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특집] 한국의 ‘김영란법’ 시행 계기로 짚어본 韓美 공직자 윤리 기준과 적발 사례들

■ 한국사회 부패 만연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언론 교사 순 척도 순위

■ 미국은 뇌물, 부당이익 제정 공무수행 영향력 대가 15년 징역형

■ 美, 직무관련성 없어도 20달러 이상 금품을 받으면 최대 5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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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지긴 달라졌는데…’

썩은 생선 때문에 어물전까지 닫을 판

한국에서 지난달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국내외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뉴스 방송 CNN방송은 ‘한국에선 50달러 선물을 받으면 3년 징역’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한국에서 강력한 부패방지법이 시행됐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한국의 정치인들의 부패가 심하다는 것으로 알려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UN은 지난 2003년 총회 결의로 매년 12월 9일을 “국제 부패 방지의 날”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이후로 UNDP와 UNODC 기관은 공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부패방지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는데, 지난해 캠페인 목적은 ‘부패는 민주주의의 역행이고 인권을 유린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한국의 ‘김영란 법’은 일부에선 법의 기본정신 보다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성  진 (취재부 기자)

김영란법1
CNN방송은 “한국에서 공직자와 식사할 경우 랍스터(바닷가재) 요리를 주문하지 말라”며 시작한 기사는 “최상급 쇠고기와 술은 한국의 외식 테이블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만약 당신이 선물을 주고 싶다면 참치 캔이나 스팸 정도만 될 것 같다”라며 꼬집어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번 부패방지법이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책회사 임직원, 언론인은 물론 교원들도 포함됐는데 이들에게 한국돈 3만 원(미화 약 27 달러) 이상의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선물은 45 달러 이내, 기부금은 90 달러 이하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CNN은 “이 법은 국가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다”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은 법에서 정한 금액 한도가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내수 침체가 우려된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 방송은 2014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78%의 응답자들이 고위 공직자일수록 부패가 심하다고 답했으며, 특히 90% 응답자들은 국회의원들의 부패가 만연하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법 통과로 소매상 업계에 연간 26억 달러의 손해가 예상되고, 약 126만 명의 고객을 잃게 된다고 업계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밝혔다. 관련 업계 측은 약 700만 소매상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고 특히 농수산 계통이 영향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부패 천국, 미국은 부패 지옥

김영란메뉴

▲ CNN에서 방송한 김영란법이 적용된 식당의 메뉴 모습.

그리고 CNN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에 서울의 한 불고기 전문 식당에 등장한 ‘김영란 특선 버섯 불고기 세트’ 메뉴판을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사진 설명에는 “서울의 레스토랑은 특별히 싼 ‘반부패 메뉴’를 선보였다”라고 돼 있다.

이 방송은 김영란법 도입 계기에 대해서는 “공직자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기 때문”이라며 “2014년 조사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답변이 78.7%에 이르렀고, 지난해 국민권익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지난 1962년 ‘뇌물, 부당이익 및 이해충돌 방지법(Bribery, Graft and Conflict of Interest Act)’을 제정해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공직자가 공무 수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령하면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벌금형과 징역형을 모두 받게 된다.

또 미국 공직자 윤리 기준은 공무원과 그 가족은 한 번에 20달러(약 2만 2천4백 원) 이하, 연간 최대 50달러(5만 6천백 원) 범위 안에서만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난 선물은 반드시 신고하게 돼 있다.

정부 윤리청(OGE)이 윤리법 준수 여부를 상시 감시하는 데다, 특별 심사청(OSC)이 내부 고발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고발자를 철저히 보호해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미국 공직자는 20달러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최대 5년형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 그래서 식사 접대를 받더라도 20달러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한다.

미국에서는 이 법 때문에 대권 도전에서 물러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적발되면 패가망신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캘리포니아주 상원 의원 2명이 잇따라 체포됐다. 두 사람 모두, 일반인으로 가장한 FBI 요원에게 금품을 받고 청탁을 들어줬다가 철창신세를 졌다.

지난 2014년에 로버트 맥도널 전 버지니아 주지사 부부가 제약업체 스타사이언티픽 조니 윌리엄스 최고경영자(CEO)로부터 16만 5000달러 상당의 선물과 대출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되는 바람에 정치 일선에서 퇴출당했다.

당시 맥도널 부부는 “친구로부터 호의와 우정의 선물을 받은 것일 뿐 이를 대가로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회사 제품 판매 및 연구 지원 등에 주정부가 협조하는 조건으로 금품과 골프여행 경비, 딸 결혼식 비용 등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맥도널 전 주지사는 2012년 미국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되는 등 공화당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 왔지만 이 사건으로 정치 인생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검찰이 맥도널 전 주지사에게 적용한 법은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Bribery, Graft and Conflict of Interest Act)이었다.

월드 야구티켓 받았던 주지사도 처벌

김영란법지난 2010년에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 역사상 흑인으로는 네 번째로 주지사의 자리에 오른 데이비드 패터슨 전 뉴욕 주지사는 프로 야구 월드 시리즈 관람 표 5장을 공짜로 받았다가 벌금 형의 처벌을 받았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를 보면 뉴욕주의 공공청렴위원회는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가 2009년 월드시리즈 경기표 5장을 무료로 받아 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그에게 6만 2,125달러, 6천9백76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부과된 벌금에는 당시 월드시리즈 경기표 5장 값인 2,125 달러가 포함돼 있다. 공짜로 받은 표값의 30배 가까운 돈을 벌금으로 부과받은 셈이다.

공공청렴위원회는 “주지사가 당시 열린 경기의 의식에 참여했지만, 그것만으로 그에게 자기 아들과 아들 친구를 위한 무료 경기표를 얻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은 법과 윤리기준을 따라 공직자들의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또한, 적발되면 예외 없이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 법으로 불명예제대한 전 주한 미 8군 사령관도 있었다.
지난 2010년 당시 주한 미 8군 사령관을 지낸 조셉 필 중장이 한국 근무 당시 ‘부적절한 선물’을 받은 사실이 임무를 끝나고 돌아오면서 미 국방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조셉 필 중장은 감사가 끝난 뒤 한 계급 강등된 소장으로 제대했다.

지난 2013년 8월 워싱턴 포스트가 정보자유법에 따라 국방부에 요청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 보도를 보면 필 사령관은 한국 근무 당시 공무상 만난 한 지인으로부터 천 5백 달러 상당의 고급 펜 세트와 2천 달러짜리 가죽 가방을 선물 받았다.

또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한국 인으로부터 3천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선물로 받았다. 받은 선물과 현금을 합하면 6천5백 달러, 우리 돈으로 7백28만 원 정도 된다.

필 전 사령관은 한국 근무를 마친 직후인 2011년 초부터 시작된 연방수사국(FBI)과 육군 범죄 수사대의 공동 조사를 받으면서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알고 있었던 친구로부터 좋은 의도로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물을 준 한국인은 영어를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필 전 사령관은 가방과 펜 세트를 감사관들에게 건넸고 3천 달러의 현금도 돌려줬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필 전 사령관은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8월 주한 8군 사령관(중장) 때 보다 한 단계 낮은 소장으로 강등돼 군을 떠났다.

미국·영국 선진국선 지휘 고하 막론 처벌

일본도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이해관계자로부터 금전 등의 이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과장급 이상 공직자는 5천엔(미화 약 50 달러)을 넘게 받는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받은 금액과 날짜, 증여한 사업자 등을 보고해야 한다.

영국은 일반 공무원의 경우 25파운드(미화 약 30 달러) 이상의 선물과 접대에 대해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외무부 공무원은 30파운드(미화 약 40 달러) 이상의 선물과 접대가 금지된다.

독일은 대가성이 없더라고 직무수행과 관련한 금품 수수를 ‘이익 수수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25유로(미화 약 30 달러) 범위에서 기관별 실정을 고려해 선물 수수의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을 초과한 선물은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했다.

캐나다도 2006년부터 ‘이해충돌 방지법’(Conflict of Interest Act)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공직자와 그 가족은 직무와 연관된 일체의 혜택을 모두 거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일인으로부터 1년 동안 받은 선물 또는 혜택의 총 가치가 200달러를 초과하면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는 경우 500달러 이하의 과태료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는 고질적 병폐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2015년 부패인식 지수 (CPI)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중 27위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도 고질적 병폐의 척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김영란법과 유사한 반부패 법안이 제정돼 있는 CPI 상위권 국가들은 부패와 비리에 대한 처벌 수위 가 높다. 이들 국가가 청렴 선진국으로 거듭난 데는 반부패 법안의 엄격한 시행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파견 주재원들도 김영란법 적용

이법이 미주 한인사회에도 상당 부분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망된다.

외교부는 최근 재외공관과 외교관 등의 법적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총영사관, 중앙선관위, 코트라, 민주평통, 재외동포재단, 그리고 각 지자체 파견원 등, 공무원 혹은 준공무원이라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다.

또 속지주의와 속인주의에 따라 영주권자, 주재원, 장기체류자 등 재외국민들도 김영란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쉽게 말해 미 시민권자가 아닌 한인이라면 적용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외교부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여권과 비자발급에 대한 조기 발급 청탁은 긴급한 공무출장, 가족 사망이나 실종과 같은 인도적 사유, 특별한 외교적 목적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로 한다.

한편 이번 법으로 총영사관의 관저 만찬 등도 전보다 한 결 회수가 줄어들 수가 있다. 또한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LA총영사관 국정감사의 경우 숙소 예약 등 편의제공은 하지만 그 비용(추가 차량 포함)은 국정감사단에서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정감사단이 자체 행사를 하거나 교민들을 만나는 경우에도 공적 업무에 관련한 일인 경우 관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비용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반면 미국 시민의 경우 한인에 비해 적용 기준이 유연하지만 특별한 목적으로 한국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을 한다면 김영란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례로 미 시민권자인 한인이 한인 공무원을 상대로 여권이나 비자를 조기 발급하도록 청탁하거나 자녀나 친지에 대한 고용을 부탁하면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된다.

한편 한국의 경우 김영란 법 적용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는 란파라치 (김영란법 파파라치) 학원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최대 30억 원(포상은 최대 2억 원, 미화 약 20만 달러)으로 알려진 보상금을 노린 탓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사생활 위반으로 대박은커녕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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