수습되면 월가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소재를 따지면서 부시 행정부의 실정이 다시 뉴스의 초점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구제금융의 단행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오히려 요동치고 불안이 증폭될 경우 경제이슈는 투표의 마지막 순간까지 판세를 좌우하는 최대의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제금융 법안의 통과를 앞장서 지지한 민주당에게도 부담이 된다.
현재 오바마와 매케인 두 후보 모두가 구제금융 법안의 세부내용에 관해 확실한 찬반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도 이 이슈가 지니는 민감도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클린턴가(家) 역할과 여성표 향배


오바마 후보로서는 여성과 백인 노동자 계층을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어야만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 역할은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현재 클린턴 부부의 행보는 오바마측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근 뉴욕에서 자선활동을 위한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 연례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매케인을 소개하면서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거듭 얘기했다. 또 매케인의 러닝메이트인 페일린에 대해서도 “알래스카가 다녀와 보니 페일린이 왜 그렇게 인기가 높은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이 매케인과 페일린에 대해 호의적으로 얘기하는 방식으로 오바마를 칭찬하는 것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전국을 돌며 오바마 지지연설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열혈팬들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힐러리의 선거자금 모집책 가운데 대표적인 `큰 손’이었던 린 포레스터 드 로스차일드(여)는 최근 오바마에 대해 오만하다고 비난하면서 매케인 지지를 선언할 정도였다.
워싱턴포스트.ABN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양당의 전당대회 개최전 백인여성 사이에 오바마의 지지율은 이 50%, 매케인 후보가 42%로 오바마 후바가 8% 포인트 우세한 상황이었으나 공화당의 전당대회 이후 매케인 후보의 지지율이 53%로 껑충 뛰고 오바마의 지지율은 41%로 하락, 판세가 매케인 후보의 12%포인트 우위로 뒤집혔다.
페일린 효과 때문이었다. 이를 무력화시킬 유일한 무기는 힐러리다. 여성표심을 붙들어 매기 위해서는 오바마가 먼저 힐러리를 확실하게 붙잡아야 한다.



트루퍼 게이트


매케인의 페일린 부통령 카드는 단기간에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리스크도 함께 드러냈다.
페일린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위험요소는 `트루퍼 게이트’다. `트루퍼 게이트’란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여동생의 전 남편 마이크 우튼을 주 경찰관에서 해임시키기 위해 당시 주 경찰청장 월트 모네건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다 이를 거부한 모네건 청장을 해임했다는 의혹으로, 알래스카 주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중이다.
현재 페일린의 남편인 토드 등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토드는 이에 불응한 상태다. 주의회는 대선 투표 실시일을 한 주 남겨준 시점에 조사내용을 공표할 예정이다. 만일 페일린의 권력남용 사실이 드러날 경우 매케인측으로서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페일린은 또 알래스카 주지사로 재직중 고가의 선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으며, 인사전횡을 휘둘렀다는 언론보도가 속속 터져나와 매케인 진영을 곤혹스럽게 했다.


태풍의 눈은 역시 인종문제


양당의 대선 후보들은 물론 언론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이슈가 바로 인종문제다.
오바마 진영이 페일린의 결점을 파고들다가 `성차별’이라는 반격에 움찔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문제는 성차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민감한 이슈다.
이라크전과 경제위기, 부시 행정부 8년의 성적표 등 온갖 요소들이 민주당쪽에 유리하지만 오바마가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인종문제가 이면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백인 유권자들의 거부감 때문이다.
뿌리깊은 흑백간 인종갈등의 역사에서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출현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도 낳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백인 유권자들이 결코 흑인 대통령의 출현을 바라지 않는 성향을 이번 대선 투표에서 여실히 보여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바마로서는 `흑인 대통령’으로 이미지가 정형화되는 것을 극력 피하려 하겠지만 매케인 진영은 드러나지 않게 백인유권자의 표심을 공고히 하는데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 돌발 실수 및 자충수


매케인 후보는 금융위기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고 했다가 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면 문제삼을 내용이 아니지만 대선 후보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반응이었다. 매케인은 그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 “내 소유의 집이 몇 채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이런 말실수는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다른 이슈에 묻혀 지나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 한 달 동안에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의 입단속에 골몰하고 있다.
페일린 돌풍에 가려져 존재감을 느낄 수조차 없었던 바이든은 이달 10일 한 타운홀 미팅에서 “힐러리가 나보다 부통령에 더 적합한 후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자충수를 뒀다.
22일에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선거광고 내용을 “너무 심하다”고 했다가 뒤에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등 그나마 자신의 말실수에 의존해 간신히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페일린의 경우 알래스카가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외교문제에 문외한이 아니라고 강변했다가 언론의 호된 비판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언론과의 접촉도 극히 꺼리는 형편이다. 부통령 후보 토론회를 비롯해 남은 기간에 페일린의 말실수는 또 다른 큰 변수가 될 듯 하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