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백악관 맥주 회동’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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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설명
 ⓒ2005 Sundayjournalusa

미국에서 흑백 이슈는 ‘뜨거운 감자’다. 최근 매사추세츠의 백인경찰이 하버드대 흑인교수를 체포한 사건을 놓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경찰이 바보짓을 했다”고 말해 일파만파의 파문이 벌어진 것은 미국에서 인종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것인지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바보 발언’에 경찰노조가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며 유감의 뜻을 밝힌 후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백악관에서 화해의 맥주를 마시자”고 제안, 서둘러 봉합했다.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의 흑백갈등이 여전히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자칫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알려진 대로 이번 사건의 발단은 해프닝이었다. 지난달 16일 미국의 공영방송 PBS의 다큐멘터리 필름 촬영 차 일주일 간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하버드대의 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58)가 집 문이 안 열려서 택시기사인 흑인과 함께 문을 몸으로 밀고 들어가는 모습을 본 백인 여성이 도둑으로 오인,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게이츠 교수는 출동한 제임스 크라울리 경관(42)에게 신분증도 보여준 후 이름과 경찰번호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고 거듭 요구하다가 수갑에 채워져 연행되는 곤욕을 치렀다.
게이츠 교수의 변호사인 찰스 오글스트리는 이날 상황을 아래와 같이 기술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게이츠 교수는 정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이 망가져 열리지 않았다. 뒷문을 열쇠로 열고 경보장치를 끈 후 다시 정문을 억지로 밀고 들어갔다. 그는 거실에서 관리회사로 전화해 망가진 문을 고쳐달라고 요청했다.


교수 신분증 제출에도 연행


전화를 하는 사이 제복을 입은 경관이 집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게이츠 교수가 문을 열고 왜 왔는지를 물었다. 경관은 문을 부수고 들어간 사람이 있다는 911신고로 출동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교수가 이 집은 내 집이고 나는 하버드대 교수라고 말하자 경관은 그것을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게이츠 교수가 부엌에 놓아둔 지갑에서 사진이 있는 하버드대 교수 신분증과 매사추세츠 운전면허증을 주었고 그것에는 집 주소도 기재돼 있었다.
게이츠 교수는 이 과정에서 경관에게 이름과 배지번호를 말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경관은 응하지 않고 돌아섰다. 경관을 따라가던 게이츠 교수는 문 앞에 여러 명의 경찰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들에게도 이름과 배지번호를 말해줄 것을 요구하자 문제의 경관이 돌아서서 “아까 요청한 것을 응해줘 감사하다”고 말한 후 바로 수갑을 채워 캠브리지 경찰서로 연행했다. 게이츠 교수는 4시간 후 풀려났다.
적어도 이 진술서만 보면 경찰의 행동은 명백히 잘못됐고 체포 과정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게이츠 교수는 자신을 체포한 크라울리 경관을 ‘깡패 경찰’로 묘사했고 ‘유색 인종차별’의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캠브리지 경찰 당국의 말은 다르다. 게이츠 교수가 처음엔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를 거절하고 소리치는 등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에게 인종적 차별을 한다고 폭언하고 소란을 폈기 때문에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출동한 경찰 중에는 흑인 등 여러 명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설사 게이츠 교수가 그런 행동을 했다 해도 경찰이 수갑을 채우고 체포한 것은 과잉행동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입장을 바꿔놓고 볼 때 느닷없이 출동한 경찰이 집주인보고 “당신이 주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라”했으니 불쾌할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게이츠 교수는 어렸을 때 미식축구를 하다가 고관절 골절로 한쪽 발이 약간 짧아 걸을 때 지팡이를 쓴다. 경찰이 예의 있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공권력에 의한 차별(?)


오바마 대통령이 다소 경솔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흑인학자로 통하는 게이츠 교수를 타운 경찰이 알아보지 못하고 몸이 불편한 중년의 남성을 수갑까지 채운 것은 흑인에 대한 공권력의 차별행동이라는 피해의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게이츠 교수는 인종 문제 전문가로 흑백 인종 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백인 여성과 결혼했고 백인 교수들이 아프리칸 아메리칸 학문들을 가르치는데 일조했다.
평소 자신은 아일랜드인의 피와, 유태인의 피가 섞여 흑인보다는 백인에 더 가깝다고 농담하면서 “나는 맹목적인 분노를 갖는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웨스트버지니아 페디몬트 출신인 게이츠 교수는 제지공장 노동자인 아버지와 청소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컬러드 피플’이라는 자서전에서 어머니가 학교 사친회(PTA) 최초의 흑인 서기를 맡은 것을 자랑스럽게 언급하기도 했다.
예일대 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영어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흑인이고 저명한 문학비평가이다. 2000년에 전 세계 흑인들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아프리카나닷컴’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든 후 타임워너 케이블에 최소한 1000만 달러를 주고 팔았다. 2007년에는 DNA 추적회사를 설립해, 흑인들의 유전적 역사를 찾아주는 상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이츠 교수, 평소 흑백화합 노력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크라울리 경관 역시 인종적인 편견을 가진 경찰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스턴 북쪽의 로웰의 경찰학교에서 그는 신입경찰들이 유색인종차별의 실수를 하지 않도록 교육시키는 역할도 맡고 있다.
경찰학교의 토마스 플레밍 교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크라울리 경관이 “젊은 경찰들의 훌륭한 롤 모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스턴의 외곽 나틱 출신인 그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 업무시간이 끝나면 스포츠팀 코치로도 활동한다. 그는 선수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데 일가견이 있는데 올해 초 딸의 소프트볼 게임에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투수가 평정심을 잃고 흔들리자 교체하는 대신 마운드에 올라가 이렇게 물었다. “오늘 저녁 뭐 먹고 싶니?”, 투수는 “라비올리가 먹고 싶다”고 했고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후 투수가 최고의 피칭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아주 좋은 두 사람이 자신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문제가 꼬이고 말았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마따나 이들은 처음부터 적이 될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자칫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던 이번 사건은 백악관에서의 시원한 맥주회동으로 해피엔딩이 됐지만 흑백 갈등 문제는 대통령조차 진땀을 흘릴 수 있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007방불 속전속결…클린턴 ‘여기자 구출작전’ 임무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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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여기자 구출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하듯 평양 도착 불과 한 시간 전에야 언론에 방북 사실이 알려질 정도로 보안은 철저했고, 채 24시간도 안되는 1박2일의 짧은 일정 안에 임무를 마쳤다. 미국 정부의 특사 자격이냐,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느냐 등에 대해선 논란이 남았지만 전직 대통령이자 현직 미 국무부 장관의 남편으로서 그가 경색됐던 북 미 관계에 큰 변화의 물꼬를 튼 것만은 분명하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 가능성 등 한반도 정세에 급변을 올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전광석화와 같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달 20일 여기자 석방문제에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그의 남편 클린턴이 이렇게 빠른 시점에 방북하리란 예상은 한국 등 주변국 외교 당국조차 예상치 못했다. 특사 후보로도 억류 여기자가 소속된 커런트TV의 설립자인 앨 고어 저 부통령이나 빌 리처드슨 뉴 멕시코 주지사가 더욱 유력한 것으로 전망돼 왔다.
클린턴의 방북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졌지만 북한은 클린턴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극진한 예우는 4일 오전 공항에서부터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영접하면서 예고됐다.
양 부위원장은 우리의 국회 부의장격으로 부총리급이며 세련된 외교매너로도 유명하다.
특히 국방위원회가 백화원영빈관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한 만찬을 주취한 것은 북한이 그의 방북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참석했다.
클린턴은 방북 기간 내내 좀처럼 웃지 않고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다. 클린턴이 4일 오전 11시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양형섭 부위장과 김계관 부상은 웃었지만 클린턴은 웃지 않았다. 이날 오후 김정일 위원장과 대면했을 때, 사진촬영을 할 때도 그는 미소를 내보이지 않았다. 얼굴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던 김 위원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클린턴의 포커 페이스는 이번 방북의 가장 큰 목적이 5개월 가까이 타국에 억류됐던 여기자를 석방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북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강경 제재 움직임을 이끌었던 미국이 자국의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태도를 돌변한 데 대한 비난도 의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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